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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안주보다 변화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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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익 작가 사진 ㅣ 올댓아트 구민경

    성수동 아뜰리에 아키에서 서상익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10일 개막했습니다. 

    이번 개인전 <Cold on a Warm Day>는 작품에 담긴 거리감과 태도에 주목합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작품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것은 차가움과 무심함입니다. ‘작가와 거리가 너무 가까운 그림은 힘들고 부담스럽다라는 작가의 말은 그가 추구하는 위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업을 모두 아우릅니다. 작가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초기의 사진적인 표현을 넘어 이제는 점을 많이 찍어 면을 만들기도 하고, 직선이 돋보이는 그림, 배경에서 너무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는 등 표현 방식이 변화했습니다. 이는 작가가 그림을 구성하는 조형 요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며 갖게 된 변화인데요.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작가를 아뜰리에 아키에서 만나 그동안 호평 받았던 ‘검증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민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작품이 많았거든요. 배경 못지않게 인물의 표정도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신기하네요.(웃음) 예전의 제 작업들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얘기하자면, 훨씬 더 사실적이고 디테일했어요. 그래서 그때 그림을 더 평면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제 장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랬죠. 하지만 이제 고전적인 입체감과 사실감은 버리고 조형의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사진’에 가까운 공간이 아니라 ‘이미지’로서의 공간이 그림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이런 것들이요.

    흔히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칭찬하고,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고 칭찬하잖아요. 작가님께서는 너무 그림 같지도 않고, 너무 사진 같지도 않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았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야 좋죠. 그럼 일단 성공한 거죠. 누군가는 제 그림이 너무 평면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전 회화가 추구한 원근법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입체감과 사실감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그림의 성분 같은 것을 굉장히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다만, 시점은 굉장히 평면적이었죠. 양가적인 것(평면적인 시점과 인물이나 공간의 입체성)이 함께 있을 때 관람객들이 작품 속 공간을 어떻게 느낄지를 최대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림 속의 공간들을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실물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작가가 재구성하고 편집한 공간이죠. 관람객들도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서상익, 구성 Composition 1-1 윤주와 지현 ㅣ 아뜰리에 아키 제공


    그림의 모델 중에서 지인이 많다고 들었어요. 혹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던가요?

    안 하겠다고 하는 친구를 밥 사주겠다고 설득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모델 하기를 좋아해요. 어떤 친구는 제 그림의 단골손님이기도 해요. 아마 이번에도 와서 그림을 본다면 ” 아~ 또 그렸네?” 하고 반응할 것 같아요. 

    <윤주와 지현>의 배경이 너무 아름다운데, 어디를 그린 건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무대처럼 제 의지대로 작품을 재구성했어요. 아부오름이었나… 제주도의 오름을 배경으로 했어요. 약간 분화구처럼 가운데가 푹 꺼져있고 그 가운데에 삼나무가 자라 있어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거기 갔을 때 찍어놨던 사진이 마음에 들어 배경으로 했고,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은 통인동 청와대 사랑채 2층 로비예요. 전시를 다 같이 보고 앉아 있었는데 햇빛이 예뻐서 찍어놨던 사진이죠. 이 친구들도 모델 하는 걸 좋아해요.(웃음) 여기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배경이 재미없더라고요. 제주도 갔던 생각이 나기도 했고, 모델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넣어주자는 생각이 들어서 제주도의 오름을 배경으로 가져왔어요. 당시에 점을 모아서 면을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었고,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제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던 것 같아요. 사진적인 그림을 그리던 저에게 이 그림은 큰 변화였죠. 

    요즘은 코로나19로 전처럼 만남이 쉽지 않은데 작품의 소재를 주로 어디에서 찾는지 궁금합니다.

    해외를 나가기 어려워졌고 국내도 공간을 찾아다니는데 제약이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때 찍어놨던 사진을 많이 봤어요. 거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이런 공간을 그렸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그에 맞는 사진을 최대한 찾아서 이리저리 편집도 하고 아니면 아예 없는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그랬어요. 여기 있는 그림들도 다 (사진 속에서) 힌트를 얻어서 그린 것들이에요.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고,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고 그렇네요.  



    서상익, 강변유람 – 외로움의 균형 ㅣ 아뜰리에 아키 제공


    인물의 표정이 굉장히 생생하고 자유로워 보여요. 

    옛날에는 사실적으로 논리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힘들었어요. 선이나 그림자, 빛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죠. 여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니까 인물들이 굉장히 자유로워졌어요. 사실 관람객은 그리는 사람들처럼 막 이렇게 저렇게 따지지 않잖아요? 내가 만드는 ‘나만의 세계’인데 너무 구속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훨씬 자유롭고 편안해졌어요. 예전처럼 막 계산해서 그리지 않으니 이제는 어떤 그림이 탄생할지 저부터 궁금할 때가 있어요.


    성공하고 인정 받았던 방식을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에 이런 변화가 찾아왔어요. 한동안은 그림 그리는 게 굉장히 불편했거든요. 스스로도 변하고 싶긴 한데, 이런 변화의 욕구가 순수한 내 뜻인지 아니면 주위의 영향을 받은 건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사진처럼 그리는 게 너무 고루하고 갇혀있는 방식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이런 고민을 하다가도 예전에 그리던 방식대로 그리면 또 너무나 익숙한 방식이니까 아주 잘 그려져요. 그러면 ‘역시 이게 맞나 보다’, ‘이게 내가 잘하는 일이지’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밀려왔어요. 문제는 익숙하고 편하긴 했지만 자신감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불편해지더라고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다 생각했지요. 결과에 상관없이 내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덕분에 더 자유로워졌고 다시 그림 그리는 일이 재미있어졌어요.





    서상익, 화가의 성전 ㅣ 올댓아트 구민경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는 서상익 작가의 전시는 7월 17일까지 아뜰리에 아키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을 하나 꼽자면 <화가의 성전>입니다. 서상익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그린 시리즈인데요. 몇 점 더 그리기 전까지 발표하지 않겠다는 작가를 갤러리에서 어렵게 설득했다고 합니다.
    <화가의 성전>은 갤러리의 별도 공간에 살짝 ‘숨어’ 있습니다.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관람 가능하니 놓치지 마세요. 해외의 유명 작가들을 한꺼번에 작품 속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서상익 개인전 <Cold on a Warm Day>

    2021년 6월 10일 ~ 7월 17일
    아뜰리에 아키(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1층)
    10:00 -19:00(일요일 휴무)
    문의 : 0507-1467-771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아뜰리에 아키, 올댓아트 구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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