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의 거목’, ‘김환기의 사위’, ‘BTS RM이 사랑하는 작가’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故 윤형근(1928-2007) 화백의 개인전 ‘윤형근의 기록’이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윤형근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유신정권 등 한국 근현대사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하늘을 뜻하는 ‘청색 Ultramarine’과 흙의 빛깔인 ‘다색 Umber’의 안료를 혼합해 만든 깊은 농도를 지닌 어두운 색채를 통해 화폭에 풀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청다색’이라고 부른 어두운 색을 커다란 붓에 찍은 후 내려 그어가며 작품을 완성했고, 이를 자신의 작품 세계인 천지문(千地門)이라고 명명했습니다.
BLUE는 하늘이요, UMBER는 땅의 빛깔이다. 그래서 천지(天地)라 했고 구도(構圖)는 문(門)이다.” – 윤형근 작가 –
표백 처리를 따로 하지 않은 천 위에 그림을 그려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지고 스며들었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수묵화를 떠올렸습니다. 작품에서 우러나는 한국적인 정서는 그를 ‘한국 단색화의 거목’으로 불리게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를 지칭하는 화려한 수식어들보다 ‘인간 윤형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화첩, 메모, 편지 등에 담긴 소박하고 개인적인 기록들을 엮은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의 출판을 기념하는 특별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윤형근의 솔직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전시 ‘윤형근의 기록’은 미공개 드로잉 수십여 점과 초기작을 포함한 주요 회화, 편지·수첩·사진 등 엄선한 자료들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최초로 공개합니다. <윤형근의 기록>은 PKM갤러리가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출판사인 ‘PKM BOOKS’에서 처음으로 발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PKM BOOKS’는 앞으로도 갤러리의 전시와 연계하여 작가와 관련한 책을 출간하고 여러 디자인 에디션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첫 번째 단행본 출간에 맞추어 198개의 한정판 아트 패키지를 선보입니다. 윤형근 작가가 남긴 메모첩 중 3점을 재현한 실물 복간판과 아트 프린트 1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을 찾는 현장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견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은 장인이었던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사망 소식을 듣고 뉴욕으로 떠날 때 즈음의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라고 불렀던 장인과의 추억, 어머니라고 불렀던 김향안 여사(1916~2004)를 위로한 시간들, 아내와 아들에게 쓴 정겨운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마흔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을 향한 사랑을 고인이 남긴 기록을 통해 절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갤러리는 이런 작가의 마음을 생각해 윤형근의 자화상 맞은편에 아들의 얼굴을 그린 드로잉을 전시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도록 한 배치입니다.
■ <윤형근의 기록>
10월 22일(금) ~ 11월 14일(일)
10:00 – 18:00
* 전시 기간 동안만 월요일 휴무
PKM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문의 : 02)734-9467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PKM갤러리, 올댓아트 구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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