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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인류의 멈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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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연 작가 프로필 사진 Photo by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l PKM 갤러리 제공

    2020년 2월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아트 프로젝트, ‘CONNECT, BTS’에 유일한 한국 작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강이연 작가를 기억하시나요? 그의 작품들이 삼청동에 왔습니다. PKM 갤러리가 강이연 개인전을 오는 8월 21일까지 엽니다. 

    요즘 국내외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개인전의 제목은 <Anthropause>입니다. 코로나19로 인류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인데요. 이 신조어와 작가가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것이 맞아떨어져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일시적인 ‘멈춤’이 환경을 위한 ‘생산적 멈춤’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담았습니다.

    <Anthropause>의 세부 주제이자, 전시의 대표 작품인 ‘무한 Infinite’과 ‘유한 Finite’은 주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관람객들에 전달합니다.

    유한 Finite



    Yiyun Kang Finite 2021 Immersive audio-visual installation/ 5 projections, 12-channel audio duration: 6′ 20″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유한’은 바닥까지 4면에 영사해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영상 및 사운드 작업입니다. 고층 빌딩으로 변해가는 숲,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산맥 등 디지털 작업으로 제작한 장면들에 숲의 소리, 도시의 소음,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 녹음한 소리와 작가가 직접 작곡한 현악 이중주의 소리를 더했습니다. 작가가 생각한 사운드를 관람객들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악 이중주를 PKM 갤러리 전시장에서 직접 녹음했습니다.

    웅장한 화면과 압도적 사운드가 무한할 것처럼 ‘아우라’를 뿜어내는데 이 작품에 왜 ‘유한’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숲이 사라지고, 불타고,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결국 산산히 흩어지는 빙하의 모습은 ‘유한’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빙하의 몇 퍼센트가 녹았다,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늘었다, 지구촌의 평균 기온이 몇 도 높아졌다 등 데이터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말하기보다 직관적인 ‘장면’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모든 것은 유한하다’라고 믿는 작가의 생각 때문입니다. 작가는 수치로 계산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유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위기’ 역시 수치로 계량할 수 있기에 유한한 것이지요. 지구를 살릴 기회가 아직 남아 있으니 “같이 움직여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한 Infinite



    강이연, Infinite, 2021 ㅣ PKM 갤러리 제공

    ‘무한’은 정밀하게 설계된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한 작업으로, 원형 스크린을 부분적으로 투과한 빛이 흡수, 반사 등을 거쳐 공간 전체로 뻗어나가는 작품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기계적으로 노출하지만 관람객의 유무와,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등 다양한 변수로 한 순간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회전하는 스크린에 투영한 영상은 1880년부터 현재까지, 총 150년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을 반영했습니다. 1분, 30초, 15초 단위로 가속화되는 영상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급증을 거듭해온 탄소 배출량을 표현합니다. 이에 따라 전시장 내부도 빠르게 변하는데요.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변화하는 환경을 의미하는 설정입니다.

    환경도, 위기도 유한하다고 했던 작가가 생각하는 ‘무한’은 무엇일까요.

    유한한 세상 속에서 무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이다.

    오늘 채굴한 암호화폐가 온도 상승으로 돌아오고,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플라스틱이 들어간 생선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인간과 환경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지요. 살기 위해서도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작품 ‘유한’이 상황 진단에 가깝다면 작품 ‘무한’은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의 실천 행위를 강조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기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환경과 무한 소통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거지요.

    (왼쪽부터) 강이연 finite.audiosystem, 2021 / finite.room.top, 2021 / Infinite, 2021 ㅣ PKM 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강이연 작가의 전시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처음 공개합니다. 작가는 항상 전시를 준비할 때 자료를 찾아보고 글을 오랜 시간 쓴 후 작품 제작에 들어간다는데요. 제작 과정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가에게 전시 준비는 굉장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이후의 모든 작업을 순탄하게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번 작업의 토대가 된 드로잉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가 그토록 강조했던 ‘연결’과 ‘상호작용’의 뿌리를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 강이연 개인전 <Anthropause>

    7월 21일(수) ~ 8월 21일(토)
    PKM 갤러리 본관(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문의 : 02)734-9467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PKM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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