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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손발 척척’ 미술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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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끌고 언니는 밀고…’

    화창한 봄날씨를 보인 지난달 31일 성북동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한 ‘스페이스 캔’에 언니(김보희 작가)와 동생(김성희 캔 파운데이션 이사)이 나란히 마주앉았습니다. 스페이스 캔은 2008년 예술창작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돼 2011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후 작가 발굴 및 지원, 해외교류 전시와 국내·외 미술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캔 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입니다.

    스페이스 캔 외관(왼쪽)과 내부 전시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90년과 60년 된 가옥 두 채를 연결해 2010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오래된 집’도 캔 파운데이션이 운영 중인데요. 스페이스 캔에서 불과 30m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래된 집 전시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전경

    캔 파운데이션은 두 공간에 김보희 작가의 풍경 연작들을 펼쳐 놓았습니다.

    2010_022-Towards,-2013,-Color-on-canvas,-280x180cm,-천-위에-채색,-2013(왼쪽). 2010_033-towards,-145×91-cm,-천-위에-채색,-2013(오른쪽)

    2008년 출범 후 언론간담회는 처음이라고 운을 뗀 김성희 캔 파운데이션 이사는 “지난 10여 년간 작가 창작 활동 지원과 예술 교육활동 지원 사업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와 미술을 연결하는 선순환 형성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작품 판매 등 프로모션에도 적극 나서달라는 작가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향후 캔 파운데이션의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하는 일종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스페이스 캔에서 열린 언론간담회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캔 파운데이션은 국내외 레지던시 입주 작가 선발, 전시 지원 등의 사업을 꾸준히 벌여오면서 미술계와 신진, 중견 작가들 사이에선 꽤 입소문이 나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생의 순환을 환상적인 색으로 풀어낸 풍경 연작으로 유명한 김보희 작가가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동생(김성희 이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는 김 작가는 “10년 전 베이징의 ‘따산즈 798예술구’에 캔 파운데이션의 창작 전시 공간이 문을 열었을 때는 전시 좀 하게 해 달라고 내가 부탁했는데 이번에는 동생이 부탁을 해 왔다”며 웃었습니다. 김보희는 지난해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국내 생존 작가 개인전 기준 최다 관람객을 동원할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김보희 작가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김성희는 “언니(김보희 작가)와 같은 대학(이화여대 77학번), 같은 전공(동양화)으로 미술을 시작했지만 언니가 그림 그리는 걸 보고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재빨리 전공을 갈아탔다”며 언니를 추켜세웠습니다.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김성희는 갤러리 큐레이터를 거쳐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교수이자 캔 파운데이션 기획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김성희 캔 파운데이션 기획이사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이번 전시는 김보희 작가가 캔 파운데이션의 취지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후원 개념으로 여는 것으로,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의 활동 후원 및 교육 사업을 위해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왼쪽부터 김성희 이사, 김보희 작가, 김 이사의 아들이다.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자, 그럼 지금부터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지 함께 둘러볼까요?

    지난해 금호미술관 전시와 마찬가지로 전시 제목은 <TOWARDS>입니다. 번역하면 ‘~을 향하여’가 되겠네요. 어디를 향하느냐가 핵심이 될 텐데 김 작가는 간담회에서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며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예술적 지향점은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자연입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캔버스와 한지, 분채 및 아크릴 등을 혼용해 색감의 대조와 조화를 꾀하는 작가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시선으로 풍경 연작을 화폭에 담아냅니다.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대상인 자연을 그리면서 자연의 생명력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층적 감성을 이끌어내는 거지요.



    지난달 31일 스페이스 캔에서 열린 언론간담회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이번 전시 대표작 또한 <Towards>(2013)입니다. 200호에 달하는 대형작으로, 작가 특유의 섬세한 세필로 겹겹이 쌓아낸 식물의 초상에서 자연의 생동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보희_Towards_2021_Color on Canvas_194x520cm,97x130_8pcs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지난해 ‘금호미술관’ 전시를 다녀간 BTS의 리더 RM이 ‘인증샷’을 올려 SNS를 뜨겁게 달궜던 작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스페이스 캔’ 전시에선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벽에 걸어놓아 눈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야자수와 달의 감흥을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스페이스 캔 전시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2000년대 중반 작업인 무채색 바다 풍경 연작 ‘In between’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때는 작가가 이화여대 교수직에서 정년 은퇴(2017년)한 후 제주도의 작업실로 입주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알려진 다채로운 색채의 지금 화풍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오래된 집 전시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노을이 깔리는 제주도의 해질녘 풍경을 화려한 ‘주홍빛’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장엄하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했습니다. 



    스페이스 캔 전시 전경

    작가의 나이(1952년生)를 전체 인생에 비유한다면 글쎄요, 황혼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살아보니 인생의 황혼녘이 어둡고 쓸쓸하지만은 않더라. 눈부시게 아름답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을 작품에 담았다고 합니다.



    2020_024-Jungmoon1911B,-2019,-Color-on-canvas,-162-x-130cm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신작도 소개합니다.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바다 풍경 시리즈 신작 5점을 포함해 16점 내외의 작품을 ‘스페이스 캔’ ‘오래된 집’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서양화 같지만 동양화 전공 출신답게 동양화 붓이 주는 섬세한 터치가 중층을 이루면서 깊이감을 더합니다. 담백하면서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오래된 집 전시 전경 ㅣ캔 파운데이션 제공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기법과 시각으로 현대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 <TOWARDS>는 오는 8월1일까지 계속됩니다. 김보희의 대표작으로 구성한 포스터, 엽서 그리고 에코백과 같은 다양한 전시연계 아트 상품도 판매합니다. 전시는 온라인 사전예약제로 운영합니다.

    ■ 김보희 개인전 <TOWARDS>

    2021년 6월 1일(화) ~ 2021년 7월 3일(토)
    스페이스 캔(서울시 성북구 선잠로 2길 14-4)
    오래된 집(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8길 16)
    월~목 10:00 – 18:00
    금, 토 10:00 – 20:00
    *일요일 휴관
    *네이버 사전 예약제 운영
    주최 : (사)캔 파운데이션
    관람료 : 3,000원
    문의 : 02)766-7606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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