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미술> 현장탐방 연재가 어느덧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대구와 서울 두 곳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구 순서입니다. 대구에서도 면적이 가장 넓은 달서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달서구는 넓은 면적만큼 공원도 많습니다. 무려 200개가 넘는 도심 속 공원들이 주민들과 호흡하며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예술 벤치’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에 착안한 대구 달서문화재단은 지난해 <우리동네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할 작가팀 공모를 하면서 아예 주제를 ‘아트벤치’로 못박았습니다.
예술성과 실용성은 물론 안전성까지 더해 3박자를 모두 갖춘 아트벤치를 선보이겠다며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작가팀이 나섰고 치열한 심사를 거쳐 지난해 9월 마침내 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 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마모되고 사라지는 작품이 아니라 시민들이 두고두고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월광수변공원, 본리어린공원 등 달서구의 공원 네 곳에 아트벤치를 설치했습니다.
수달이 저수지를 바라보고 서 있는 벤치 등 6개의 작품은 형태와 재료, 색깔, 디자인 문양 등 면에서 모두 서로 다릅니다. 작가들이 저마다 현장의 특성에 맞도록 맞춤화, 개별화를 추구했거든요.
이번 프로젝트를 지난 9월부터 책임지고 이끌어 온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김결수 예술총감독을 지난 3일 월광수변공원에서 만났습니다.
하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네요.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입니다.
다른 지역보다 작품 완성 시점이 빨랐다고 들었다.
맞다. 지난해 9월 달서구 <우리동네미술> 작가팀으로 최종 선정된 직후 바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거의 연초에 작품을 다 완성했다. 어느 지역보다 빨랐다. 34명의 작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달서구청과 달서문화재단, 자문위원들도 작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장 의견과 재량권을 존중해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목표 기한 안에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참여 작가들은 어떻게 구성했나.
공모 준비 과정이 충분치 않았던 탓에 응모할 때만 해도 참여 작가들의 진용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한 상태였다(※이번 프로젝트는 사업 대상 한 곳당 최소 34명의 작가들의 참여를 의무화했다). 심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달서구에 거주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최종 명단을 확정했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분야별로 다양한 전공 출신의 작가들을 안배해 진용을 꾸렸다. 아트벤치의 특성상 조각 전공 작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달서구 내에 조각을 전공한 작가들이 많지 않아서 다른 구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일부 참여했다.
작가들의 역할은 어떻게 분담했나.
당초 모두 10개의 작품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후보지로 10개 공원을 선정했다. 34명의 작가들이 일일이 공원을 찾아다니며 현장에 맞는 아트벤치의 모형을 각자 스케치했다. 모형 산출 결과를 모아놓고 작품 설치 장소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의견이 “작품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두고두고 볼 만한 예술 작품을 만들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예산, 인력, 작품 제작 기간,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월광수변공원(달서구 도원동 898-1), 본리어린이공원(달서구 본리동 88-4), 배실웨딩테마공원(달서구 이곡동 1165-1), 웃는얼굴아트센터(달서구 문화회관길 160) 등 네 곳에 모두 6개(※월광수변공원에는 아트벤치 3개가 들어섰다)의 작품을 설치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6개 작가팀을 꾸렸다. 팀당 5~6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3D 시뮬레이션 영상을 통해 현장에 최적화한 작품 모델을 도출하는 작업부터 지역 주민 의견 청취, 홍보, 재료 구입 등 과정은 팀별로 추진했고 설치 작업은 팀 구분 없이 작가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했다.
석공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트 벤치’ 설치는 노동 집약적 성격이 강한 작업이었다. 산비탈에 대리석 조각을 실어나르는 등 힘을 써야 하는 작업이 많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나.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갯수를 줄이더라도 주민들이 영구적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벤치의 기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실용성은 기본이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앉아 쉴 수 있도록 안전성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예술성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트벤치 아닌가.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니까.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우리동네미술-대구 달서구>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나 특징이 있다면.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 제작 과정을 아카이빙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처음 시도한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작가들도 처음 맞는 ‘돌발상황’이다 보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런 과정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두면 역사적으로 훗날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응모 과정에서부터 작품의 최종 완성까지 정부와 주고받은 행정 서류, 고용보험, 예술인증명 등 제반 증빙자료, 주민들과의 소통 등 현장 반응, 각종 언론 보도 등을 모두 시각자료화해서 지난 2월 달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웃는얼굴아트센터 갤러리 달서’에서 전시했다. 1주일(2021. 2.15~ 2.20)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서 아트벤치 작품들이 탄생했구나’ 하는 걸 어느 정도나마 주위에 알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아카이빙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했겠다.
그렇다. 좋았던 건 좋았던 대로, 힘든 건 힘든 대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기록으로 남겼으니까.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겪은 작가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개선을 바라는 요구 사항 등도 다 담았다. 1주일 전시만 하고 지나치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이 많아 달서구청 로비에서 추가로 보름(2021. 2.22~ 3.5) 남짓 아카이빙 자료를 전시했다. 민원인들의 발길이 많은 곳이어서 자연스레 아트벤치 홍보도 하고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백서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아트벤치’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집대성한 기록물이다.
■ 우리동네미술-대구 달서구
<공원에서 예술 벤치를 만나다>사업기간 : 2020년 9월 20일 ~ 2021년 2월 28일
사업대상지 : 본리어린이공원, 월광수변공원, 배실웨딩테마공원, 웃는얼굴아트센터
작가팀명 :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올댓아트 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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