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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를 드로잉하는 아티스트 지나 손(Gina SOHN), ‘서울아트쇼’ 단독 부스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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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마지막 아트페어인 서울아트쇼가 22일 개막한다. 오는 26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매년 성탄 시즌에 개최해 올해로 10회를 맞는 ‘미술품 장터’다. 서울아트쇼2021에는 국내외 15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유명작가부터 신인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설치 미술전, 초대 작가전 등의 부스를 통해 작품성 있는 작업들을 소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자연을 드로잉’하는 현대미술가 지나 손(56, 본명 손현주)도 그중 한 명이다. 답답한 일상에서 탁 트인 바다와 들판을 배경으로 작업을 펼쳐 온 그를 서울아트쇼 개막을 앞두고 만났다. 그는 이번에 갤러리 바움(Gallery BAUM)의 초대로 단독 부스를 차린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나손은 최근 ‘염소는 내 작업을 이해할까’라는 주제로 염소와 함께 드로잉을 하는 개념작업을 진행하여 주목받았다. ㅣ지나 손 제공

    상업 미술시장에 대지미술가의 참가라니 뜻밖이다.
    계기가 있었다. 지난 여름, 안동 낙동강변에서 대지 퍼포먼스를 하고, 바로 상경해 입은 옷 그대로 한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불특정다수의 관람객들과 작품을 공유하고 싶어 부스에 영상을 틀었다. 대지미술은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분야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관람객들이 스스로 연락처를 남기고 응원을 자처했다. 덕분에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지미술 작업의 바탕이 된 크레용과 연필 드로잉 등 여러 장을 함께 전시했다. 솔직히 팔린 거란 기대는 안 했다. 이변이 일어났다. 드로잉이 완판됐다. 이번에도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참가를 결정했다. 생면부지의 관람객들과 작업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어떻게 대지미술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지향하는 대지미술은 이전 작가들의 그것과는 차이를 둔다. 앞쪽에 ‘네오’(Neo, New)를 붙인 이유다. 갤러리 안과 밖(대지)을 드나들며 그 경계에서 기존의 질서와 관습, 보편성,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설치와 드로잉 형태의 대지미술 작품이 탄생한다.

    지구촌 작가들의 드로잉이 포함된 튜브 1천개를 바다에 띄워 인류의 코비드에 대한 저항을 설치로 표현한 지나 손의 프로젝트 ‘PLAY BUOY’. 대지미술을 기반으로 한 이 작업은 지난 8월22, 23일 진행됐다. ㅣ지나 손 제공

    기하학을 기반으로 하는 개념 작업에 관심이 많다. 오브제나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커다랗고 다리가 4개 달린 액자형 신형 TV를 부스에 갖다놨다. 화면에서는 대지에서 선보인 거대한 행위들이 종일 돌아간다. 가상의 땅으로 설정한 2개의 벽에는 인간군상과 동물, 식물, 기억, 이 땅의 산하를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담은 드로잉 작업을 빼곡하게 붙였다. 작가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몸의 힘을 가장 밀접하게 전달하는 크레용과 연필로 그렸다.



    해변에 부표로 기하학을 표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현대미술가 지나 손 ㅣ지나 손 제공

    여기서 이런 질문이 가능할 수 있다. ‘평면회화가 아닌 야외 대지미술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구입할까’라는 질문이다. 나는 상상한다. 대지미술 영상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드로잉 작품들이 팔린다면내년 중 기막힌 프로젝트로 이어질 것이다. 선순환이다. 내 작업들이 세상을 비틀어보고 새롭게 보도록 이끌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아삭거리는 당근’이 되기를 꿈꾼다.


    그간 선보였던 주요 작업들을 소개한다면?
    지난 해 파리에서 귀국해 올해 정말 많은 대지 관련 작업을 했다. 올 봄부터 섬에서 대지미술 작업을 풀어냈다2019년 해변에 사각형으로 설치한 수백 개의 부표가 물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드로잉 되도록(형태가 깨지는) 한 질서무질서(ORDRE_DÉSORDRE)’ 작업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이 작업을 퍼포먼스와 연동해 드론과 사진으로 촬영했고 페인팅, 판화, 조각과 연결시키면서 ‘보자르 수석졸업’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올봄에는 조선시대 기와집 한 채 분량을 바다로 이동시켜 드로잉 작업을 했다.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파도가 절묘하게 기와를 흔들었고,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자연을 이용한 드로잉 작업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낙동강가에서 연막탄을 이용한 허공을 드로잉하다_연기’ 퍼포먼스 프로젝트와 3만평 규모의 밀밭에서 펼친 블루  드로잉, 최근 염소와 함께한 개념 드로잉까지 많은 작업들을 소화했다.

    현대미술가 지나 손은 낙동강변에서 연기드로잉을 펼쳐 코로나시대 암울한 현실을 대지미술을 통해 표현했다. 2021년 7월 작업(왼쪽), 해변에 부표로 거대한 사각형을 드로잉, 물이 들어오면서 해체되는 모습을 표현한 대지미술_현대미술가 지나 손의 2019년 작업(오른쪽) ㅣ지나 손 제공


    기자로 일하다가 뒤늦게 현대미술가로 변신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미술전공자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실현은 쉽지 않았다. 신문사 편집기자를 하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어 사표를 던졌다. 고등학교까지 나온 섬으로 내려가 정체성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사진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확장이 필요했다.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유학을 갔다. 베르사유 시립 미술대학(École des Beaux de Versailles) 2학년으로 편입하면서 고독한 파리 시절을 시작했다. 학교 수업과 미술관 탐방, 프로젝트 수행만으로도 벅찼다. 작업의 맥을 짚어가던 시기였다. 학기 중에 독일 요셉보이스마을의 악톨(ArToll) 레지던시에 선발돼 지역신문에 나기도 했다. 18(20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고 베르사유 시립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코로나가 심해 급하게 귀국했으나 언제든 지구촌을 떠돌 준비가 돼 있다. 요즘은 베를린에 마음이 쏠려 있다. 바라면 언제가 이뤄진다고 믿는다.


    작업 철학을 듣고 싶다.
    30년을 섬에서 살았다. 바다와 자연은 내게 모성이고 우주이며 재료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그러니 내 정체성은 바다와 섬을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다. 바다를 통해 지구를 아우르는 상상을 한다. 바다가 지구촌 곳곳을 연결한다. 산과 들판, 바다가 한데 어울려 있는 한국의 산수 지형은 대지미술가의 관점을 유연하게 한다. 



    설치 중인 작업을 점검하는 현대미술가 지나 손 ㅣ지나 손 제공

    우주의 존재로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요동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이끌어준 건 바다의 파도다.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고 그 모양이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는 파도는 게을러지고 싶을 때 악착 같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런 점에서 내 작업은 세파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기와 드로잉 후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현대미술가 지나 손 ㅣ지나 손 제공

    대지미술은 서양에서 시작했지만, 용어 선택의 문제일 뿐 우리에게도 그 근거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동양철학 공부를 많이 했다. 어느 날 조선시대 불화를 계승한 마지막 화승 병진스님한테서 도선국사의 풍수지리 책을 한 권 받았다. 큰 영감을 얻었다. 조상들은 과거와 지금 이 자리, 후손들까지 두루 살피며 땅 위와 아래를 아우른 좋은 자리(명당)를 알아봤다. 예를 들어, 선조들의 기와집은 바람을 막고 좋은 기운을 품은 자 형태였고, 묘택의 뒤에도 말발굽 모양 자를 둘러 보호했으며, 사람과 사람이 포옹하는 형태도 자이고, 어머니의 자궁 모양도 자다. 이를 기반으로 대지미술 작업을 했고, 지금도 드로잉과 설치 등에 ㄷ자를 많이 표현하고 있다.



    해변에 집 한채 분량의 조선시대 기와를 설치하여 대지미술 철학을 표현한 현대미술가 지나 손의 2021년 작업 ㅣ지나 손 제공


    이번 서울아트쇼에 드로잉들을 대거 선보인다.
    대지미술가에게 있어 드로잉은 시작이자 끝이다. 구상 단계에서 종이 위에 그리는 에스키스(밑그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자신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리는 우물이자 고독하고 아프고 슬픈 영혼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손끝이 근질거려 결국 나오고야 마는 몸의 에너지인 까닭에 드로잉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는다. 어떤 때는 선만 죽도록 나오고 어떤 때는 어두컴컴한 자화상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이 담기기도 한다. 그러니 드로잉은 작가 자신의 ‘살풀이’다. 어떤 작업보다 드로잉에 애착이 간다.



    서울아트쇼2021 단독부스로 선보이는 지나 손 드로잉작업. Gina Sohn, 중첩된 시간, 205x180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ㅣ지나 손 제공

    크레용과 연필을 드로잉의 주 재료로 쓰는 이유는 명백하다. 두 재료야말로 가장 순수한 시원의 매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불을 땐 숯으로 동굴 벽화를 그렸듯이 검은 색 연필이나 목탄을 재료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가장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얘기다. 작가가 근원적 고민은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린아이들이 제일 먼저 손에 잡는 것이 연필과 크레용 아닌가. 순수가 분수처럼 솟구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지나 손은 대지를 상대로 드로잉을 하는 작가다. 그만큼 스케일이 크다. 관객들의 메시지가 쓰인 천 여 개의 튜브를 묶어 바다에 띄우는가 하면, 드넓은 허공에 시커먼 연기가 뿜어나오는 연막탄을 손에 든, 검정 옷을 입은 예닐곱 명의 행위자들이 밀밭을 질주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에 그녀는 염소와 함께 드로잉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처럼 지나손의 드로잉은 종이건, 옷칠을 한 천이건, 특정한 소재나 재료에 국한하지 않고 드로잉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드로잉을 대하는 작가의 개방적인 태도는 실험성을 요체로 삼는다. 식물을 비롯하여 동물, 인물, 자화상 등이 뒤섞인 화면은 일견 난해해 보이나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표출되는 장소이다. 지나손은 화면 위에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 윤진섭(미술평론가) –

    ■ 서울아트쇼2021
    현대미술가(대지미술가) 지나 손 단독 초대전

    2021년 12월 22일(수) ~ 12월 26일(일)
    서울 코엑스 A홀 전관 ㅣ 부스번호 152
    GALLERY BAUM(갤러리 바움, 대표 김혜식)
    문의 : 010-8876-4069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사진 및 영상 ㅣ지나 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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