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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재 발굴단에 출연했던 소년 아티스트의 멋진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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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SBS의 인기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나와 ‘라이브 드로잉(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작업의 종료와 동시에 작품을 완성하는 기법)’을 뽐내던 어린 소년이 있었습니다. 열세 살의 임이삭 군이었는데요. 나이답지 않은 조숙함이 눈에 띄는 출연자였습니다. 라이브 드로잉 작업 동안에는 식사도 하지 않고 몇 시간을 집중하는 등 누구보다 진지했습니다. 특히 사회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 본 뒤 그림으로 표현해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 소년이 자라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벗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who is the OUTSIDER>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술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아티스트, 기성 가치관을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전시입니다. 피부색이 다른 아티스트부터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까지 임이삭 작가를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재 발굴단 출연 당시 모습이 떠올랐고 근황이 궁금해졌습니다. ‘미술을 계속하고 있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훌쩍 성장한 만큼 작품 세계도 크게 변한 ‘작가 임이삭’을 지난달 24일 만났습니다. 벗이 미술관 전시 작품들은 라이브 드로잉이 아니라 모두 회화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미래 계획과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임이삭 작가 사진 ㅣ 올댓아트 구민경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울진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강화도 산마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8살 임이삭입니다.

    영재발굴단 출연이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내면적으로나 작업적으로나 많이 성장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나요.
    산마을 고등학교는 기숙형 학교입니다. 생활하는 공간이 우선 달라졌어요. 사용 재료들도 다양해졌습니다. 또 요즘 작가인 저와 학생인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들에 관한 책을 읽고 뉴스도 보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주로 관심이 가는 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사 상식, 정치, 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많이 가르쳐 줘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임이삭, 언론 비판 2021 ㅣ 임이삭 작가 제공

    어머니가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까?
    유전 같은 직접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미술이나 그림 그리는 걸 따로 가르쳐 주진 않으셨어요. 어머니가 일러스트 작가이시다 보니 집에 항상 펜이나 물감 같은 재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게임기나 TV는 없었고요. 자연스레 ‘미술’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런 생활이 제게는 일종의 놀이였습니다. 어머니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합니다. 색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감각이랄까, 이런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색을 잘 모르기도 했고 큰 관심도 없었는데 어머니가 색을 다채롭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패드에 패션 일러스트를 그렸고 그걸 작품에 넣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이나 크레용, 색연필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작가로서 한 길을 걷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창작하는 즐거움이요. 정말 재미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운동화를 리폼할 때에는 정말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풀릴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넘어 창작물을 완성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해요. 관람객들과 함께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그런 게 너무 좋아서 작가의 길을 계속 걷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많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임이삭 작가 라이브 드로잉 진행 사진 ㅣ 임이삭 작가 제공


    중간에 멈출 수 없는 라이브 드로잉이 임이삭 작가 작품의 특징인데요. 이 방법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핸드 아트 코리아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 행사에 참석해 보는 게 어떠냐고 어머니가 제안하셨어요. 큰 벽을 혼자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작업의 과정을 온전히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보통 전시를 보러 가면 작가의 완성품을 보잖아요. 라이브 드로잉은 과정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장르도 계속하고 있어요. 이번에 벗이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라이브 드로잉은 아니고 캔버스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린 ‘평범한’ 회화들입니다.
       
    평범하게 그렸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던데요? 작품 하나하나가 탄탄한 이야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어요. 작품 속에 탄탄한 서사를 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림을 그려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카페에 놓인 컵을 봐도 어느 순간 ‘이걸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평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다보니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습관의 힘이죠.

    개별 작품들을 연결하는 공통적인 정서 같은 게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계속 말하려고 합니다. 각각 다른 사건들을 작품에서 그리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떡밥’ 뿌리듯이 여러 작품들을 통해 두루 표현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요?
    음…. 아직은 비밀로 남겨두고 싶어요.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이 스스로 답을 찾길 바랍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앞서 언급한 사색 습관 등까지 고려하면 작업에 투여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나리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요. 학업과 작품 활동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었나요?
    대안 학교에 다니다 보니 일반 학교에 비해 학업 스트레스는 적은 편입니다. 물론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기본적인 수업 시간에도 작업 구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웃음) 학교에서 많이 배려해 줍니다. 작품 구상을 한다지만 선생님 기준으로 보면 사실 수업 시간에 딴짓 하는 거잖아요? 이런 학생을 용인하기가 사실 쉬운 게 아닌데 ‘저런 구상의 시간이 저 학생에게는 필요하구나’ 생각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구상을 하다가 금요일에 집에 와서 그림을 그리는 식이어서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요.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네요. 입시 미술을 공부해 미술 대학에 진학할 계획인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입시 미술을 공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당장 지금 시작한다 하더라도 전부터 열심히 해왔던 친구들에 비하면 크게 부족할 거예요. 미술 대학교를 갈 생각도 없고요.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그런 쪽(미대 진학)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벗이 미술관 임이삭 작가 전시 전경 ㅣ 임이삭 작가 제공


    벗이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됐나요?
    어머니가 제 스케줄이라고 할까요? 필모그래피와 관련한 것들을 전부 맡아서 관리해 주고 계십니다.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벗이 미술관 대표님께서 어머니를 통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어요. 그 인연으로 전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실 제 나이에 이렇게 미술관과 함께 전시를 한다는 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꿈만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긴장도 되고 부담도 있었지만 참으로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벗이 미술관 대표님께서 ‘찬호 형’이라 부르라고 하셨는데 그건 좀 어렵고요. 아무튼 저의 꿈을 만들어주신 벗이미술관 박찬호 대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저의 전시를 멋지게 기획해 주신 김고은 큐레이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임이삭, 옳지 못한 광합성 ㅣ 임이삭 작가 제공


    벗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하나만 소개해 준다면요?
    ‘옳지 못한 광합성’이라는 작품입니다. 제 그림에서 식물이나, 나무, 화분은 그 사회의 악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 혹은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그림을 보면 큰 식물이 있고 그 옆에 판사 복을 입은 남자가 거침없이 판결을 내리려 하고 있지요. 사법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어머니의 열정이 지금의 임이삭 작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고죠.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인수인계(?)를 받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번 전시 작품을 보러 올 관람객들에게 작품 감상을 위한 팁이라든지 작가로서 당부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너무 고맙지요. 팁은 딱히 없습니다. 어찌 보면 무책임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감상은 오롯이 관람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을 제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다양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각자의 결론에 새롭게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무엇보다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의 질문에서 빠진 내용이 있거나 올댓아트 독자들을 위해 꼭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많은 힘이 되어 주시고, 용기가 되어 주세요. 다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영재 발굴단에서 뉴스를 보고 그림을 뚝딱 완성하던 임이삭 작가의 모습이 인터뷰 내내 자꾸 떠올랐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향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들 중 ‘불평등’에 초점을 맞춰 이번 전시에 참가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불평등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저의 시각이 일방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는 불평등한 구석이 많습니다. 이들 사례를 작품에 담아 전시를 꾸몄습니다.
    -임이삭 작가-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는 작가 임이삭.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해지는 그의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계속됩니다.

    ■ <who is the OUTSIDER>

    9월 11일(토) ~ 2022년 1월 16일(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벗이 미술관(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학촌로 53번길 4)
    문의 : 031)333 – 2114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임이삭 작가 제공, 올댓아트 구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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