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이 내년 봄 서울 갤러리를 확장 이전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안국동을 떠나 새로 옮겨 갈 위치는 요즘 신흥 아트밸리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한남동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현대카드 스토리지와 리움미술관과 인접한 곳이다. 4년여 만의 재개관으로 그야말로 ‘피켓팅'(피 튀기는 입장권 예약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리움과 뉴욕 3대 화랑으로 꼽히는 페이스 갤러리의 서울 지점, ‘한남동의 키아프’라 불리는 연말연시 선물기획전 ‘소품락희’를 매년 개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갤러리 조은 등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에 리만머핀까지 가세하면서 한남동을 향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1996년 뉴욕에서 문을 연 리만머핀은 2013년 홍콩에 이어 2017년 서울 갤러리를 개관하며 아시아 지역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안국동 갤러리는 20평 남짓 규모의 상설 전시 공간이어서 세계 굴지의 현대미술 갤러리가 운영하는 지점 치고는 다소 협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계를 허무는 소속 작가들의 알찬 전시로 한국의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가, 평론가, 관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 타이베이와 베이징에 시즌별 공간 운영을 시작하고 서울, 베이징, 상하이,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아시아 지역 진출 확대와 저변 확장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중이다. 리만머핀 소속 작가들은 아시아 권역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과 단체전,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등에서 꾸준한 작업을 선보이며 인지도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리만머핀 서울 관계자는 “리만머핀 서울의 전시 공간 확장 이전은 소속 작가들이 보다 야심 찬 설치 작업을 기획하고, 방문하는 이들은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시각적 경험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사무소 에스오에이(SoA, Society of Architecture)가 디자인을 맡아 약 70평 규모의 전시장에 조각이나 설치 작업을 담아낼 수 있는 야외 테라스까지 보유한 새로운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시장이 1층과 2층으로 이뤄져 있어 작가들이 두 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창출하거나, 두 개의 독립적인 전시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서울은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활발한 예술적 실험과 교류의 장이자 놀랍도록 창조적인 힘을 가진 도시로 입지를 다져왔다. 2000년부터 서도호, 이불, 서세옥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미술가들과 함께 일하는 특권을 누려 왔다. 이런 관계가 리만머핀의 DNA를 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리만머핀 공동설립자 라쉘 리만(Rachel Lehmann) –
라쉘 리만과 또 한 명의 공동설립자인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은 지난 30년간 한국을 수 차례 왕복한 끝에 이곳에 영구적인 뿌리를 내리기로 했다. 4년여 전 안국동에 서울 지점을 낸 배경이다.
리만머핀 서울 확장 이전 후에도 손엠마(Emma Son) 수석 디렉터가 계속 역할을 이어간다. 서울 기반 큐레이터이자 갤러리스트인 그는 20년 이상 활발히 활동하며 다진 풍부한 컬렉터층, 20세기 및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전문적 식견, 한국 주요 미술 기관들과의 오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지난 4년간 성공적으로 갤러리를 이끌어 왔다. 맥아서 비니언, 맨디 엘-사예, 길버트 앤 조지, 샹탈 조페, 라이자 루, 데이비드 살레, 세실리아 비쿠냐, 나리 워드 등 저명한 현대미술가들의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한국 관람객들 사이에 리만머핀의 인지도를 넓히고 다양한 예술적 목소리를 옹호하는 갤러리의 정체성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이번 확장 이전을 통해 서울 지역,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입지를 다시금 되새기고자 한다. 현재 서울은 문화 산업 투자와 국제적인 관심 유입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거치는 중이다. 내년은 분명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해가 될 것이며, 우리는 기대 속에 새로운 장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지역에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국제적 행보를 뒷받침하려는 리만머핀의 사명을 이어갈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 손엠마 수석 디렉터
리만머핀 서울은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동시대 가장 중요한 회화 작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미술가 래리 피트먼(1952년生)의 작업을 조망한다.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는 내년 서울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에서 두 개의 층에 걸쳐 회화 신작 1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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