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카드업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여행 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태 지역 소비자 10명 중 4명이 12개월 안에 해외여행을 떠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10명 중 3명이 1년 안에 해외여행을 떠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아직 여행을 떠나기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자니 답답한 그 마음, 이렇게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대 미술 작가 8인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한 고양문화재단의 <팔팔한 도시여행-8주간 떠나는 8개의 도시여행>展이 오는 12월 19일까지 경기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세계 도시를 테마로 국내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자유로운 일상이 어려워진 시기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기획되었는데요.
김덕기, 이규태, 이미주, 박준, 한석경, 최보희, 이승연, 경일메이커스 등 8명의 작가들이 우리 집, 발리, 뉴욕, 바르셀로나, 파리, 방콕, 런던, 마라케시(모로코)의 8개 도시를 테마로 한 100여 점의 작품을 8개의 섹션에 8주간 선보입니다.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볼까. 숙소는 어디로 정할까. 계획을 세우는 그 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먼저 가족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그려내는 따뜻한 작품 세계로 호평받아 온 김덕기 작가는 작품 ‘Trip’을 통해 여행을 막 출발하려는 가족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을 전합니다. 떨림, 기대감, 따뜻함을 주는 그의 그림은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기에 충분합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색감을 간직한 손바닥만 한 그림은 사실 십여 개의 색으로 이루어졌다. 흰 종이 위에 수 겹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수십 개의 다양한 빛을 발산하게 된다.
BTS의 그래픽 리릭스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한 이규태 작가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다가 색연필만으로 평화롭고 따뜻한 감성을 담은 일러스트를 선보이며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1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뉴욕’을 테마로 그가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따스한 색감의 손바닥만 한 드로잉에 가득 담아 선보입니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 대한 관심은 ‘모던(modern) 이슬람 국가’라 불리는 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심리학자인양 이들의 존재를 살피고, 인류학자인양 지구와 인류의 흔적을 좇는다.
‘이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들의 정체성은 어디서 오는지 알고 싶었다’는 이승연은 ‘마라케시(모로코)’를 테마로 낯선 세상과 생경한 이들을 정탐하듯 핸드 터프팅 카페트(손으로 실을 심어가며 완성하는 방법), 드로잉, 영상, 설치 등으로 작업했습니다. 2017년까지 영국 아티스트 알렉산더 어거스부스와 ‘더 바이트 백 무브먼트(The Bite Back Movement)’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한 그녀의 작품은 영국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National Portait Gallery)에 소장되기도 했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의 발리는 기도하고 사랑하는 도시로 그려진다.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품은 서퍼들의 도시이며,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요가를 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도시이기도, 그리고 발리에는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신화의 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힐링 그 자체의 도시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지역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온 한석경은 이번 전시에서 ’파이란 봄바다’ 영상과 ‘신, 유유자적’의 나뭇조각 모습으로 힐링의 도시 ‘발리’를 보여줍니다. 한없이 넓은 바다와 반복적으로 갈아 만든 30개의 나뭇조각, 발리 신화에 나오는 동식물 등으로 표현한 작품은 힘든 시기 모두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지중해 기후의 밝고 경쾌한 에너지가 넘친다.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하면서 거리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숨어있다.
산업 디자이너에서 순수 예술 작가로 전향하여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는 이미주는 그녀가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바르셀로나’를 테마로, 밝고 경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바르셀로나의 수많은 장면과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최보희 작가는 독일 유학 생활을 하며 낯선 외국 땅에서 타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작품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그는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 낯섦, 불안정함에서 벗어나, 그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로 시점을 옮겨 다양한 유럽의 도시를 오가며 ‘여행자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런던의 상징인 빨간 2층 버스가 바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고, 그 앞에는 여행 가방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이 여행 가방들 사이로 세계 각국의 언어 소리가 들리고요. 빨간 2층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착각이 심장을 뛰게 합니다. ‘여행자 시리즈’는 향후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이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까요?
끝으로 경일메이커스는 예술의 도시 ‘파리’를 주제로 그래픽과 패턴을 베이스로 조합한 설치 프로젝트로 에펠탑을 표현했습니다. 에펠탑은 사연과 역사를 가진 파리의 상징적 구조물입니다. 많은 반대가 있었고 20년 동안만 제한적으로 설치하는 프로젝트였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죠.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낭만의 도시 파리를 상징해온 에펠탑은 최근 조명의 컬러를 바꾸며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에서 우뚝 솟은 에펠탑은 도시 내 어디에서도 볼 수 있기에 그 메시지는 강력하고 화려합니다. 경일메이커스 에펠탑의 메시지도 읽으셨나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장르의 폭을 넓혀 구성한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1세대 여행가 겸 작가 박준도 참여합니다. 여행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비행기 티켓, 입장권, 기념품 등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텐데요. 박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온갖 물건을 전시장 한가운데 즐비하게 쌓고 늘어놓았죠. 「온 더 로드,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를 인상 깊게 읽었던 분이라며 그의 물건들이 더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고양문화재단은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고양아람미술관(031-960-0180)과 고양문화재단 콜센터(1577-7766) 및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
<팔팔한 도시여행> 展2021. 10. 14(목) ~ 12. 19(일)
오전10시~오후6시
(입장마감 오후5시30분)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일반 5천원, 학생 4천원,
고양시민 1천원 할인,
문화가 있는 날 3천원
올댓아트 김지윤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고양문화재단
콘텐츠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