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2021년 11월 5일 진행된 케니 샤프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선명한 색감,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표정, 요즘 말로 하면 ‘레게노(레전드)’ 입니다. 그런데 이 힙함이 무려 30여 년 전에 이미 완성된 것이라 하면요?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키스헤링, 바스키아와 함께 미국 팝 아트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케니 샤프(KennyScharf)입니다.
케니 샤프는 미국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상 과학적인 캐릭터에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입니다. 국내에서는 다수의 개인전과 디올과의 협업 등을 통해 친숙한 작가죠. 그의 전시 <샤프 쉑>이 오는 12월 25일까지 서울 성수동 백아트 서울 팝업 전시장에서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한 ‘샤프 쉑(Scharf Schak)’은 케니 샤프의 성과 ‘판잣집’을 뜻하는 ‘쉑(Shack)’의 스펠링을 변형해 만든 단어입니다. 실제 케니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뉴욕 소호의 프린스 스트리트에 열었던 아트 숍이기도 하죠.
한국에서 선보이는 ‘샤프 쉑’은 29년 전 진행되었던 오리지널 버전보다 훨씬 더 멋집니다. 오리지널 ‘샤프 쉑’은 좁은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 작품들을 진열할 자리도 마땅치 않았고, 재정적인 부담이 있어 아트 상품들도 한계가 있었거든요. 한걸음 더 전진한 기분이 들어 기쁩니다. 이 마음으로 앞으로의 30년을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케니 샤프는 신문 가판대를 직접 개조한 ‘샤프 쉑’에서 자신이 만든 다양한 아트 상품들을 판매했습니다. 지포 라이터와 스와치 시계, 쿠키 케이스, 컵, 티셔츠 등에 그림을 그려 넣고 고객이 옷을 가져오면 실크 스크린이나 커스터마이징도 했습니다.
이는 ‘일상과 가까운 예술’, ‘삶을 위한 예술’을 지향하는 케니의 예술관을 담은 행동들입니다. 당시 케니는 뉴욕에서 플로리다까지 직접 트레일러를 운전해 ‘샤프 쉑’을 이동시키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아티스트,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래이션 흔한 일이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케니는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1995년 문을 닫게 되었죠.
아티스트로 제 철학은 소통, 접근 가능성입니다.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미술계의 높은 계급, 즉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갤러리, 미술관을 목표로 두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제 작품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엘리트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예술이 전해지길 희망했죠. 그것이 티셔츠와 같은 사소한 제품일지라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커스터마이징과 만화 캐릭터, 그라피티 등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좀 더 친근하고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노력은 29년이 흐른 2021년, ‘샤프 쉑’ 전시로 업그레이드됐죠. 이번 팝업 전시는 ‘엘리트주의적 미술에서 벗어나 대중과 함께 하는 예술’이라는 케니 샤프의 세계관이 집약된 전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이번 전시는 ‘샤프 쉑’을 그대로 재현한 야외 키오스크와 두 개의 전시장인 스페이스 A와 B로 구성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케니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두 개의 큰 축인 ‘대중과 함께 즐기는 예술’과 ‘지구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기획됐습니다.
먼저 스페이스 B에는 전시장 전체 벽면을 아우르는 5M의 압도적인 디지털 벽화와 1980~1990년대의 초기 판화 작품 전시됐습니다.
저는 주로 자연과 제 주변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과 자연의 대립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을 뾰족하게, 반면 자연이 형상화한 것은 동그랗고 부드러운 도형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외에도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작품에 녹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모두가 알아야 할, 인지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또 함께 판매되는 아트 상품은 케니가 최근 제작한 티셔츠와 후드티, 모자, 노트,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리미티드 에디션인 파이버 글라스 의자 등입니다. 여기에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책과 화분 그립 톡, 쿠션, 아트 토이 등이 소개되었으며, 특히 1990년대 실제 ‘샤프 쉑’에서 판매했던 유리컵이 한정 수량으로 판매합니다.
한국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퀄리티’였어요. 2018년 롯데뮤지엄에서 진행한 전시를 경험하며 한국의 놀라운 면들을 목도했는데요.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높은 수준의 재능, 쇼를 이끌어내는 퀄리티에 무척이나 감동받았습니다.
스페이스 A 전시장은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케니는 로스앤젤레스 작업실에서 직접 사용하는 가구를 갖고 와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자신의 열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곳에서 소개되는 티셔츠 페인팅과 양탄자는 서울 전시를 위해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사실!
케니는 ‘팝 초현실주의’, ‘슈퍼 팝(Super Pop)’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의 관문인 ‘비판’과 ‘비난’을 그 역시 피할 수 없었죠. 그래서일까요. 젊은 아티스트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 또한 잊지 않았는데요.
아마도 미래가 불확실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겁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참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자신의 경력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세요. 정치적, 사회적 요소를 걱정하지 말고 99% 에너지 작품에 쏟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현재 애니메이션과 게임,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케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샤프 쉑> 팝업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며, 자세한 사항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시간별 관람객을 제한하고 발열 체크와 전화 인증 체크인 및 마스크 착용 후 입장이 가능합니다.
<샤프 쉑(Scharf Schak)>
2021.11. 7 ~ 2021. 12. 25
백아트 서울 팝업 전시장
(서울숲길 50)
낮 12시 ~ 오후 8시
(월, 화요일 휴무)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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