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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탐방-16편] 발음도 어려운 ‘달천철장’ 바닥에 펼쳐놓은 ‘철광석’ 작품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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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게 됐네요. <우리동네미술> 현장탐방 16편은 울산입니다. 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소속 작가들이 울산 북구의 달천철장이라는 지역에 지난해 12월부터 공공미술 작품을 조성하기 시작해 코로나와 한겨울의 맹추위를 뚫고 4개월여 만인 지난 봄(3월) 마침내 완성한 현장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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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시간, 이 동영상의 길이는 10분 36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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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공공미술 프로젝트 스케치 영상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에디터의 일정이 겹쳐 직접 현장을 찾지 못하고 아쉽게도 전화와 서면 인터뷰로 취재를 대신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생생한 작업 과정과 완성 작품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자료와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탐방이라는 이번 기획 시리즈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독자 여러분께는 최대한 현장성을 살려 울산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다음은 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이상호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공공미술 설치 장소가 모두 달천철장이던데 이 공간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발음도 어려운 달천철장의 뜻은 뭔가요?
    저희에게도 달천철장은 낯선 공간이었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공간의 특수성 연구에 착수했는데 울산에 살면서도 미처 몰랐던 내용들이 가득하더군요. 이곳 달천동 및 상안동 일대는 울산 북구의 대표 문화인 ‘쇠부리’와 관련된 공간입니다. 철을 제련하는 곳을 쇠부리(쇠붙이)터라고 불렀거든요. 지금은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40호 유적입니다. 달천철장은 이곳의 원래 이름인 달내(達川)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철장은 철의 원료인 토철, 또는 철광석을 캐던 곳을 말하고요. 철에 얽힌 역사는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문헌에 달천철장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조선시대 세종 때입니다.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1452년 달천에서 생산된 철 12,500근이 수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달천)의 철은 경주 황성동의 제철유적에서 출토된 철과 함께 비소(As)성분이 확인돼 그 역사적 중요성을 더한다고 합니다.



    ‘쇠부리의 빛’ 용접 작업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진철 작가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달천철장에 들어선 공공미술의 역할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잠시 멈춰서서 잊혀진 달천철장의 역사를 뒤돌아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이곳에서 살던 정주민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소속감이나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방법으로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생각했습니다.

    개별 작품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수직조형물은 뭘 형상화한 것인가요?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습니까.
    어떤 작품을 가지고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달천철장의 토철에서 모티브를 얻어 철광석을 형상화한 작품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달천철장의 면적이 꽤 넓은 편인데 어디서 봐도 조형물을 확인할 수 있게끔 크게 만들었습니다. 작품 설명 캡션을 부착해 왜 이곳에 철광석 모양을 본뜬 작품을 설치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민 스스로 답을 구해나가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저희들의 작품을 보고 주민들이 여기가 철광석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라는 궁금증만 가질 수 있어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봅니다.



    달천철장 상징조형물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아트벤치는 작업 영상을 보니깐 참 아름답더라고요. 작업 과정도 흥미롭고. 어떤 생각으로 다들 작업에 임했습니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소 중에 에우세비 구엘이 가우디라는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지은 구엘 공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모자이크 타일을 부착한 긴 아트벤치가 있는데 이를 모티브로 우리 사업대상지에는 어떻게 설치를 하면 좋을지 구상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고민하다가 달천철장의 철과 연관이 있고 동시에 철기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덩이쇠와 접목시켜야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철기 시대의 우수한 제철 기술과 활발했던 무역을 보여주는 상징물을 모자이크 타일과 결합한 벤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공간과 최대한 잘 어울리게 제작하려고 애를 많이 썼고요. 아이들이 앉고 뛰어노는 공간인 만큼 벤치의 안전도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선형아트벤치와 울산 문양(달천철장 패턴)을 활용한 슈퍼그래픽 적용 그라운드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한겨울에 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영하까지 내려갔던 날씨 탓에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페인트가 어는 건 예사였습니다. 타일과 벤치를 붙이는 접착재료에 문제가 생겨 아트벤치 전체 타일의 3분의 1을 뜯고 다시 깨서 붙이는 식으로 재작업을 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철판 위에 타일을 붙이다 보니 철판을 다시 다듬는 등의 작업들이 만만치가 않았는데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힘이 났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봄’ 용접 작업 중인 김성동 작가의 모습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아트그라운드 작품은 동일한 패턴의 문양에다 다양한 색채를 입혀 생동감과 역동성을 부여한 게 눈에 띄던데요. 어떤 의미를 담은 작품이며 뭘 얘기하는 작품인가요?
    일차적으로 주민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입체적이기도 하고 계단 모양 같기도 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땅 따먹기 놀이하는 공간 아니야?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조형물과 마찬가지로 철광석을 형상화환 문양입니다. 달천철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지요. 얼핏 봐선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주민들이 자주 쳐다보면서 작품의 의미를 떠올리고 이곳의 유구한 역사성까지 기억하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아트 그라운드 인 달천’ 채색 작업중인 작가팀의 모습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타이포그래피 제작 과정도 궁금합니다.

    가장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 문구를 정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서 제약이 많았지만 최대한 주민들과 함께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장에 안내소 설치해놓고 주민들에게 달천철장의 뜻이 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달천철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다들 바라는 모습들이 있더군요. 단순히 문구만 나열하기보다 인상적인 문양을 가미해 예술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작가의 안내를 받으며 주민들이 직접 색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달천의 기억’ 시트지 채색 중인 작가팀의 모습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미디어아트는 야간 전용 작품인가요?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더 멋있는 광경을 연출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간에도 작품에 스피커를 설치해놓아 주민들이 공원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야간에는 수직조형물 기둥과 달천천장 바닥 등을 활용해 LED 조명 색깔이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쇠부리‘(쇠를 다루는 방법 등의 제련 작업) 영상을 송출하고 이와 연계한 대장간의 망치소리와 쇠부리 노동요인 불매야를 현대적 선율로 재해석한 음악도 공원 일대에 울려퍼집니다.



    ‘Movement’ 작업 영상을 테스트하는 장면. 지나가던 주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정해진 기간과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조율하고 또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작가들 간에도 작업 방향이나 속도를 놓고 의견이 제각각 나뉠 때가 많았고요.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보니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들을 예술성과 조율해야 했던 부분들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주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작품을 설치해놓으니깐 이곳이 더 예뻐졌다라는 격려를 많이들 해주셨는데요. 작가들의 의도와 작품의 취지를 이해하고 따뜻한 격려와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은 분들 덕택에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본격 작업에 착수해 4개월 여의 작품 제작 기간 동안 작가들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작품을 완성하고 긴장의 끈을 놓으니 돌아가면서 탈진하고 허리에 침 맞고 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작가들이 속출하는 등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달천의 기억’ 시트지 채색 중인 작가팀의 모습. 정밀한 작업이기에 추운 날씨도 마다않고 엎드려 작업을 하고 있다. 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제공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런 점에 초점을 두고 감상해 달라 뭐 그런 말씀도 좋고요.
    코로나까지 겹쳐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작가들이 모여서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동 작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실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제대로 모이기도 힘들었고 모여도 마스크를 쓰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답답한 점도 많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좋은 추억이었네요. 이명숙 총감독 이하 작가들이 추운 날씨에도 정말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또 이곳에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신 울산 북구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들을 어떻게 즐기고 느끼는가는 이제 주민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잊혀진 달천철장의 역사를 되살리고 그 과정에서 흘린 작가들의 땀과 정성을 기억해주신다면 여기가 앞으로도 더 뜻깊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울산 북구>
    ‘예술로 피어나는 희망 씨앗 프로젝트’

    사업기간 : 2020년 12월 ~ 2021년 3월
    사업대상지 : 달천철장(울산광역시 북구 달천동 1-7)
    작가팀명 : 사단법인 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사진 및 영상ㅣ울산환경문화예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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