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사에 나타난 문화현상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 중 하나가 저항문화입니다. 한국인들은 개발독재와 군사독재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했습니다. 앞서 식민지와 분단, 전쟁도 겪었지요. 어쩌면 20세기 전체가 거대권력과 싸워 온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게 저항문화였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면면에 서린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예술가로 자리잡은 이가 김민기입니다. 그는 스무 살 청년기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국민가요 ‘아침이슬’을 비롯한 수많은 명곡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로, 노래극 ‘공장의 불빛’으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한 사회적 실천가로, ‘지하철1호선’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컬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했습니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김민기의 예술과 정신에 영향 받은 예술작가들의 오마주 전시 <김민기, 아침이슬 50년>를 준비했습니다. ‘아침이슬’을 발표한 지 50년을 맞은 올해, 트리뷰트 앨범과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헌정 프로젝트들 가운데 하나로 열리는 전시로, 그간 볼 기회가 없었던 김민기의 내밀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김보중, 김수남, 김창남, 레오다브, 박경훈, 박영균, 박재동, 서원미, 양동규, 이강화, 이상엽, 이원석, 이종구, 이중재, 이태호, 이하, 임옥상, 임채욱, 정태춘, 최호철, 홍성담, 홍순관 작가 등 모두 22인이 참여해 김민기의 예술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임옥상은 1970년대에 그린 구작을 통해 같은 세대를 살아온 김민기를 향한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박재동은 김민기 캐리커처로, 김보중과 박영균은 회화로, 이태호는 목판화로, 이원석은 소조작업으로 김민기 모습을 담은 초상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중재의 비디오아트와 스트릿아티스트 레오다브의 그래피티도 김민기의 형상과 서사를 담은 신작들입니다. 김민기의 삶과 예술에 헌정하는 작품들을 통해 김민기의 시대와 동행하는 예술가들의 사회적 연대 의식과 실천 행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위해 수집한 김민기 관련 아카이브도 공개합니다.
어릴 적 그린 스케치와 앨범 제작을 위해 촬영한 인물 사진들을 비롯해 그의 활동을 담은 기록사진들을 다수 배치했습니다. 단연 눈길을 끄는 자료는 1961년에 ‘어린이 김민기’가 그린 그림들입니다. 전설의 화가 최욱경을 사사하여 그린 연필 드로잉과 크레파스화, 수채화 등은 초등학생의 그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그림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를 확인했던 김민기는 화가의 꿈을 키워 훗날 미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진로는 다른 곳을 향합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미술작품 하나 남기지 않았지요. 그런 김민기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뜻밖의 행운’으로 다가옵니다.
김민기가 직접 그린 악보들을 비롯하여 메모와 편지, 연출노트 등의 자료들에선 거장의 향기가 전해져 옵니다. CD와 LP 앨범들을 비롯하여 VHS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등의 창작물과 기록물들도 있습니다. 대본집이나 악보집, 프로그램 북과 포스터 등은 학전극단의 활동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방대한 예술 활동을 가늠하게 하는 자료들입니다.
김민기의 삶 자체를 담은 정보 외에 그가 활동해온 시대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담은 자료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의 내면과 주변 인물들, 당대의 사회환경 등 김민기의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다수 전시합니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품 작가 22명을 김민기와 얽힌 인연을 중심으로 나눠봤습니다.
김민기와 동문수학한 미술가들 : 임옥상 박재동 이강화
김민기와 함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를 다닌 동문 선후배 작가들로 임옥상, 박재동, 이강화 등의 화가들입니다.
김민기와 동세대의 작가들 : 김보중 이종구 이태호 홍성담
김보중, 이종구, 이태호, 홍성담 등의 작가들은 1950년대 초중반 출생으로서 김민기와 동세대의 감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출품했습니다.
붓글작품으로 함께 하는 음악인들 : 김창남 정태춘 홍순관
음악인들 가운데는 김민기와 같은 세대로서 1980년대 중후반부터 사회성 짙은 가사의 노래를 지어 불러온 가수 정태춘이 눈에 띕니다. “김민기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싱어송라이터 정태춘은 이번에 출품한 붓글에서 ‘그이의 노래를 한 번도 누워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썼습니다. <김민기>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출간한 음악평론가 김창남은 신영복체로 노래 가사를 적어 출품했으며, 전시포스터에 쓴 ‘아침이슬 50′이라는 타이포그래피도 그의 붓글입니다. 평화를 지향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탁월한 서예가로 활동하는 홍순관도 특유의 유려한 서체로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을 적었습니다.
김민기와 협업을 했던 작가들 : 김수남 최호철 임채욱
김민기와 함께 작업했던 작가들로는 김수남, 최호철, 임채욱 등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탄탄하게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시각예술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온 김민기는 뮤지컬을 연출할 때도 시각예술가들과 협업해 무대 안팎을 꾸몄습니다. 빛과 음향을 이용한 완벽한 무대 장치와 영상 아트를 창출한 배경입니다.
김민기 예술세계에 공감대를 가진 후배 작가들
1960년대 이후 태어난 박경훈, 박영균, 이상엽, 이원석, 이중재, 이하 등 이른바 ‘586′ 작가들은1970년대부터 김민기 음악의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이들은 김민기의 음악이 자신들에게 미친 영향을 재해석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30·40대 작가들로는 레오다브, 서원미, 양동규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다른 감성으로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예술가인 김민기를 오마주합니다.
■ 김민기, 아침이슬 50년
2021년 6월 10일(목) ~ 6월 23일(수)
오전 10시 – 오후 7시(월요일 휴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주최 : 경기문화재단
주관 : 김민기헌정사업추진위원회
협력 : 한국대중음악학회
관람료 : 무료
문의 : 031)853-9472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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