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 큰 장이 섰다. 이럴 때 미술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 유형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유형이다. ‘돈키호테’ 스타일이 대세를 이루는 활황기에도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을 사야할지 몇 번이고 고민하는 ‘햄릿’ 스타일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활동 주체로 나눈다면 공급자들은 전자에 가깝다. 서울, 지방 가리지 않고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미술품 장터(아트페어)가 열리는 배경이다. 수요자들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아니 가까워야 한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정말 내가 원하는 작품인가’ ‘가격에 거품은 없는가’ 등을 차분하고도 냉철하게 따지고 살펴봐야 하는 까닭이다.
기발하고 신선한 MZ세대 맞춤형 아트페어
지난 6월 성황리에 끝난 ‘더프리뷰 한남 with 신한카드’가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확장성과 이벤트를 더해 ‘더프리뷰 아트위크 with 신한카드’라는 이름으로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신한카드 사내벤처 ‘아트플러스'(ART+)가 주관하고 기획사 아트미츠라이프(Art Meets Life)가 기획한 미술품 장터다.
우선 기존 ‘더프리뷰 한남’에 참가했던 32개 갤러리들을 지역별 6개군(을지로, 종로&성북, 용산, 마포, 부산&제주, 그 외)으로 나눠 투어 코스를 개발한 게 눈에 띈다. 관객들이 전시 내용과 작품을 미리 보고 코스를 선택해 방문할 수 있도록 이를 온라인 아트 플랫폼 ‘My Art Flex’ 내에 지도 형태로 만들어 공개했다. 주변의 신생 화랑들 20여 곳까지 갤러리 투어 코스에 포함시켰다.
‘더프리뷰 아트위크’ 기간 동안 갤러리들을 직접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도장깨기’ 미션에 참여함으로써 투어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아트 패스포트에 방문 갤러리들의 로고 스탬프를 일일이 찍는 방식이다.
하이라이트는 로비 프로젝트이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미디어 작가 ‘홍범’의 설치 작품 <숨의 숲>을 신한카드 사옥(을지로 100) 1층 로비에 전시했다. 작가가 지난 몇 년간 만들어 온 ‘기억의 잡초’ 시리즈의 집합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 제작한 작업들까지 포함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관람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작품과 함께 울리는 오르골은 2022년을 앞두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프리뷰 한남에 이어 이번에도 갤러리들의 참가비를 면제했다. 신진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 판매 독려 차원이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갤러리와 작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메타버스(가상공간)도 열어 관객들을 초대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6개 갤러리 투어 코스별로 해당 지역 건축물의 특성을 살린 ‘더프리뷰 아트월드’를 구축하고 갤러리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인증샷 촬영 등의 이벤트도 마련했다.
더프리뷰 아트위크는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참가 갤러리와 출품작들을 소개한다. 모든 작품은 갤러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아트 플랫폼 ‘My Art Flex’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홈페이지 : www.thepreviewartweek.com
인스타그램 : @thepreviewartfair
비엔날레급 신개념 종합 아트페어
신세계 센텀시티는 미술시장의 활황 속에서도 특정 몇몇 작가의 작품만 과열되고 정작 미술사에서 높이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은 시장에서 외면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미술계뿐만 아니라 대형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최근 흐름에 편승해 잇따라 아트페어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 센텀시티의 이런 기획은 다소 결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예술 전문 서적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해서 선보이는 독립 출판사들의 특별한 한정판 아트페어부터 차세대 신진 디자이너, 공예가들이 야심하게 준비한 디자이너 가구와 크래프트, 그리고 미술시장만이 아니라 미술계가 주목하는 ‘실력파’ 작가들을 소개하는 솔로쇼 등을 한데 모아 행사를 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접목시킨다’는 취지로 출발한 솔로쇼가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나아트, 학고재 등 서울의 메이저 화랑을 비롯해 부산공간화랑, 조현화랑 등 부산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화랑들 27곳이 참여한다.
솔로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 화랑이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한 작가만의 작품들을 둘고 전시를 선보인다.
가나아트(이주영), 갤러리2(김수연), 갤러리미고(양준화), 갤러리 소소(이인현), 갤러리 신라(박두영), 갤러리 아리랑(임희조), 갤러리 우(한충석), 갤러리 이배(이상민), 갤러리 이알디(강석형), 갤러리조선(이은), 갤러리 플래닛(양승원), 데이트갤러리(윤상렬), 백아트(한영수), 부산공간화랑(전혜원), 부산미광화랑(송혜수), 소울아트(엔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박노완), 아트사이드(임창민), 어컴퍼니(J.H.R), 에이라운지(한성우), 원룸(황효덕), 의외의조합(잭슨홍), 조현화랑(이소연), 카린(홍지윤), 학고재(박광수), 현대미술회관(장건율) 등 200여 점
부산 건축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21 부산건축제’ 역시 ‘아트. 신세계’ 일정에 맞춰 오는 11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지하 2층 중앙광장에서 열린다. 아직 미술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신진작가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2021 Under 39’도 부산건축제 종료 이후 중앙광장에서 마련한다. 높은 경쟁률의 공모를 뚫고 뽑힌 39세 이하 젊은 작가 40명의 열정을 확인하며 부산 미술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자리다. 특별부스인 ’10만원 Zone’도 구성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아트 컬렉팅의 문턱을 낮출 예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이번 ‘아트. 신세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차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신신’을 섭외해 도록 및 전시디자인 전체를 맡겼다.
형광색의 디자인이 보통의 백화점 미술행사 연출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던 275C는 공기 조형물을 백화점 곳곳에 세워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각종 오브제들을 조합한 대형 조형물 감상을 통해 이번 행사의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다.
▶ 아트페어
1부 – 2021 부산아트북페어-프롬더메이커즈(독립출판사들의 아트북페어)
2부 – 리빙아트페어-사물의 온도(Art Meets Life 기획. 30여 명의 공예가, 작가, 디자이너가 참가. 가을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연출과 기획이 특징)
3부 – 아트페어-솔로쇼(아트페어와 기획전시의 형식을 결합한 ‘미술시장연구 프로그램’ 표방)
■ ART. SHINSEGAE(아트. 신세계)
2021.10.27(수) ~ 2021.11.28(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부산 광역시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미술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작가, 디자이너 중심 차세대 아트페어
문학, 미술, 건축,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아트 페스티벌*아트페어
아트북페어(10.27~10.31, 9층 문화홀)
리빙아트페어(11.3~11.7, 9층 문화홀)
아트페어(11.10~11.14, 9층 문화홀)*부대행사
부산건축제(11.4~11.11, 지하2층 중앙광장)
Under 39(11.19~11.28, 지하2층 중앙광장)문의 : 051)745-1508
컬렉터 시점의 전시 <매니폴드 : 사용법>이 온다?!
‘매니폴드 : 사용법’은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컬렉터가 참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작품 구매에서 개인적인 전시 및 감상까지의 사용법을 제시하는 전시 형태를 가리킨다. 작품의 발견과 감상, 선택과 취향에 따라 각자 다른 이해 방식, 비평적 판단의 예시, 그리고 실제 구매를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전시 형식으로 제공해 관람객 및 컬렉터들의 이해를 돕는다고 보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여는 기획 전시 ‘매니폴드 : 사용법’은 이를 위해 컬렉터의 시점으로 작성한 전시공간 사용법을 도록에 소설적인 문체로 수록했다. 예비 전속작가제는 2019년부터 두 기관이 미술계 및 미술시장 생태계 속에서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능력 있고 뛰어난 갤러리들과 함께 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추진해 온 지원 사업이다. 사업의 연장선에서 예술의전당과 MOU를 맺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원 화랑 및 전속작가를 소개하는 첫 전시를 공동주관으로 지난해 기획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취소하고 온라인 전시로 대체한 바 있다. 내실을 더욱 견고히 해서 올해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매니폴드 : 사용법’은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통해 선정된 화랑 중 전속작가 육성에 크게 기여한 7개의 우수 전속 화랑을 소개하고 이들이 육성하는 19명의 전속작가의 작품 약 6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감상뿐 아니라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까지 할 수 있다. 컬렉터의 사적인 전시공간처럼 연출한 9개의 섹션들은 서로 열려 있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실내공간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집이나 회사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친밀감을 느끼도록 이끌기 위한 공간 구성이다.
미술계와 미술시장 생태계에서 컬렉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컬렉터의 수준과 역량이 장래의 한국 예술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을 컬렉션의 수월성과 확산을 이끌어내는데 투여해야 한다.
– 유진상 예술감독 –
■ 매니폴드 : 사용법
11월 2일 ~ 11월 17일
10:00 – 19:00
*매주 월 휴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디스위켄드룸(곽상원, 장은의, 최지원), 갤러리 소소(김윤수, 송민규, 이해민선), 아터테인(양경렬, 유용선, 전희경), 스페이스 윌링앤딜링(로와정, 장성은), 갤러리 이배(배상순, 이우림, 임지빈), 갤러리 조선(안상훈, 정정주), 아트스페이스 휴(김창영, 박광선, 윤상윤) 등 7개 갤러리 19명 작가 참여
문의 : 02)2098-2932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아트플러스, 신세계갤러리,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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