나의 작품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선조들의 존재로부터 시작합니다(All of my work is about, and starts with who I am, and they(my ancestors) are part of who I am).
호주의 현대미술가 다니엘 보이드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보물섬(Treasure Island))>을 개최합니다.
호주 원주민 출신 작가인 다니엘 보이드는 그동안 서구의 시선으로 해석한 호주의 역사를 본인만의 미술 언어를 통해 새롭게 복원해왔습니다.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소수일 수 밖에 없었던 작가가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보물섬’은 작가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등장했던 주제이기도 하지요. 소설에 나오는 보물섬의 지도와 스티븐슨의 초상, 스티븐슨의 개인적인 물건들에서 기인한 신작 회화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동안 원주민 출신인 작가의 가족과 조상들은 역사적 서사에서 제외되어 왔습니다. 다니엘 보이드는 이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작을 이번 전시에서 공개했습니다. 작가의 개인사에서 유래한 작품들은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관람객들에 제시합니다.
다니엘 보이드의 작품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볼록하고 투명한 풀로 점을 찍어 그려냈는데 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의미합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나타내는 이 점들은 나와 타인의 거리 그리고 관계를 탐구하도록 이끌고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보물섬(Treasure Island))>은 모두 4가지의 테마로 나눠 꾸몄습니다. 첫 번째는 소설 ‘보물섬’을 소재로 한 작품들입니다. 두 번째는 남태평양의 역사와 영화적 재현을 긴밀히 연결하는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의 이미지를 차용해 서구가 역사를 재현한 방식에 비판을 제기하는 작품들입니다. 바운티호 복제선의 뱃머리에서 얻은 나뭇조각으로 거울을 만들고, 복제선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작가는 이 영화를 차용한 작품을 만듦으로써 식민주의를 거부하고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문학, 영화 등 대중문화를 차용한 작품을 제작한 것은 서구 중심적 관점에서 기술된 역사가 보편성과 견고함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관람객을 환기시키기 위함입니다.
세 번째는 작가 개인의 역사를 담은 작품들입니다. 작가의 증조할아버지와 누나의 얼굴을 통해 호주의 역사를 담아냈습니다. 작가의 증조부, 해리 모스만(Harry Mossman)은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입니다.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는 대략 1909년부터 1969년까지 시행되었던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호주 원주민의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기숙학교나 고아원에 수용해 이른바 ‘문명화 교육’을 시행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교육시켜 백인 사회에 동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아직도 생존한 희생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작가는 증조부의 얼굴을 통해 원주민들의 아픈 역사를 표현했습니다. 또 수없이 긴 시간을 거쳐 전수된 전통 춤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친누나의 모습을 재현한 ‘Untitled (TDHFTC)’을 통해서는 역사가 삶과 가까이 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니엘 보이드는 이처럼 가족들이 겪은 사적인 역사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역사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끔 했습니다.
마지막은 영상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인데요. 작가의 작품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 프랑스 철학자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의 어록 “심연의 경험은 그 심연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진다”를 구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Rivers’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고대부터 존재했던 밤 하늘의 별과 더 나아가 우주의 보이지 않는 입자를 계속 움직이는 점으로 표현했습니다. 수많은 점들이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과정이 새로운 가능성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회화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던 것들을 영상을 통해 다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오랫동안 서구에 의해 편집된 호주의 역사를 원주민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비판하며 새롭게 전달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식민지, 분단, 전쟁 등 격동의 세월을 겪은 것도 모자라 주변의 역사 왜곡과 합리화 시도에 직면한 우리에게도 다니엘 보이드의 문제 제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보물섬(Treasure Island)>
2021년 6월 17일(목) ~ 8월 1일(일)
월 ~ 토 10:00 -18:00
일, 공휴일 10:00 – 17:00
국제갤러리 K1, K2(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문의 : 02)735-8449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국제갤러리, 올댓아트 구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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