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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유나얼, 가수 나얼…뭐라고 부르면 더 어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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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얼 프로필 사진 ㅣ 캔파운데이션 제공

     
    가수 나얼,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보컬 나얼, 작가 유나얼…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어떤 호칭이 이 사람에게 가장 어울릴까요. 호칭은 때때로 편견을 만들어 대상의 본질에 다가서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런 편견에 대답이라도 하듯 작가 유나얼이 <Whom Say Ye That I Am?(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는 제목의 전시와 함께 관람객 앞에 섰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정체성이 대중에 더 친숙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20년 이상 미술 작업을 병행하며 여러 차례 개인전도 열며
    – 청담동 십화점에서 열린 개인전 NAMMSE(나음세 : 나얼의 음악세계), 문래동 스페이스 xx에서 열린 개인전 염세주의적 낙관론자(Pessimistic Optimists), 성북동 오트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REACTION TO LIGHT 등 – 활발히 활동해 온 작가입니다. 유나얼이 작품 활동에 얼마나 진심인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가수 나얼이 도대체 왜 미술을 하는 거야?’, ‘나얼 작품은 뭘 얘기하려고 하는 거야?” 등 풀리지 않는 궁금증도 여전합니다.

    최근 전시장에서 그를 직접 만나 가수 얘기는 쏙 빼고 오로지 작가 유나얼에만 집중해 이번 전시의 의미와 작품 세계를 파헤쳐 봤습니다.


    그동안 사진전을 주로 열어 왔는데 이번 전시는 콜라주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진전은 갑자기, 조금 우연히 시작하게 됐고요. 콜라주가 사실 그동안 작가로서 쭉 해 오던 작업이었어요. 옛날부터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물건들로 작업을 많이 했고요. 콜라주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래된 이미지들이 개인적으로 더 좋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재료로 주목할 만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저와 잘 맞더라고요.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와서 자연스럽게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작가 유나얼의 작업을 대표할 수 있는 게 콜라주라는 얘기인데 이번 전시의 구성이나 배치는 만족스러운가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만족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에 사용한 재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뮤직박스요. 뮤직박스는 원래 금속 공예를 하는 기계였어요. 돌아다니면서 고물을 판매하시는 분께 5만 원 주고 샀어요. 계속 전시하면서 가지고 다니니까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유나얼, 뮤직박스 ㅣ 올댓아트 구민경


    유나얼 작가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편견들이 있지요. 피하는 편인가요, 정면 돌파하는 편인가요? 개인전을 열 때마다 등장하는 뮤직 박스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가수 나얼’을 떠올리게 만드는데요.
    대중 가수이다 보니 음악과 관련한 것들이 전시장에 있으면 당연히 그런 생각들을 하시겠지요.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작품들은 아닙니다. 전공이 미술이고 관련 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저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라는 거겠지요. 이런 것들을 굳이 억지로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작업에 임하는 편입니다. 뮤직박스가 처음 전시에 등장한 건 2004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전을 할 때마다 공간에 음악이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각 전시에 맞는 음악으로 바꿔가며 두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작가들을 봐도 작업을 할 때 음악을 듣지 않는 작가는 거의 없더라고요. 음악과 함께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미술 자체를 굉장히 오래 전에 시작했고 미술 전공으로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학사·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 석사도 마쳤는데요. 대중들에겐 미술 작가 유나얼보다는 대중가수 나얼로 더 유명한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일이 많았죠. 뭘 해도 ‘그냥 연예인이 뭐 하나보다…’ 이런 식으로 말이 자꾸 나오고, 기사들도 미술 작품이나 전시 본연의 모습보다는 대부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도 사실이고요. 제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웃음) 곰곰이 생각을 좀 해봤어요. 만약에 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저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 다 똑같잖아요. 원한다고 해서 억지로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래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려고요. 묵묵히 작업해서 더 좋은 작품 만드는 거, 그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 캔오래된 집두 공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관람 순서도 좋고 작품 설명도 좋고 이번 개인전을 보려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스페이스 캔을 먼저 봐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집을 먼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오래된 집에는 직접 만든 입체 작품들을 전시했고 스페이스 캔에는 그걸 디지털 콜라주로 만들어서 확대한 작품들을 걸어뒀거든요. 작은 것부터 보고 큰 걸 보면 좀 더 느낌이 와닿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공간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왼쪽) 오래된 집 전시전경 / (오른쪽) 스페이스 캔 전시전경 ㅣ 캔파운데이션 제공


    SNS에 올라오는 전시 리뷰나 작품 감상 후기들 같은 반응들은 많이 찾아 보는 편인가요.
    그럼요. 제가 만드는 것들이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치는지 궁금해요. 기성 작가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많이 궁금한데 어디를 어떻게 들어가서 봐야할지를 잘 모르겠어요.” 



    유나얼 <Supreme Bible>, Pencil, Spray Paint, Mixed Media, Digital Collage On Paper, 120 x 90cm, 2021 ㅣ 캔파운데이션 제공


    이번 전시에서 유나얼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흑인 음악기독교 교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전부 워낙 큰 주제여서 작품 자체의 기법이나 표현력이 메시지 자체에 파묻혀버리는 현상도 없지 않은 듯한데요.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이번 전시에 끌고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흑인 음악은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예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다’라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얘기했잖아요? 그 이유밖에 없어요. 기독교 교리는 책임감의 발현이예요. 나이 마흔을 넘기고 보니 전시나 미술 같은 창작 활동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요. 영적인 작업이라는 거죠. 미술이나 음악이나 모든 예술 활동들이 영적인 부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을 통해서 신앙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아요. 효과가 있기도 하고요. 아무나 붙잡고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작품을 통해서 먼저 보여주고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되면 상대가 받아들이는 생경함이라는 게 조금 덜한 것 같더라고요. 사람들이 와서 제 그림을 보다가 혹시라도 관심이 생겨 구원을 받게 된다면 기독교인으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없겠지요.”



    유나얼, <Soul Singer>, Conte, Acrylic, Mixed Media On Paper, 110 × 75cm, 2021 작가노트: ” 소울은 혼이고 혼은 인간이고 인간은 창작을 한다. (소울 싱어 마빈게이 드로잉) ” ㅣ 캔파운데이션 제공


    흑인 음악기독교 교리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운 만큼 다뤄야 할 영역이 깊고도 넓은데요. 작업 시작 전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부터 이 주제에 접근했나요.
    흑인 음악은 전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다루지는 않았어요. 그리는 대상이 흑인이었다 정도예요. 기독교 교리는 좀 더 전문적으로 파고들었지요. 이번 전시에 선보인 ‘소울 싱어’라는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소울(soul)’이라는 게 혼이거든요. 혼과 영은 다릅니다. 설명을 잠깐 드리자면 성경에 보면 사람은 ‘영(sprit)’, ‘혼(soul)’, ‘육체(body)’ 이렇게 세 개로 나뉘어져 있어요. 육체는 이 지배를 하고 있어요. 은 영이 지배를 하고요. 선한 영혼이 들어와야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영혼의 지배를 받는 인간들에겐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영적인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 탄생한 작품이 ‘소울 싱어’입니다.”

    기독교인에게 절대적 진리인 성서를 다루는 작업은 일부 관람객들에겐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이 부분을 피하려는 시도나 노력이 있었나요?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분명 있겠지요.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진리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사람이 집에 가려면 5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6번 버스를 타도 된다고 말해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제 작품을 통해 복음을 전파했던 경험들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음악을 얼마나 잘 하는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인기를 얼마나 많이 얻었는지 이런 것들은 죽으면 다 놓고 가는 것들입니다. 큰 의미가 없어요. 인생이라는 것이 그래요. 이런 삶 속에서 제가 전해야 하는 건 복음밖에 없습니다.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계속해서 ‘정답’을 얘기하려고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도지를 전시장에 가져다 놨어요. 복음을 적어놓은 카드도 있고…. ‘진리 탐구 영역’이라고 해서 아예 시험지를 제가 직접 만들어서 쌓아놨어요.”

    (왼쪽부터) 복음이 적혀있는 카드, 진리 탐구 영역의 일부 사진 ㅣ 올댓아트 구민경

    SNS를 보면 팬들이 앨범 못지않게 작가 유나얼의 전시에 굉장히 목말라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전시를 열 때마다 반응이 열광적인데 가수 나얼의 팬으로 시작해 작가 유나얼의 모습도 사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뭐라도 꾸준히 하니까 그러지 않을까요? 전시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고 꾸준히 열심히 하니까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찾아주실 관람객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꼭 ‘진리 탐구 영역’ 시험지를 집에 들고 가서 풀어 보시고 세 번은 정독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술창작 지원과 신진 작가 발굴 및 지원, 해외교류 전시와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캔파운데이션’의 주최로 열리는 작가 유나얼의 전시 <Whom Say Ye That I Am?(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10월 1일(금) 개막해 오는 10월 23일(토)까지 이어집니다.

    ■ 유나얼 개인전 <Whom Say Ye That I Am?(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10월 1일(금) ~ 10월 23일(토)
    10:30 – 18:00
    *일요일 휴무
    스페이스 캔, 오래된 집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2길 14,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62-11)
    문의 : 02)766-7606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캔파운데이션, 올댓아트 구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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