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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테트리스로 예술을? 이래서 과학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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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한글’에 과학이 숨어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또 한글을 접한 서양인들에게 종종 한글을 신비로운 문자라고 일컫는데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 즉 훈민정음만이 만든 사람과 반포된 날이 공개됐으며, 글자를 만든 원리가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이 한글로, ‘예술’을 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겁니다. 



    김가람 <가나다라마바사> 한글형 테트리스 게임, 가변크기, 2021 |사비나 미술관

    ‘예술’이라면서 생뚱맞게 왜 테트리스냐고요? 이는 김가람 작가의 가나다라마바사’입니다. 한글형 테트리스 게임으로, 작가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들어내는 한글의 모아쓰기 방식에서 한글의 압축적 구조적 특성을 발견하고 자음과 모음의 결합원리를 블록 게임으로 경험하게 하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가나다라마바사’ 한글 자음 , , , , , , , ’ 8자와 모음 ,ㅣ’ 2자 총 10자의 자음과 모음을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블록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이 작품은 블록으로 표현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작해 쌓아가면서 모아쓰기의 형태가 아닌 테트리스 게임처럼 쌓아보거나 무너뜨리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한글을 익숙한 언어가 아닌 낯선 도형과 도상으로 마주하며 모아쓰기로 대표되는 한글의 압축적인 결합원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평면의 한글에서 블록으로 구성된 공간감을 경험하는 공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것이죠. 

    김가람 작가의 가나다라마바사’를 비롯해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공감각적 요소에 주목한 13인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  , , , , 몸으로 느끼는 우리말>가 12 23일까지 서울 사비나 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장준석 작가의 ‘Fantasiless’ |올댓아트 김지윤

    이번 전시는 13인의 참여 작가들이 한글의 소리, 형태, 구조 등을 다각도로 탐구하는 과정을 거쳐 한글의 공감각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해 다양한 형식의 시각예술로 구현한 자리입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한글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41점의 예술작품을 통해 한글이 감각을 확장하고 창의적인 생각의 원천으로의 우수한 문자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전시는 인간의 뇌에서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현상인 공감각 현상과 시각 예술을 결합해 한글이 가진 공감각적인 요소와 창의성을 살펴봅니다. 특히 청각인 발음 소리와 시각인 문자와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만들어진 공감각적인 문자라는 한글의 특성에 주목해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등의 5가지 감각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시각예술 작품을 소개하며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하는데요. ‘Y 에디터의 설레발’에서는 대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노주환 <대대로> 스티로폼에 우레아 코팅, 우레탄 도색, 500x170x40cm, 2021 |사비나 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노주환 작가의 ‘대대로’입니다. 얼추 보기에도 2층 천정을 뚫을 정도로 큰 사이즈인데요. ‘다 같이 함께’, ‘공동체’ 등과 같은 글자들이 눈에 띕니다. 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글이 가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언어적인 특성과 동시에 드러나게 하며 한글을 통한 확장된 감각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높이가 5m에 달하는 설치작품 ‘대대로’는 여러 글자들이 서로 결합되어 쌓여가며 건축적인 구조를 이루고 거대한 마천루 건축물처럼 제작되었죠.

    이 작품은 읽는 방향에 따라 다른 문구로 읽힙니다. 작품 왼편에서 첫 글자들을 수직으로 읽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항의 문구가 완성된다는 비밀! 작품 속에서 한글은 새로운 공간에서 문장을 만들어내며 평면으로 읽고 이해하는 문자의 한계를 벗어나 입체적으로 변하며 관객에게 평면을 보는 동시에 입체로 공간감을 경험하는 공감각적인 새로운 경험을 전달합니다. 



    김범수 <시네마> 영화필름, 아크릴, LED 조명, 180x330x10cm, 2021 |사비나 미술관

    김범수 시네마’입니다. 맨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땐 하트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떨어져 관찰했을 땐 ‘밤’, ‘별’ 등과 같은 글자가 보였죠. 가까이에서 본 작품은 뜻밖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필름이 이 하트를 완성했기 때문인데요.

    김 작가는 영화필름에서 발견한 관계, 만남, 인연, 갈등 등 인간의 삶 속 다양한 이야기를 66개의 라이트 박스 속에 담았습니. 라이트 박스가 꺼지고 켜지는 빛에 따라 하트 안의 한글 단어와 필름은 각각의 빛과 형태를 드러내는 동시에 함께 패턴을 이루면서 특정한 단어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는데요. 

    정지되어 있는 평면의 한글과 영화필름은 라이트박스의 빛의 움직임에 따라 동적인 움직임의 시각적인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이러한 시각적인 경험의 변주는 평면의 정지된 화면인 필름에서 연속으로 움직이는 영상인 영화를 연상하게 하면서, 평면에서 영상으로 변화하는 시각의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죠. 



    김지수 <시공향> 채집한 냄새, 유리병, 벽 위에 아크릴, 연필, 72.7×90.9cm, 5개, 2021 |사비나 미술관

    한글에는 유난히 후각에 대한 표현이 많습니다. 김지수 작가 역시 이 점에 집중했습니다. 그의 시공향’은 냄새를 통한 후각적인 경험이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공감각적 경험에 대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한국 문학작품에서 후각을 표현한 한글 냄새어 찾아 손글씨로 쓴 뒤 단어에서 연상되는 시각적인 색을 벽에 칠하고, 단어에 따라 향을 만들어 채집병 안에 담았습니다. 이처럼 작품은 관객에게 글자로서 시각적인 대상인 한글과 색이 주는 시각적인 경험, 그리고 채집 병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대한 후각적인 경험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공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죠.

    또한 작품 옆에 설치된 작은방에서는 냄새를 채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 <후각의 지도>를 관람할 수 있는데요. 이 공간 안에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향을 뿌리는 기계가 설치되어, 후각과 시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감각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발킴 <돌기가 돋다> 연작 패션 의상, 금속, 가변크기, 2021 |사비나 미술관

    익숙한 한복인데, 한편으로는 생경한 모습이죠? 다발킴 작가의 ‘돌기가 돋다’입니다. 다발킴은 이번 한글전시에서 전통 한복과 탱화, 고전산수화 등 전통적인 소재에 주목해 한복의 촉감과 한글의 시각적 결합으로 공감각적인 경험을 담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한복에서 연상되는 여백의 미, 중첩의 미를 한글의 구조적인 조형미와 한복의 형태와 연결시켰는데요. 한복 위에 장신구처럼 박힌 금속 오브제와 실로 자수를 놓인 한글 자음과 모음은 한글의 조형미뿐만 아니라 금속과 옷감이라는 촉각의 경험을 더하며 관객에게 촉각과 시각의 공감적인 경험을 하게 합니다.



    박소라 <쀼> 케이크 조각, 50x50x50cm, 2021 |사비나 미술관

    여러분은 신조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이 신조어를 두고, 혹자는 세종대왕이 노할 일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그만큼 한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유희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소라 작가의 ‘쀼’는 아마도 후자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한글 단어의 신조어에 주목하고 문법의 파괴로 보편적인 단어가 유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케이크의 데코레이팅 기법을 통해 선보입니다. 부부라는 한글 단어가 한 음절로 줄어들며 변화한 신조어에 주목했는데요.



    ‘쀼’ 케이크는 일정 시기를 두고 교체된다. |올댓아트 김지윤

    올려진 케이크는 케이크 데코레이팅 기법인 퍼(Fur) 기법을 통해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의 털실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관객은 시각적으로 낯선 한글 신조어 기존 케이크에서 느끼지 못한 따뜻한 질감의 낯선 시각적인 경험을 하게 되죠.

    케이크의 달콤한 맛을 상상하고 유추하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시각의 체험을 통해 신조어와 털실이라는 낯선 존재가 만나는 케이크의 미각까지 상상하는 공감각적인 체험을 합니다. 



    장준석 <투명한 숲 16120 No.1-1> 캔버스에 폴리에틸렌, 195x120cm, 2017 |사비나 미술관

    전시장에는 백지와 같은 액자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장준석 작가의 ‘투명한 숲 16120 No.1-1’입니다. 
     
    작가는 나무나 풀의 형상 대신 투명한 글자 조각만으로 숲을 표현했습니다.어느 한 가지 감각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있는 숲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흰 바탕 위에 빼곡하게 담긴 투명한 ’, 그리고 각양각색의 은 작품을 마주하는 개개인이 덧칠하는 대상의 빛깔과 모양, 그리고 향기를 담아내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글자 안에 존재하는 공감각적인 감상을 연상하게 합니다.



    김승영 <하루> 사운드(오윤석), 오브제, 가변크기, 2021 |사비나 미술관

    이번 전시의 담당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강추’ 했습니다. 김승영 작가의 ‘하루’라는 작품인데요. 시각과 청각적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밤하늘 같은 검은 벽면 중앙에는 작가가 즐겨 읽은 책이 헤드폰과 함께 설치되어 있습니다. 책에서 발췌된 글자는 마치 별자리처럼 검은 벽면에 흩뿌려지죠. 맞은편에 놓인 싱잉볼을 두드리면 관객은 전시장 공간에 울려 퍼지는 낮은 진동의 울림과 함께 밤하늘의 별을 다정하게 호명하듯 읽어 내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나지막한 목소리 뒤에는 사이사이 시계, 종소리, 바람 등의 단어에서 연상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처럼 관객은 천천히 시를 낭송하듯 하나씩 읽어 내리는 음성을 듣는 동시에 검은 벽면에 새겨진 한글 단어를 눈으로 따라 읽는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ASMR이 따로 없습니다. 

    이외에도 전시연계 상설 체험 프로그램인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가 2층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진행됩니 전시를 방문한 관객들은 오감(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중 두 개 이상의 감각을 포함하고 있는 공감각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어 보며 한글의 공감각적인 요소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는 우리말>

    2021년 10월 1일 – 2021년 12월 23일
    서울 사비나 미술관
    (서울 은평구 진관동 161-10)
    매일 10:00 – 18:00
    (5시 입장마감)
    매주 월요일 휴무
    성인 5천원, 어린이 / 청소년 3천원
    * 한글주간(2021.10.4. – 2021.10.10.) 기간 내
    특별 전시 및 상설 전시 입장료 무료

    금중기 김가람 김나리 김범수 김승영 김지수 김창겸 노주환 다발킴 박소라 양대원 장준석 최현주 참여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naver.com

    사진 및 자료 |사비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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