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어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노래하던 나태주 시인의 ‘꽃들아 안녕’이란 시가 떠오른다. 기술의 삭막함을 꽃으로 채운 미디어아트 전시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의 풍경이다.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300여평 규모로 기획된 이 전시는 총 8개의 존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의 순환에 따라 살아 숨쉬는 비밀의 화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전시는 이미 해외에서 100만명 이상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존은 ‘빅북(Big Book)’을 콘셉트로 했다. 얼음이 녹고 꽃이 피어나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시선을 압도하는 큰 책이 스토리텔러 역할을 한다. 사계절 내내 눈이 내리는 이 공간은, 화려한 수국과 눈발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한 두번째 존은 ‘칠(Chill)’이다. 직역하면 냉기, 오한이라는 뜻이지만 그 너머의 따스함을 전하고자 했다. 지는 꽃잎과 함께 지친 마음과 아팠던 기억을 떨쳐내고,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통해 희망의 싹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벚꽃이 흩날리며 낭만을 더한다. 

대형 민들레가 꽃잎을 흩날리는 세번째 존의 이름은 ‘단델리온(Dandelion)’이다. 모형으로 만들어진 민들레 꽃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센서에 반응한 씨앗과 꽃잎이 방안 가득 퍼져나간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만큼 박수에도 반응하게 수정됐다 .

네번째 존은 금빛이 가득한 지상낙원 ‘글로윙 가든(Glowing Garden)’이다. 사방으로 반짝이는 거울에 화려한 미디어 아트 콘텐츠를 접목시켰다. 네방향의 회전하는 거울은 온 세상이 노란 벚꽃과 태양빛으로 물든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이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체리 블라썸 가든(Cherry Blossom Garden)’이다. 대형 벚꽃이 시선을 압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수의 인터랙티브 체험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오감으로 미디어아트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