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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가 된 안중근의 유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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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포스터 | 예술의전당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삶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펼쳐집니다. 예술의전당이 8월 12일부터 15일 올리는 창작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입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2015년 문병남 M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해 초연한 작품입니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창작 진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을 담당해, 스토리부터 음악, 안무, 무대까지 재창작 했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70분의 전막발레를 통해 영웅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성장해 나가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작품은 서른 두해의 짧은 삶을 조국의 독립에 기꺼이 바친 애국지사의 삶과 두려움과 괴로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는 편지를 보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부인 김아려 여사도 재조명해 극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왼쪽부터) 안중근 역의 발레리노 윤전일, 이동탁 |예술의전당
    (왼쪽부터) 김아려 역의 발레리나 김지영, 박예은 | 예술의전당

    안중근 역에 <팬텀>, <사랑에 미치다> 등으로 무대 위에서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발레리노 윤전일, 유니버설 수석 무용수 이동탁,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역에 국립발레단 전 수석 무용수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박예은이 캐스팅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는 성신여대 무용학과 교수 김순정, M발레단 부예술감독 민혜진이 출연합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민우와 발레리노 윤별이 일본군 장교 이시다 역을 맡았습니다. 박예은과 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곽화경이 이시다의 연인 사쿠라로 분합니다.

    지난 8월 1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제작 발표회를 통해 작품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연습 및 제작 과정, 기획 의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이하에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관전 포인트, 그리고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오간 질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하 내용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제작 발표회 시연 장면 및 질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관전 포인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춤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는 다양한 연출적 요소가 돋보입니다. 무대 세트와 조명, 영상 등이 극장을 십분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일대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감옥, 혼례식, 술집, 암실, 기차역 등 다양한 배경을 표현해야 하는데, 삼면으로 둘러싸인 무대장치와 조명, 영상을 사용해 시대와 공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배경적 요소를 넘어 미디어 파사드, 영상, 조명과 합쳐서 무대효과만으로도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드라마틱한 주역, 화려한 군무
    발레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테크니컬한 발레를 좋아하시는 분도, 감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발레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주역들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내면과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군무진은 화려한 동작과 조형미가 돋보이는 대형을 통해 테크니컬한 장면을 소화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발레리노의 군무였는데요. 테크니컬한 동작과 빠른 리듬으로 큰 에너지를 느껴보실 수 있을 겁니다. ‘믿고 보는’ 발레 스타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겠죠!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70분짜리 전막 발레
    보통 전막발레는 2시간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70분의 러닝타임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긴 공연이 부담스럽거나, 발레 공연이 아직 낯선 관객, 자녀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할 가족 관객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죠. 또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처럼 익숙한 고전 레퍼토리가 아닌 신선한 창작 작품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안중근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 같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제작 발표회 Q&A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창작 진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유인택 사장 대한민국에서 2시간 반에서 3시간에 달하는 전막 발레를 할 수 있는 단체가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세 개 밖에 없다고 합니다. 민간 발레단들은 대극장에서 전막 발레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죠. 장르의 발전을 위해서는 라이선스 작품과 창작 작품 간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페라나 발레는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 90퍼센트 이상입니다. 관객층의 확장과 공감을 위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가지고 발레를 할 수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코로나로 아사 직전에 있는 민간 예술 단체를 주목했고요.
    그러던 중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산실로 초연했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만나게 됐습니다. 장르의 발전과 예술인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작품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도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가 되어 해마다 연말엔 <호두까기 인형>을 기다리듯이, 8월 15일이면 기다려지는 작품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안중근 의사의 삶 중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연출했나요.
    양영 연출 재제작에 들어가면서 대본과 연출의 많은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삶에서 세심하게 다뤄보고자 했던 부분은, 연해주 망명 이후 의병활동을 전개하는 부분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후 감옥에서 느꼈을 감정의 변화 등 관객들이 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 준비했나요. 
    문병남 안무 작품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형 언도를 받고 인간적인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연극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양영은 연출 연출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대 전환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무대를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장면 전환이 아니라, 무대의 움직임이 스토리와 감정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임팩트를 가미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 사용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요.
    사형 언도 이후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그래, 죽으라”라고 하지만 김아려 여사는 남편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엔딩 파드되에서 그런 감정선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무대 한 쪽은 감옥으로, 한 쪽은 집으로 표현해 감옥에서 환영처럼 다시 만나는 연출을 시도했고요. 마지막 장면은 안중근 의사가 들어간 관이 닫히는 장면처럼 연출했는데요. 현재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해 고국으로 송환을 하지 못하고 있어 송환에 대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기차역 장면 등 연출이 눈에 띕니다. 초연과 달라진 부분은 무엇이 있나요.
    양영은 연출 보통 공연장에 들어오면 관객들은 주로 전면을 보고, 전면에서 오는 감동을 받게 되는데요. 공간 자체를 영상으로 감싸는 시도를 통해 기차가 들어올 때의 중압감 등을 다이내믹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관객들이 무용 공연을 볼 때, 단순히 감정뿐 아니라 근감각적인 체험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같이) 긴장감을 느끼고 가슴이 뛰기도 하는, 그런 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상 연출을 신경 썼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무용수들은 각자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해 연기하고 있나요.
    윤전일 내면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있지만, 나의 희생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큰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겉으로는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생각에 안무가의 생각을 더해 영웅적이고 강한 모습을 표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동탁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족을 떠나보내고 독립운동을 해야 했을 때의 심정, 단지 동맹 후 이토를 사살했을 때 긍지, 감옥에서 환영으로 부인을 만났을 때의 마음을 생각하며 연습했습니다.
    김지영 김아려 여사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많이 알려진 바가 없어 개인적으로 찾아보았는데요. 김아려 여사는 양반 출신의 천주교인으로, 현대적인 여성이었어요. 그걸 토대로 캐릭터를 잡아나갔습니다. 작품 속 시대는 굉장히 암울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굉장히 사치처럼 보일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과 김아려의 사랑이 엿보이고, 그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박예은 제가 해석한 김아려 여사는 굉장히 강인하고, 지조 있는 여성입니다. 결혼 후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움, 걱정, 아쉬움, 원망의 감정들을 엔딩 장면에 담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마지막 엔딩 파드되가 인상적인데요. 어떤 감정으로 춤을 추나요.
    이동탁 매일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요. 오늘은 너무 보고 싶은 부인을 찾다가, 부인을 보고 행복해했던 것 같아요. 김지영 선배님께서 “고생했어. 괜찮아. 잘했어” 하고 다독여주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지영 슬픈 장면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슬픈 감정이 깔려있죠. 그런데 오늘은 슬픔뿐 아니라 (김아려 여사가) 남편을 지지하고, 다 받아들이고 ‘편하게 가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평소 연습할 때 기술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서로 얘기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데, 그런 감정이 전해졌다는 게 신기합니다. 클래식 발레와 달리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무용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中 |예술의전당

    각자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중 ‘베스트 씬’을 꼽는다면요.
    윤전일 군사훈련을 하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강인한 모습을 보실 수 있고, 디테일한 남성 군무가 신선하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정말 연습을 많이 한 장면이라 같이 고생한 출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관객분들도 그 장면에서 감동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영 제 가슴속에 남았던 장면은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 독무를 힘들게 하고 난 뒤, 어머니가 수의를 들고 옆에 앉아 얼굴을 맞대는 장면이에요. ‘안중근 의사’하면 조국에 대한 사명감 같은 무거운 것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그 장면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마리아 여사도 안중근 의사에게 “항소하지 말아라”라고 말할 만큼 강한 인물인데, 어머니로서 그렇게 말하는 게 과연 쉬웠을까요. 한 장면에 많은 감정들이 있더라고요. 작품을 설명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박예은 엔딩 파드되가 ‘베스트 씬’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후반에 이르러) 안중근 역의 무용수는 팔 하나 들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컨디션으로 리프트나 격한 동작들을 소화해내야 하거든요. ‘쥐어짜면서 추는 춤’이라 가슴이 더 아프고,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김순정 버릴 게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는데요. 이번 공연은 오디션을 통해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주역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예술가들이에요. 클래식발레와 창작발레의 테크닉과 정서를 포괄하고 있어 다양한 감상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창작 발레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문병남 안무 안무가 클래식 발레의 동작이 많으니 ‘한국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동작이 아니라 무엇을 이야기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유학시절, “너희 발레가 뭐가 있냐”는 질문에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건 우리 거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큰 쇼크였어요.
    유학하며 ‘내가 뭘 배워야 할까’ 고민했지만 사실 배울 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문화, 이야기, 종교, 철학 등 예술적 자원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 세계 시장에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의복, 우리의 생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왕자호동>, <처용> 등을 안무했고요. 또 젊은 친구들 중에는 좋은 안무자들도 많아요.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 친구들은 세계시장에 진출하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봅니다.
    영은 연출 ‘창작 발레’는 단어부터 이미 융합적인 용어인데요. 성문화 되어있는 발레를 토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 틀을 존중하면서 안무를 시도했습니다. 그 융합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 융합으로 탄생한 결과물의 새로운 면모를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8월 1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8월 14일 오후 3시, 6시
    8월 15일 오후 3시
    안무 문병남
    연출 양영은
    윤전일, 이동탁, 김지영, 박예은, 김순정 외 다수 출연
    (날짜별 출연자 상이)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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