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정선(鄭敾)으로 불리는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이 열립니다.
박대성 화백(1945년生)은 최근 다소 ‘뜻밖의’ 사건으로 대중에 이름을 널리 알린 적이 있었는데요. 지난 3월 경주 솔거 미술관에서 일어난 작품 훼손 사건, 다들 기억하시죠? 바로 그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박 화백의 전시를 보러 왔던 한 아이가 작품 위에 올라가 이를 훼손하고, 그의 부모는 말리기는커녕 사진을 찍으며 오히려 이를 방관했던 사건인데요. 사건 현장을 담은 영상이 보도되면서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이때 박대성 화백이 나섰습니다. “아이가 한 일이니 문제 삼을 수 없다”라면서 사태 확산에 선을 그은 거지요. 나아가 “훼손 역시 나름의 역사”라며 작품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작가의 인품이 화제를 모은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집사부일체>에 출연(2018년 8월 12일, 32회)한 배우 유준상이 “수묵화를 배우려고 (박대성 화백)을 찾았는데 인생을 배우게 됐다”며 그를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4월 공개한 이건희 컬렉션에 작가의 작품이 포함되면서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제, 작품 얘기로 넘어가볼까요?
이번 개인전의 제목 <靜觀自得(정관자득) : Insight>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제목처럼 작가는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의 주제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해석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 대거 선보입니다.
박대성은 진경산수화의 명맥을 이으면서도 전통에 머물러 있지 않고 한국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양의 미술사조를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습니다. 한국 수묵화의 현대화를 위해 1990년대 초 뉴욕으로 떠나 현대미술을 공부했지만, 서구의 모더니즘 미술이 현대화를 위한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경주에서 먹과 서예에 집중하며 한국 수묵화의 현대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 때문인지 해외에서도 박대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LA 카운티미술관(LACMA), 다트머스 대학의 후드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관을 돌며 2022년부터 순회전을 열 계획입니다.
이번 전시는 미국 순회전을 앞두고 국내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개인전이기도 한데요. 작가의 주요 작품들이 거의 ‘총출동’합니다. 금강산, 천제연폭포, 소나무 등 자연의 소재를 그린 박대성의 신작뿐 아니라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전통 도자기 및 공예품을 사실적으로 그린 ‘고미(古美)’ 연작도 전시할 예정입니다. 오래된 아름다움을 꺼내어 현재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시리즈입니다. 여기에 소규모 정물화까지 있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대성 개인전 <靜觀自得 : Insight>
2021년 7월 23일(금) ~ 8월 23일(월)
10:00 – 19:00
*화요일 휴무
인사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문의 : 02)736-102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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