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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차별 문제, 예술가들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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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dom Ride © Hank Willis Thomas.Courtesy of the artist and JackShainman Gallery, New York. ㅣ 가나아트 제공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시아인을 차별하고 증오하는 현상이 번지는 것도 모자라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Stop Asian Hate’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은 전 세계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동시대의 문제입니다. 작가들은 작품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입니다. 현 시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는 ‘흑인’ 작가 6명을 초청하는 전시 <Today and Tomorrow>가 열리고 있습니다. 

    <Today and Tomorrow>에 참여한 6명의 작가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한 작품들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며 그들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는데요.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인종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입니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African Diaspora)는 노예 무역에 의해 강제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참여 작가 6인은 아픈 역사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상들의 역사를 깊게 탐구하고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치 호이트(Satch Hoyt, 1957년生)



    Hair Combing Cycle © Satch Hoyt. Courtesy of the artist ㅣ 가나아트 제공

    사치 호이트는 음악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소리를 채집하고 작곡해 현장의 상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음원을 조각이나 설치 작품에 담습니다. 작가는 아프리카의 소리를 수집함으로써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환기시킵니다. ‘Hair Combing Cycle’이 이를 잘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흑인 여성들이 원형으로 둘러 앉아 각자 머리를 빗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으로, 조용한 전시장에 머리를 빗는 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청각적으로 먼저 받아들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딜리 도널드 오디타(Odili Donald Odita, 1966년生)

    오딜리 도널드 오디타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아프리카 예술과 고고학을 연구한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아프리카의 미술, 전통 공예품을 보며 자랐고 이것이 작업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서구의 모더니즘과 아프리카 문화를 결합한 게 특징입니다. 1960년대 미국 추상회화의 경향이었던 하드에지 페인팅(Hard Edge Painting)을 사용해 각 색의 구분이 확실하도록 그림을 그리고 아프리카의 직물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띠를 작품에 함께 등장시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갖는 ‘이중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라샤드 뉴섬(Rashaad Newsome, 1979년生)





    Through the Looking_Glass, 2021 © Rashaad Newsome. Courtesy of the artist and Jessica Silverman, San Francisco ㅣ 가나아트 제공

    라샤드 뉴섬은 인터넷과 광고 등으로부터 이미지를 차용하여, 대중적인 이미지에 숨은 권력관계와 차별을 폭로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광고, 인터넷, 미술사, 흑인과 퀴어 문화 등에서 이미지를 추출해 이를 콜라주 작업에 활용합니다.

    Through the Looking-Glass’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으로 아프리카 조각상에 화려한 서양식 의복과 하이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콜라주해 마치 그림을 숭배하듯 바라보는 관람객들을 ‘풍자’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서구 문명에 융화돼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고 살아가는 세태를 우회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적인 가치를 숭배하는 현대인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행크 윌리스 토마스(Hank Willis Thomas, 1976년生)

    행크 윌리스 토마스는 잡지, 유명 브랜드의 광고 이미지 안에 담긴 젠더,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메시지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광고에 들어간 로고나 텍스트 등을 모두 제거하거나 새롭게 삽입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합니다. 이를 통해 광고 제작자의 ‘차별’ 의도 자체를 철저히 배제하는 거지요. 

    대표작으로는 ‘Branded’ 연작이 있습니다. 작가는 흑인을 주 소비층으로 설정한 <JET>라는 이름의 잡지를 아카이빙하여 해당 연작을 제작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이 살해 당한 1968년부터 버락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뽑힌 2008년까지 발행된 광고를 사용했습니다. 이 연작에서 작가는 옛날 노예 무역상들이 흑인 노예에 인장을 찍었던 것처럼, 광고 이미지 중 흑인 모델의 신체에 브랜드 로고를 찍었습니다. 광고에 들어가는 텍스트를 없애거나 로고를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이미지 안에 담긴 다양한 차별의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왼)Four Little Girls (Gold and Black)II(no flash) (오)Four Little Girls (Gold and Black) II (flash) © Hank Willis Thomas.Courtesy of the artist and JackShainman Gallery, New York ㅣ 가나아트 제공



    폴 앤서니 스미스(Paul Anthony Smith, 1988년生), 래드클리프 베일리(Radcliffe Bailey, 1968년生)

    폴 앤서니 스미스와 래드클리브 베일리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라는 공통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해서 표현하는 작가들입니다. 

    폴 앤서니 스미스는 날카로운 수제 도구를 활용하여 사진의 표면에 독특한 패턴을 만듭니다. 고향인 자메이카에서 촬영한 사진을 주 소재로 삼는데, 익명의 시민들이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 경의를 담은 그의 작품은 사진에 작은 구멍을 내 일정 각도에서 바라보면 아프리카 부족의 가면 형상이 드러납니다. 사진에 상처를 내는 독특한 작업 방식은 유색인종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적 착취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래드클리프 베일리는 가계, 인종, 이주, 집단 기억(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전달되는 공동체의 기억)을 주제로 삼아 작업합니다. 과거의 흑인 노예 역사부터 현재의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 담론 전체를 아우릅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아프리카 조각, 부족 가면은 유럽 중심적 사고로 현대미술에 사용되기 시작한 아프리카 미술의 기원을 되짚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Untitled(Voyager)’은 16~19세기 노예 해안(Slave Coast)이라 불렸던, 아프리카 서부의 해안지역에서 자행된 노예 무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엄연한 현실이었던, 충격적이고 아픈 역사를 검은색으로 칠한 ‘배’라는 시각적 대체물로 전시장에 재현해 관람객들이 흑인들이 가진 문화적 고립과 상실감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 <Today and Tomorrow>

    2021년 7월 2일(금) ~ 2021년 8월 1일(일)
    10:00 – 19:00
    *월요일 휴무
    가나아트센터 1,2,3관(서울시 종로구 평창로 30길 28)
    문의 : 02)720-102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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