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을 만날 때면 이토록 놀라운 재능은 선천적인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흥미롭게도 ‘재능’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 외에도 ‘타고난 재주와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우른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 화가, 김서율(10, 초4) 작가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주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며 동시에 이 능력이 한곳에 고여 머물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능력이 조화롭게 발산되는 느낌이 든다.
김 작가의 보호자이자 절친인 엄마 노미경 씨의 말을 빌리면, 그는 겨우 말 한마디를 내뱉던 유아기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끄적임을 즐겼고, 때로는 색에 때로는 선에 심취했다. 남들과 다른 아이의 재능을 알아챈 엄마는 이를 뿜어낼 수 있도록 다채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사시사철 자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전시장을 수시로 찾았다. 한글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면 밤새도록 이미지를 찾아 출력해 집안 곳곳에 두었다. 책보다 깊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이 ‘놀이터’에서 김 작가는 상상력을 키웠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덕분에 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별해졌다. 평범한 것은 특별한 것이 되고 당연한 것은 낯섦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그림, 그 그림을 즉흥적으로 그려내게 되었다. 김 작가의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그 질문들은 영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의 작품들은 SNS라는 갤러리를 만나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되었다.
현재 김 작가는 ‘점점 더 알고 싶은’ 화가로 성장하는 중이다. 젊음의 거리, 넘치는 에너지 틈에서 소박하지만 반짝거리게 빛나는 전시 <알고 싶은 사람(Der Neugierige)>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김 작가를 네이버공연전시판이 만났다.
She Said
가끔씩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궁금한 것들이 있어요. 달콤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먹어보지 못한 달콤한 것들, 달콤한 것들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여 그려본 그림이에요.
12월에는 엄마의 생일이 있어요.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에 양말을 담아 선물했어요. 좋아하는 것을 서랍에 넣어두기 좋아하는 엄마의 서랍에 보물을 채워주고 있어요.
무민을 좋아해요. 언젠가 핀란드에 꼭 가보고 싶어요. 핀란드의 여성 화가 중 자화상을 많이 그린 작가를 알고 싶었어요. 그렇게 헬렌 세르프백을 만났어요. 그녀의 자화상을 저만의 시각으로 그려보며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주류의 흐름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작가 호크니 아저씨를 좋아해요. 저도 제 자신을 믿고 용기를 더해가며 매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하얀 벽, 삼각형 지붕으로 지어진 2층 집에 살아보고 싶어요. 그래서 집그림을 자주 그리곤 해요. 집을 그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창문이라고 생각해요. 창문의 불빛의 변화를 느끼며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알고 싶은 사람
(Der Neugierige)2021.12.23~2022.1.13
먼치스 앤 구디스/글라스 하우스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33, 1층)
월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사진ㅣ김서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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