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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이 모든 것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에릭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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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 우리가 보았던 보름달은 누군가의 교체 작업을 통해 이뤄졌을 지도 모른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이야기냐고? 내친김에 한 술 더 보태어 본다. 하얀 양털을 깎아 하늘로 올려 보내니 구름이 되었다. 다음 차례는 검정의 양인 것을 부니 곧 번개가 치겠다.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라는 유행가 가사를 이미지로 옮기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약 8개월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라이스페이퍼와 대나무로 만든 등, 전구로 7개의 여러 빛깔 달을 표현했다. Ⓒ Erik Johansson, 2021 / Full Moon Service, 2017


    Ⓒ Erik Johansson, 2021 / Cumulus & Thunder, 2017

    첫 번째 작품명은 ‘Full Moon Service’.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차량에서 달을 꺼내 하늘의 달고 있는 모습뿐 아니라 트럭에 붙은 월령(달의 위상을 1일 단위로 표시한 것) 차트 등 시시콜콜한 디테일까지 살려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두 번째 작품 ‘ Cumulus & Thunder’에서 인간은 양털을 깎아서 구름으로 올려 보내는 조력자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눈앞에 펼쳐내는 마력은 남녀노소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위의 두 사진은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인 에릭 요한슨의 작품이다. 리터칭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법한 세계를 사진으로 표현해 내는 금손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여타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다. 그는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낸다. 풍부한 상상력에 더해진 섬세한 포토샵 기술. 이미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이 형성된 작가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Beyond imagination>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네이버공연전시판이 만났다.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인 에릭 요한슨 |올댓아트 김지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모두가 그랬지만 저 역시 코로나19로 이상한 시간들을 보냈어요. 평소 여행 다니는 것을 즐겼는데, 팬데믹으로 그러지 못하니 무척 답답했죠. 스웨덴에 있는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했고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 이 시기가 나에게 창의적인 영감들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랐어요. 삶은 통제되었지만 그만큼 작업에 집중하며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한국을 다시 오게 되었고요.
     
    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전시 <Impossible is Possible>13만 명이 다녀갔다고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먼저, 지난번보다 규모가 커졌어요(웃음). 큰 작품들과 신작들도 추가됐고요. 예술의전당에서 63빌딩으로 전시 공간이 달라진 것도 큰 차이인데요. 같은 작품도 다르게 보이는 새로운 경험을 할 겁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서 봤으면 하는 작품이 있나요
    하나의 작품을 꼽기는 어려워요. 음. 신작 위주(웃음)? 제 작품에는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관람객에게는 인상적인 것이 다른 관람객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각자의 상황과 상상에 맞게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이 전시를 즐기는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봅니다. 



    Ⓒ Erik Johansson, 2021 / Ideas come at night, 2021

    지혜로운 시각에서(웃음) 저는 <Ideas come at night>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작품은 제 경험에서 나온 것인데요. 주로 밤에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데 막상 잠에서 깨어나면 그 기억들이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거나 나쁘게 기억이 되곤 하더라고요. 그래도 하나 정도는 보통 남아있기 때문에, 혹은 그중 하나라도 남아있기를 바라며 그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 Erik Johansson, 2021 / Work Together, 2020

    다수의 한국 직장인들이 <Work Together>라는 작품에 공감할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은 협업의 딜레마가 느껴졌어요.  
    사실 저는 평범한 직장에서 근무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온전한 제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학에서 팀 과제를 하면서 종종 경험한 일이죠(웃음). 다만 저는 이 작품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미는 척을 하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진실로 밀고 있다 착각할 수도 있다고요. 그에 따라 달라지는 상상의 결과물들이 무척 재미있을 겁니다.






    자신의 작품을 관람 중인 에릭 요한슨 |올댓아트 김지윤

    에릭 요한슨이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15, 부모님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고서다. 셔터를 누르면 끝나버리는 찰나의 미학이 아쉬웠던 그는 자신의 사진들을 합성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그 즐거움을 연장하는 법을 터득했다. 독학으로 포토샵을 배웠다고 믿기 힘든 실력, 비밀은 노력이다.
     
    평균적으로 1년에 8개 정도의 작품을 완성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설명해 주세요.
    일단 아이디어를 고민하고요. 노트에 스케치를 해요. 그런 다음 그에 맞는 인물, 소품, 장소를 찾죠. 모든 것이 결정되면 테스트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습니다. 공간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 사진을 찍는 과정은 오히려 시간이 적게 걸려요. 플랜만 잘 짜여 있으면요(웃음). 이후 포토샵 작업을 하는데, 따로 CG(computer graphics)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부가적인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요.
     
    장소 선정이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을 주로 다녔어요. 인상적인 풍경이나 집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꼭 이곳에만 국한하진 않아요. 생각하는 앵글만 나온다면요.



    에릭 요한슨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 |올댓아트 김지윤

    위에 언급하신 과정 중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플랜을 짜는 게 제일 어려워요. 지역을 선정하고 인물, 소품을 선정하고 포토샵 작업을 하고 이 모든 것들은 플랜만 잘 짜여 있으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표현은 작가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교육이나 경험이 작가님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을까요.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긴 한 것 같아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그러다 보니 계산에 따른 절차를 활용하는 것에 익숙한 편이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단계적으로 하려고 해요. 



    Ⓒ Erik Johansson, 2021 / Stellantis, 2019


    Ⓒ Erik Johansson, 2021 / Daybreaker, 2018


    Ⓒ Erik Johansson, 2021 / Cutting Dawn, 2016

    작품들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주로 지인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선발 기준이 있나요?
    주로 그렇긴 하지만 상황에 맞게 지나가는 행인 등을 세우기도 합니다. 기준은 최대한 평범한 사람으로 합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보다 부각되지 않도록 말이죠. 그리고 인물에 대해 포토샵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아요.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작가님은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상상력, ,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을 하나의 공간, 하나의 시간에서 얻진 않아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하게 얻는 편이죠. 작업이 길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한 번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중간중간 다른 아이디어를 위해 이동을 하기도 하고, 기존의 것을 활용하거나 합치거나 하기도 하죠.
     
    작가님에게 좋은 사진이란?
    느낌이 좋은 사진(웃음)? 두 가지 시선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사진 자체만 놓고 보면 밝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거나 그걸 통해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품고 감정을 전하는 사진을 찍는 노력을 해야겠죠.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요.
    저도 항상 창의적이진 않아서요(웃음). 당연히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그 작업에서 최대한 떨어져 있으려고 해요. 관련이 없는 일을 하죠. 그렇게 거리를 두다 보면 또 답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 가장 거리를 뒀던 작품은 무엇인가요(웃음)?
    풀 문 섹션에 있는 <라이브러리>라는 작품입니다. 도서관을 안쪽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바깥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주고 싶었는데, 그 도서관을 찾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무척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돌고 돌아 찾아낸 곳은 제 고향의 도서관이었어요. 2년 정도가 소요된 작품입니다.




    Ⓒ Erik Johansson, 2021 / Lifetime, 2017


    Ⓒ Erik Johansson, 2021 / Comfort Zone, 2019

    작가님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다만 저는 여유가 있을 때 영감을 얻는 편인데, 한국은 늘 전시 때문에 오다 보니 일정이 짧아 깊게 느끼진 못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무척이나 친절하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웃음).
     
    한국에서 촬영을 한다면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예전에 제주도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제주의 화산 지형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 여러 사진을 촬영해 두었는데 아직 맞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활용을 하진 못했어요. 어울리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젠가 작품에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들이 왜 나의 사진을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웃음)?
    그걸 모르겠어요(웃음). 아마도 한국인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몰입도가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저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도 저를 좋아하니까 그 감정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 아닐까요.
     
    2015년 이후 환경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이외에도 작가님이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환경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고민하고 있어요. 여행, 미지의 세계도 그중 하나고요. 그렇지만 한 분야에 한정 짓고 싶진 않고, 최대한 모든 것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으려고 합니다. 관람객들도 저처럼 다양하게 바라보면 좋겠고, 영감을 많이 얻어 가면 좋겠고요.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나 작업이 있나요?
    평소 작업을 할 때 음악을 많이 듣는데요. 가능하다면 음악 관련된 아티스트나 밴드랑 협업을 해보고 싶긴 해요. 협업은 항상 오픈되어 있습니다(웃음). 



    Ⓒ Erik Johansson, 2021 / Looking for Stars, 2019

    아직 실행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많아요(웃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라 실행되지 못했는데요. 이를테면 1000명 정도의 인원 섭외해야 하거나 예산이 부족하거나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죠. 그렇다고 그 아이디어를 버리진 않았어요.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속 품고 있습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은 때때로 자극이 되거든요. 한계 안에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작품 활동에도 많은 변수들이 있었을 텐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최근 준비하는 신작은 영상을 활용한 작품들이에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부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요. 그땐 팬데믹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져 더 많은 분들과 만나길 바라봅니다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티스트를 포함한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 배움의 시작은 시도다,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입니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으면 합니다.

    에릭 요한슨 사진展 V2
    Beyond Imagination Episode 1
    2021.09.16. ~ 2022.03.06.
    오전 10시 ~ 오후 7시 까지 (입장 마감 : 오후 6시 30분)
    서울 63빌딩 60층 63아트 미술관

    글·사진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사진 |씨씨오씨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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