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판매’, ‘역대 최다 관람객’ 등 다양한 수식어를 남긴 키아프 서울 2021(Kiaf SEOUL 2021)이 지난 17일(일)에 폐막했습니다. VVIP 관람객을 대상으로 문을 연 13일(수) 당일에만 50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들어 “이곳은 이미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상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키아프가 온라인으로만 열렸던 까닭에 현장 행사의 갈증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올해 키아프의 열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2021 키아프, 도대체 왜! 이렇게 뜨거웠던 걸까요?
아트테크
재테크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이 나이를 막론하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절세의 목적을 포함해 규제가 많은 부동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은데다 인테리어, 관람, 수익까지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투자자들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아트부산에서도 확인했지만, 이번 키아프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컬렉터들이었습니다. 키아프에서 만난 한 갤러리 관계자는 “초고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연령대가 높다. 하지만 1,000만원 미만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20대에서 40대 정도의 컬렉터들이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컬렉터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긴 했지만 키아프가 이번에 처음 도입한 VVIP 티켓 판매도 구매력을 갖춘 젊은 컬렉터들을 모으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미술품 구입 시장에 막 발을 담근 터라 갤러리와 별다른 연이 없는 이들은 장당 30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전량(100장) 매진’으로 화답하며 역대급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키아프 참가 갤러리들에게 제공한 VVIP 티켓(4,000장)을 소지한 기존의 ‘큰손’ 수집가들과 셀럽, 취재진까지 몰려 결과적으로 VVIP 관람일에만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입장했습니다. 이들이 행사 기간 전체 매출의 50%를 가져가면서 영업 측면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지만 길게 늘어선 줄로 입장이 지연됐고 전시장 내부도 워낙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오늘이 VVIP를 위한 관람일이 맞기는 맞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온 컬렉터들이 인기 작가의 작품을 서로 구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풍경이 전시장 곳곳에서 연출됐거든요. 벽에 걸기도 전에 바닥에 놓인 작품을 사겠다는 문의가 빗발쳤고 갤러리들은 팔려나간 자리를 새로운 작품으로 채우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갤러리와 연이 있는 컬렉터들이 개막 전 미리 연락해 작품을 예약하거나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미리 구매하는 바람에 허탕을 친 관람객들은 “이렇게 빨리 왔는데 작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완판’을 기록한 작가와 갤러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 솔로 전시로 부스를 꾸민 페로탕 갤러리가 일찌감치 완판 대열에 합류했고 가나아트의 김구림, 갤러리현대의 이건용, 이강소, 국제갤러리의 박서보, 하종현 등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작가들의 작품도 모두 팔렸습니다.
한국으로 눈 돌리는 해외 미술계
코로나19로 해외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젊은 컬렉터들의 주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해외 유명 작가들과 세계적인 갤러리들도 잇달아 한국 미술 시장을 찾고 있는데요. 리안갤러리의 엘리자베스 페이튼, 국제갤러리의 줄리안 오피 개인전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기회가 많아지며 해외 미술 시장에 대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 또한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키아프 서울 2021>에는 페이스, 리만머핀, 페로탕 등 해외 주요 갤러리가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4월 한국 지점을 개관한 독일 베를린의 쾨닉과 에스더 시퍼, 페레즈 프로젝트, 미국 뉴욕의 글래드스톤 등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갤러리들이 키아프 첫 참가 소식을 알렸습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알렉스 카츠(Alex Katz)와 아니카 이(Anicka Yi)의 신작을 들고 키아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해외 갤러리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을 비롯해 유럽의 아트페어에 먼저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열리는 키아프에 참석하더라도 갤러리에서 소장한 최고의 작품들은 볼 수 없겠죠. 글래드스톤 갤러리 관계자는 “처음으로 키아프에서 선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최고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본사와 지속적인 협의 끝에 알렉스 카츠와 아니카 이의 신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니카 이는 ‘현대 커미션(현대차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11년 장기 후원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초대형 전시장 터바인 홀에서 신작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함)‘의 주인공으로 뽑혀 현재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 홀에서 작품을 전시 중인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얼마 전 재개관한 한남동의 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 위해 일정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내년 초 청담동에 분점을 내고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합니다.
10월 13일(수)부터 17일(일)까지 열린 <키아프 서울 2021>은 방탄소년단 뷔와 RM의 방문, 닷새간 약 88,000여명의 관람객 동원, 650억원 작품 판매 등 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과열된 미술품 투자 논란, 갑작스레 늘어난 관객의 관심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운영상의 허점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남겼습니다. 내년부터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영국의 ‘프리즈’와 공동 개최하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긍정적 요소를 더 발전시키고 부정적 요소는 바로잡음으로써 명실상부한 ‘K아트’ 근거지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하겠습니다.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키아프 서울, 리안갤러리, 국제갤러리, 글래드스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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