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 죄송합니다” 배달 노동자의 고된 일상, 그래도 '우리는 나아간다'! - 올댓아트

한노아 사진전 <오니고 On y Go>, 7월 27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최

한노아, 오니고 On y Go, 2021년 종로 ㅣ 류가헌 갤러리 제공

전시의 제목이 된 ‘오니고 On y Go’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은어입니다. 불어와 영어를 합해 만든 말로 ‘가자’라는 뜻입니다.

작가는 왜 ‘가자’라는 말을 전시의 제목으로 삼았을까요? 사진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오니고 On y Go> 속의 주인공은 배달 노동자입니다. 고된 배달 노동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한데요. 한노아 작가 역시 배달 노동자입니다.

작가는 배달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은 구조적인 문제를 앵글로 포착했습니다. 앱에서 요구하는 배달 시간을 맞추려면 교통 법규를 어겨야 하고, 오토바이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아무 곳에나 정차하다 시비가 붙기도 합니다. 자동으로 요구된 시간이 10분이라면 실제 걸리는 시간은 20분입니다. 배달이 늦어지면 불만 접수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치이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자 했고, 작가는 이런 배달 노동자의 상황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저 배달통 뒤에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라고 적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수동 카메라를 통해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배달 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이어간 것도 놀라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거리의 상황을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담아냈습니다. 움직이는 사람들 속 배달 노동자, 가로수 옆에 주차해놓은 오토바이, 배달을 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모습 등을 빛에 따라 노출과 초점을 일일이 조정해야 하는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한노아 <오니고 On y Go> ㅣ 류가헌 갤러리 제공

작가가 전하는 ‘배달 노동자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시선은 늘 콜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또는 곧장 내달리기 위해 신호지시등을 향한다. 하루에 보통 10시간, 12시간씩 도로 위에 머문다.
핸드폰 화면에서는 시시각각 시간을 통제하는 창이 적색으로 바뀌며 배달 시간을 재촉한다. AI 자동 추천 배차는 직선거리로 계산한 배달시간 10분을 요구하지만, 실제 돌아가야 하는 거리는 그 이상이기 일쑤다.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전을 하려면 주어진 시간을 넘기게 된다. 시간은 고객 평가와 직결되고 고객의 평가는 곧 성적표가 되기에 눈치껏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을 해야 배달 시간을 지킬 수 있다.
단속에 걸려 그날 일당을 벌금으로 반납하는 일도 있다.

‘가자’라는 뜻을 가진 <오니고 On y Go>는 배달 노동자들이 오토바이의 시동을 거는 소리인 동시에 무거운 헬멧과 무더운 날씨 탓에 등 뒤로 구슬땀이 흘러내리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닐까요? 배달 노동자 혼자서 “모든 상황, 죄송하다”며 책임지고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꾸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