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제목은 배수아 작가의 소설 <뱀과 물>에서 따왔습니다. 소설을 읽고 제목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문학동네 측에 직접 허락을 구했지만, 약 5년의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이 제목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뱀과 물’에는 피마자 기름을 사용했습니다. 전시장에서 심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 기름을 원하기도 했고, 작가가 원하는 정도의 질감을 가지고 있어 선택했습니다.

규칙적인 기계의 움직임 속에서 계속 바뀌는 기름의 모양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를 만들고 구가 이동한 궤적을 모은 다음, 안에서는 확장시키는 힘을, 밖에서는 수축하는 힘을 프로그래밍해 만든 작품입니다.

임계점이 지나면 프로그램에 오류가 나타나게 되는데, 그 직전까지의 힘을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관람객들은 정적인 모습을 보지만, 작품 내부에서는 ‘엄청난’ 힘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언리얼 엔진’과 ‘블랜더’라는 프로그램을 결합해 만든 영상 작업입니다.

건축 프로그램과 3D 프로그램의 결합을 통해 굉장히 사실적이게 만들었지만, 실제 사람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질감 같은 것도 눈에 띕니다. 

영상을 지켜보다 보면, ‘래빗’의 실제 모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상에서 래빗은 구름을 뚫고 우주로 떠날 정도로 굉장히 큰 사이즈로 등장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초대형 래빗’을 구현해냈습니다.

<두 개의 타원>은 겹쳐진 두 개의 타원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며 겹쳐지기도 하고, 서로 어긋나기도 하면서 외곽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계는 작가가 고안한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고요하면서도 최대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을 하나의 기계로 보면 자신의 결정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이 작용할 때도 많다는 점에서 흡사 인간의 행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품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작품과 관람객이 연결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