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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테일의 끝판왕’ 박찬욱, 사진 앞에만 서면 “나는 왜 너그러워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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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 프로필 사진 ㅣ 국제갤러리 제공

    오늘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사진 하는 사람으로 왔습니다.

    – 박찬욱 –

    영화감독 박찬욱이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 앞에 섰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사진 작업을 진지하게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영화 <아가씨>의 현장을 촬영한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를 발간하고,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에서 사진 작품들을 꾸준히 공개하면서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국제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로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입니다.

    박찬욱은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진부터 공부했다”며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있지만 사진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도 따로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이 그에게 과연 어떤 의미이길래 숨 돌릴 틈 없는 ‘업무’와 ‘일상’ 속에서도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일까요.



    박찬욱, Washington, D.C l 국제갤러리 제공

    “숨 쉴 수 있는 틈”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은 사람입니다. 비행기 타는 것도 싫고 영화를 만들고 알리는 작업을 위해 끊임없이 여행하며 호텔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고 지치기도 합니다. 사진을 이렇게 열심히 찍는 것은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든 즐겨보려는 몸부림인 것이죠. 그래서 일 때문에 출장으로 어디를 특별히 가거나 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꼭 빼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듭니다.

    – 박찬욱 –

    세계가 손에 꼽는 명감독 박찬욱의 어깨에도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의 무게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이끌어야 하고, 몇십억, 몇백억씩을 투자 받아 추진하는 영화감독 ‘업무’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자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는데요. 과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영화감독이 되기를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시 전공을 영화 대신 철학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고요. 지금도 사람들을 새로 만나고 어울리는 게 힘들어 될 수 있으면 이미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람들과 주로 작업을 한다는 그에게 사진이란 이런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였습니다.

    사진과 영화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많지요. 
    완벽해야만 하는 작업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진은 우연성에 기댈 수 있는 매체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진이라는 예술의 특성이 완벽이라는 틀에 갇혀 살아 온 영화감독 박찬욱에겐 특별하게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계획이나 연출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거닐다 우연히 마주친 순간을 ‘아주 본능적으로 포착해 반응한다’는 작가 박찬욱에게 사진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을 향해서도 “피사체와 교감하고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작품들을 바라보라”고 주문합니다.

    박찬욱의 사진 작품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중요한 것으로 부각시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버려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사물들이 각자의 표정을 한 채 관람객들을 응시합니다. 전시의 제목도 그래서 <너의 표정(Your Faces)>입니다.



    박찬욱, Face 16 ㅣ 국제갤러리 제공

    위의 사진은 ‘Face 16’이라는 제목의 사진인데요. 모로코의 ‘마라케시’라는 지역에 갔을 때 손님들을 맞이하기 전에 접힌 채로 모여있는 파라솔들을 봤는데 꼭 유령 같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고 합니다.



    박찬욱, Face 45 ㅣ 국제갤러리 제공

    ‘Face 45’는 바위의 질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진입니다. 영화 작업에서도 관객이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디테일한 질감 표현을 요구하는 박찬욱은 사진에서도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영화감독이죠. 라이카의 흑백 사진 전용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작가 박찬욱은 평소 아무리 무겁고 힘들더라도 카메라는 꼭 2개를 가지고 다닙니다. 형태나 텍스처, 빛에 집중해야 할 순간이라는 판단이 들면 주저 없이 흑백 카메라를 꺼내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박찬욱은 “사진을 보면서 영화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철저히 계산해 만든 영화 속 인물들과 우연과도 같은 찰나에 만난 사물을 찍은 사진은 출발부터 다르다는 거지요.

    정답은 없습니다. 저의 사진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저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박찬욱 작가

    ■ 박찬욱 사진전 <너의 표정(Your Faces)>

    2021년 10월 1일(금) ~ 12월 19일(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국제갤러리 부산점(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문의 : 051)758-2239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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