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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주 관장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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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컬렉션’의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지난 7일 정부의 ‘이건희 기증관’ 설치 발표로 일단락되는가 싶던 이건희 미술관 논란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주장하는 미술계 인사들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입니다.

    논란이 커지는 만큼 이건희 컬렉션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건희 컬렉션을 공개한 대구미술관의 특별전 <웰컴 홈 : 향연>은 지난 달 29일 개막 이후 2주 만인 지난 12일 관람객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입니다.



    대구미술관 ‘웰컴 홈 향연饗宴’ 전시 전경 ㅣ대구미술관 제공

    특별전 오픈 이전(6월 21일 ~ 28일) 평일 평균 107명, 주말 평균 433명 수준이던 관람객 숫자가 특별전 오픈 후인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는 평일 평균 684.75명, 주말 평균 1,325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대구미술관 ‘웰컴 홈 향연饗宴’ 전시 전경 ㅣ대구미술관 제공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을 둘러싼 전국적 관심과 논란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문화적 수준이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은 문화의 세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역사적이고 유의미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ㅣ올댓아트 권재현

    대구미술관 탄생 10주년을 맞아 변혁과 성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은주 관장을 지난 2일 대구미술관에서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이건희 컬렉션 수증에서부터 특별전 개최에 이르기까지 막전막후의 바하인드 스토리와 대구미술관의 발전 전략,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습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ㅣ올댓아트 권재현

    특별전 반응이 어떤가.
    반응이 뜨겁다.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를 많이 하다보니 젊은 관객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번 전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연령층에서 골고루 전시장을 찾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삼성그룹이 여기서(※대구 중구 인교동 61-1번지다) 삼성상회로 출발하지 않았나. 대구 지역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더라. “영남 근대미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연고 작가 중심의 작품들로 기증품을 꾸렸다는데 어떤 작품인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구미술관 ‘웰컴 홈 향연饗宴’ 전시 전경 ㅣ대구미술관 제공

    당초 연말로 전시를 계획했던 걸로 아는데…
    그렇다. 작품 연구와 관련 영상 제작, 관련자 인터뷰 등 제대로 준비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은 필요하다. 연말쯤 ‘크리스마스 선물’로 관람객들에게 짠~ 공개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언론 등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 소식을 듣고 “언제쯤 볼 수 있냐”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걸 보며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박수근미술관’이 기증품 공개 스타트를 끊는 걸 보면서 ‘아, 마냥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타이밍도 전시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대구 지역 근대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때와 땅> 전시를 여느라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들의 기초 연구가 이뤄진 상태였다. 

    광주시립미술관도 같은 날짜에 이건희 컬렉션을 공개했다.
    광주와 대구는 2009년 ‘달빛동맹’을 맺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도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수년 전부터 두 도시 간의 문화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구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도 매년 ‘교환 전시’ 등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장과는 잘 아는 사이다. 학예사 일을 하며 인연을 맺은 ’30년 지기’다. 연락해서 “같은 날짜에 전시를 열자”고 했다. 광주시립미술관에는 천경자, 오지호 등 호남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 갔고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 이쾌대, 서동진 등 영남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 왔다. 대구와 미술에서 동시에 공개하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삼성가(家)의 기증품 목록 작성부터 전국으로 나눠 각 기관과 지역별 특성에 맞춘 분산 기증에 이르기까지 이건희 컬렉션의 막전막후 스토리가 궁금하다.
    심플하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유족 측에서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는데 6개월이라는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있으니까 일찍부터 미술 전문가들을 모셔 놓고 작품 감정과 기증 방안 논의를 의뢰한 걸로 알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처럼 그쪽에도 학예실 등에서 일하는 미술전문 인력들이 있으니까 기증품을 어디에 어떻게 나눌지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겠나. 연락을 받았을 때는 ‘대구미술관에 이런이런 작가의 작품 21점이 간다’는 식으로 기증 리스트를 이미 확정한 상태였다. 더하고 빼고 할 것도 없었다. 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완벽한’ 리스트였다. 심지어 이 작품이 저리로 가면 기존 소장품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것까지 고려해 컬렉션 분산 배치 방안을 짠 듯한 인상을 받았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고 들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ㅣ올댓아트 권재현

    1980년대 말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로 시작해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미술관장(1999~2009), 서울관운영부장, 경기도미술관장(2015~2019) 등을 거쳐 대구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건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대구와는 조금도 연고가 없다. 일가친척 한 분 안 계신다. 경기도미술관장 임기가 2019년 3월 31일까지였는데 때마침 그달 초순에 대구미술관장 모집 공고가 떴다. 응모했는데 됐다. 바로 대구로 왔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대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근무할 때는 현대미술 전시를 주로 기획했는데 덕수궁관으로 옮기면서 근대미술에 눈을 떴다. 10년을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런저런 근대미술 전시를 준비했는데 그때마다 대구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더라. 컬렉터를 만나려 해도 대구에 가야 했고 기라성 같은 근대미술 화가들 중에 대구 출신이 유독 많았다. 현대미술 화가들 중에도 대구 출신이 많다. 이우환 화백이 그렇고 이강소, 이배 등 거장들이 모두 대구 출신이다. 서울을 빼면 한국 미술의 중심지가 대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공고가 눈에 들어왔고 그 기회를 잡았다.

    좀 더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왜 그만두고 나온 것인가.  
    정년(60세)이 보장되는 학예직 공무원이었다. 그냥 있었다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을 거다.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전시를 직접 기획하기엔 애매한 나이였다. 그렇다고 땀 흘려 일하는 후배 큐레이터들더러 시시콜콜 이래라 저래라 간섭만 하고 있기도 싫었다. 그때가 50대 초반이었다. 과감히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간 곳이 경기도미술관이었다. 정말 넓더라.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었다. 경기도는 면적도 넓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다가 분단 문제까지 얽혀 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관장으로 4년간 일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대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시작했으며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들려달라. 
    대구미술관이 경기도미술관보다 크다. 면적도 더 넓고 인력, 예산도 경기도미술관을 넘어선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공립 미술관 중 하나가 바로 대구미술관이다. 그런데도 아직 역사는 10년 밖에 안 된다. 다른 지역 미술관들(광주시립미술관 29년, 부산시립미술관 23년)과 비교해도 많이 어리다. 역사가 짧다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연고가 전혀 없는 대구에 새 둥지를 틀기로 결심한 건 그 이유도 있다. 2년 전 취임하면서 재임 기간(※2024년까지다) 안에 ‘소장품 3000점’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대구미술관 소장품 규모가 1,300여 점 수준이었는데 2년 만에 1,800여 점까지 올라섰다. 증가분 중의 상당수가 기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술품 기증이 잇따르고 있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얘기 아닐까. 큐레이터들의 적극적인 연구로 기증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 때 기증이라는 행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의 예산 지원과 대구·경북 시민들의 성원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진다면 목표치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관장으로서 꿈꾸는 대구미술관의 모습은 무엇인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나 리옹 지역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술관 때문이다. 테제베를 타고 그 멀리 독일의 함부르크까지 달려가는 이유도 쿤스트할레(Kunsthalle)가 있기 때문이다. 라크마(LACMA, LA카운티미술관)도 마찬가지다. 현대미술 작품을 보려고 일부러 LA를 찾는다.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대구에 갔다가 시간 나면 대구미술관을 찾는 게 아니라 대구미술관에 가기 위해 시간을 내 대구를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2년간 꾸준히 공을 들였고 올해부터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올 초 대구지역 근대미술을 집중 조명한 <때와 땅> 전시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지금 열리고 있는 <다티스트>와 <대구포럼 ㅣ 시를 위한 놀이터> 전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이들 전시가 대구미술의 현재를 조망한다면 올 가을(10월) 프랑스 생 폴드 방스의 매그 재단 미술관과 손 잡고 추진할 전시는 대구 미술의 미래 청사진을 밝히는 장(場)이 될 것이다. 올해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봐도 좋다. 매그 재단과 대구미술관이 수십 점의 작품을 교환 전시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해외에 한국의 현대미술과 작가를 알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굵직한 전시가 잇따르면서 대구미술관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내년은 물론 2023년, 2024년까지 전시 계획을 다 세워놓았고 그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배경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학예사(큐레이터) 전원 회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분기별로 한 차례씩 큐레이터 전원이 참여하는 기획 회의를 연다. 각자 “이런이런 전시를 해보겠다”는 기획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다. 아이템을 확정하면 실행 회의로 넘긴다. 여기도 전체가 다 참여한다. 전시 준비 상황을 전원이 공유하게끔 하기 위한 차원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협업도 가능하고 만약의 사태가 생길 경우 대체 근무도 가능하다. 덕분에 알차고 탄탄한 전시가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전시가 끝나면 외부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평가 회의’를 열고 미비점 및 보완 사항을 검토한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ㅣ올댓아트 권재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영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영상 작업이 전시를 기록으로 남기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대구미술관이 구현 중인 영상 작업은 오프라인 전시의 감동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일종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한다. 보통 전시 하나를 열 때마다 3~4개의 영상을 준비한다. 큐레이터들이 작품 해설을 하거나 작가들이 직접 설명에 나서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전시를 보러 오기 전에 ‘예습’ 차원에서 영상을 보고 오시는 관람객들이 많다. 작가의 육성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수천 회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작가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구미술관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디지털 미술관’ 문패를 클릭하면 다양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추진해오던 작업인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추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전국 어느 미술관과 견줘도 영상의 수준과 다양성 측면에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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