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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터널의 끝…갑갑한 일상의 탈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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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미디어’를 통해 도심을 배경으로 예술과 세상이 소통하는 축제를 추구해온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00년 시작해 2년마다 국내 유일의 국공립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해온 이 행사는 원래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지난 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년 연기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이맘때쯤이면 마스크를 벗고 예년처럼 마음 놓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여전히 코로나 사태라는 깊은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지금, 이번 행사가 지친 일상의 신선한 전환이자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워크숍스, 파크-랭거 협업

    ‘코로나 종식’은커녕 ‘위드코로나’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다. 국내는 추석 전까지 코로나 예방 백신 1차 접종률 70%에 도달한다는 목표 아래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지만 지구촌 여기저기서 ‘돌파감염’ ‘변이 바이러스 등장’ 등의 경고음이 속출하고 있어 이 여파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공연, 전시 등 문화 행사의 잦은 취소와 연기 결정으로 예술인들은 비대면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잃어가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반복되는 영업제한 조치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들 힘들고 우울한 시대를 헤쳐가고 있다.



    취미가X워크스, <OoH>, 2021, 현수막, 가변크기.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설치전경. 촬영: 홍철기, 글림워커픽쳐스 ㅣ서울시립미술관 제공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도 코로나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전시가 열리는 지금도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까닭이다. 경제위기와 코로나팬데믹으로 우울한 시대풍경에 예민하게 반응한 41명(팀)의 국내·외 젊은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19’가 이들의 작품 속에 스며들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제목도 그래서 <하루하루 탈출한다(One Escape at a Time)>로 정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도피주의'(Escapism)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역사상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맡은 융 마(Yung Ma, 전 파리 퐁피두센터 큐레이터)는 “도피주의라고 하면 흔히 문제를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지금이야말로 코로나로 상징되는 전 지구적 위기로부터 벗어나려는 인류 전체의 상상력과 예술 및 대중문화를 통한 공감, 폭넓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각종 제한과 봉쇄 조치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장기화에 따른 소통의 단절, 정보 격차, 빈곤, 소외, 정체성, 젠더·계급·인종 갈등, 난민, 환경, 소수자 차별과 혐오 등이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지구촌 인류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은 각자 처한 위치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모색했다. 저마다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을 발휘해 작품에 녹여냈다. 영상, 설치, 사진, 회화, 드로잉, 사운드, 웹 기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현대미술 작품 58점이 이번 행사 기간 내내 서울시립미술관 안과 밖,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유통망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경(왼쪽).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유통망 설치전경. 마포구 책방곱셈 2021, 촬영 홍철기(오른쪽) ㅣ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중국 작가 리랴오(LI Liao)는 우한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할 게 없었다. 꼭대기에 비닐을 매단 나무 장대를 들고 무작정 거리로 나갔다. 손바닥 위에 장대를 올려놓고 균형을 잡으며 인적이 끊긴 거리 곳곳을 누볐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고립 상황에서 밀려드는 상념과 두려움, 불안, 슬픔과 우울의 감정들로부터 회피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 퍼포먼스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기록한 비디오 작품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리랴오, <모르는 채로 20200205>, 2020, 3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각 6분 52초, 10분 39초, 16분 45초. 작가 제공

    K-팝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싱가포르 출신 작가 밍 웡(Ming WONG)은 한국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섭렵한 경험을 토대로 스웨덴 케이팝 보이밴드 ‘컷(C-U-T)’을 기획했다. 스웨덴 스톡홀롬의 왕립예술학교 학생 여섯 명으로 결성한 컷은 언어와 외양은 달라도 복장부터 표정, 춤, 노래하는 모습, 노래의 분위기, 제스처까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쏙 빼닮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뮤직비디오와 인터뷰 영상 등을 제작했고 신곡 <KALEIDOSCOPE>도 발표했다. 대중음악 산업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음악으로 하나되는 경험과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실험 프로젝트 작업이다.



    C-U-T(닐스 엥스트룀, 발렌틴 말름글렌, 빅토르 포겔스트룀, 아론 포겔스트룀, 카론 닐센, 카이우 마르케스 드 올리베이라)의 프로필 사진. 밍 웡 제공. 사진 테레스 외르발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로비 전체를 감싸는 미네르바 쿠에바스(Minerva CUEVAS)의 대형 벽화 작업을 마주하게 된다. 1970~80년대에 유행한 픽셀 비디오 게임과 같은 시각 언어를 사용해 과거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출신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양 산수화의 풍경을 배경으로 했다. 가운데 검은 옷을 입고 산 속에 돌아앉은 여인은 ‘동물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임순례 영화감독을 오마주한 인물이다. 산과 안개를 배경으로 한 화면 오른쪽 아래 ‘생뚱맞게’ 자리한 스팸의 이미지가 무차별 도륙 시스템으로 인한 동물권 문제와 육류 대량 소비가 불러온 식품 산업의 실상을 고발한다.



    미네르바 쿠에바스, <작은 풍경을 위한 레시피>, 2021, 벽면에 아크릴, 가변 크기. 픽셀 아트 디자인: 프란시슈액 얀 노보트니악. 벽화 작업: 고경호, 김민정, 김수연, 이건희, 이제, 최주웅.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설치전경. 촬영: 홍철기, 글림워커픽쳐스 ㅣ서울시립미술관 제공

    LED 스크린에  산화탄소, 미세먼지, 방사선 등 대기오염 측정 모니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일출과 일몰의 이미지로 전환시켜 표현한 아일랜드 출신 작가 유리 패티슨(Yuri PATTISON)의 작품도 눈에 띈다. 언뜻 보면 아름답지만 마구잡이 개발과 인류의 탐욕이 불러온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 공간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도서관·카페·상점·서점·음식점·클럽·음반매장 등 민간과 공공 문화 거점 97곳에서도 영상, 사운드트랙, 포스터, 오브제 등 다양한 비엔날레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다. ☞ 유통망 참여 거점 목록 보러가기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유통망 설치전경, 서대문구 미도파커피하우스, 2021, 촬영 홍철기(왼쪽).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유통망 설치전경, 중구 PER, 2021, 촬영 홍철기(오른쪽) ㅣ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삼성역의 80m 크기 미디어캔버스인 케이팝스퀘어미디어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매시 2회씩 비엔날레 참여 작가 5인(팀)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취미가X워크스, <OoH>, 2021,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유통망 설치전경, 강남구 케이팝스퀘어미디어. 촬영: 홍철기, 글림워커픽쳐스 ㅣ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비엔날레의 공공프로그램 ‘메아리’는 토크, 퍼포먼스, 강연, 워크숍, 전시투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의 외연을 확장하며 현대미술과 관객의 접점 다변화를 시도한다. 비엔날레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신청하면 메아리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하다. 오디오 가이드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과 전시전문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큐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2021년 9월 8일 ~ 11월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상세정보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웹사이트(mediacityseoul.kr)와 서울시립미술관 웹사이트(sema.seoul.go.kr) 참고

    참여작가 : 강상우, 고등어, 김민, 라이프 오브 어 크랩헤드(에이미 램, 존 맥컬리)[Life of a Craphead (Amy Lam and John McCurley)], 류한솔, 리랴오(Li Liao), 리우추앙(Liu Chuang), 리처드 벨(Richard Bell), 림기옹(Lim Giong), 무니라 알 카디리(Monira Al Qadiri), 미네르바 쿠에바스(Minerva Cuevas), 바니 아비디(Bani Abidi), 브리스 델스페제(Brice Dellsperger), 사라 라이(Sarah Lai), 샤론 헤이즈(Sharon Hayes), 쉬쩌위(Hsu Che-Yu), 씨씨 우(Cici Wu), 아마츄어 증폭기, 아이사 혹슨(Eisa Jocson), 야마시로 치카코(Chikako Yamashiro), 올리버 라릭(Oliver Laric), 왕하이양(Wang Haiyang), 요한나 빌링(Johanna Billing), 유리 패티슨(Yuri Pattison), 장영혜중공업, 장윤한(Chang Yun-Han), 정금형, 취미가×워크스, 치호이(Chihoi), 탈라 마다니(Tala Madani), 토비아스 칠로니(Tobias Zielony), 폴 파이퍼(Paul Pfeiffer),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Pauline Boudry / Renate Lorenz), 필비 타칼라(Pilvi Takala), 하오징반(Hao Jingban), 합정지구,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 홍진훤, DIS, C-U-T(닐스 엥스트룀, 발렌틴 말름글렌, 빅토르 포겔스트룀, 아론 포겔스트룀, 카론 닐센, 카이우 마르케스 드 올리베이라, 밍 웡), ONEROOM 등 모두 41명(팀)

    문의 : 02)2124-8975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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