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정란이 오는 9월 5일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의 첼로 작품 전곡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이정란이 2015년부터 도전해 온 첼로 전곡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는 2015년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시작으로 2017년 베토벤의 소나타와 변주곡 전곡, 2019년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2020년 브람스까지 다섯 작곡가의 첼로 전곡 연주를 마쳤다.
(영상) 첼리스트 이정란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Youtube
‘프로페셔널’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곡 프로젝트를 꼭 실현하고 싶었다는 이정란은 전곡 연주를 준비할 때는 “몇 달을 온전히 작곡가의 삶과 음악 속에 파묻혀 지낸다”고 한다. 작곡가들이 살아온 삶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작곡가와 작품의) 세세한 감정과 메시지에 집중하는 일은 음악가가 경험한 일 중 단연코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업”이라며 특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곡가는 슈만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슈만의 말년은 비극적이었다. 뛰어난 음악가이자 문필가였으며 쇼팽과 리스트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했던 슈만은 자살 기도 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수많은 첼로 레파토리를 경험했고, 이미 다섯 명의 작곡가를 깊게 만났던 이정란도 슈만의 삶을 파고드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끈질긴 탐구와 연습 끝에 깨달은 것들, 가령 슈만의 첼로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서정성과 기교, 감동과 같은 것들을 오는 5일의 공연 <슈만, 낭만의 자서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이정란은 슈만이 첼로를 위해 작곡한 ‘5개의 민요풍의 소품 Op.102’와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던 ‘환상 소곡집 Op.73(이하 환상소품)’, 호른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70′, 그리고 슈만 첼로 레퍼토리 중 가장 고난이도의 곡인 ‘첼로 협주곡 가단조 Op.129′을 연주한다. 이중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이정란에게 2006년 통영 윤이상국제 콩쿠르 우승을 안겨준 곡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곡을 4 첼로 버전으로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첼리스트 이경준, 윤석우, 남아연이 무대에 오른다. 첼리스트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갈 연주를 앞두고 있는 이정란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이하는 첼리스트 이정란과의 일문일답.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까지 다섯 작곡가의 첼로 작품 전곡 연주를 마쳤습니다. 이제 슈만을 앞두고 있는데요. 전곡 연주를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던가요.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작곡가와 소통을 하다 보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보다 넓은 범위(Spectrum)에서 그 작곡가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겨요. 그 자체 만으로도 제 음악세계의 지경이 넓어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개인사를 파고 들면 그의 음악에 공감하는 것이 조금은 쉬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위대한 작곡가가 한층 더 친근한 ‘인간’으로 다가오거든요.
전곡 연주를 통해 음악가로서 얻는 건 많지만 사실 그 과정은 힘들 텐데요. 보통 어떤 식으로 준비하나요.
전곡 연주를 준비할 때는 보통 수개월 전부터 평전과 서신, 다큐멘터리, 관련 영화 등을 찾아보면서 작곡가의 삶을 최대한 면밀히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작업을 합니다. 첼로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교향곡, 실내악곡, 성악곡 등 그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완전히 그 사람에게 푹 빠져보려고 노력하죠. 음악을 되도록 많이 듣습니다.
슈만을 포함해 여섯 명 작곡가의 전곡 연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였나요.
특별히 어느 작곡가가 더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슈만의 정신세계가 가장 복잡하고, 그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보니… 그 삶을 글로 따라가는 동안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이번 슈만 전곡 연주를 준비하면서, 슈만의 음악 세계나 슈만이라는 인간 자체를 이해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사료 또는 책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세 권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가 1990년대에 RCA사와 만든 다큐멘터리 <Schumann’s Lost Romance>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슈만 평전> 이성일 저, 풍월당 출판
이 책은 페이지 수가 무려 831쪽에 달합니다. 슈만의 삶을 아주 상세히 다뤄 연대순으로 묶은 책이에요. 페이지 수는 많지만 비교적 쉽게 읽혀지는 편입니다. 물론 그의 극적인(Spectacle) 삶과 고뇌의 흔적, 극심한 우울 증상, 혼란스러운 정신 세계로 인한 고통을 같이 느끼며 읽으니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그렇지만 그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어떠한 배경에서 어떤 곡이 탄생했고, 당시에 어떤 반응과 리뷰들이 있었는지, 그게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 수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 <젊은 음악가를 위한 슈만의 조언> 로베르트 슈만 지음, 스티븐 이설리스 편집 및 해설, 정세진 옮김, 클 출판
슈만은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한때 문학가와 음악가의 길을 두고 진로를 고민할 정도로 문학을 아끼고 사랑했어요. 그는 음악저널을 비롯해 집필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이 책은 슈만의 젊은 음악가들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을 스티븐 이설리스가 편집하고 해설을 덧붙인 책인데요. 영국의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또한 글을 아주 잘 쓰는 ‘슈만 예찬론자’에요. 슈만에 대한 이설리스의 각별함이 느껴지는 해설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200년 앞서 산 사람이 2021년을 살고 있는 제게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슈만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에요. 그를 좋아하는 음악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음악과 음악가, 낭만시대의 한가운데서> 로베르트 슈만 지음, 이기숙 옮김, 포노 출판
슈만은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등 선배 음악가들을 신봉했고, 멘델스존, 브람스, 쇼팽, 리스트 등 동시대의 음악가들에게도 존경을 표할 줄 아는 아주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신음악지>라는 저널을 발행했는데, 여기에서 수많은 음악들을 비평했어요.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음악에서 탈피해 음악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자는 취지의 논평을 자주 실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서평은 그의 시대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죠.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비춰주는 이 평론집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대의 조류에 묻혀버린 예술 현상에 눈길을 돌리게 한다면 이 책의 목적은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 다큐멘터리 <Schumann’s Lost Romance> with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이번 공연 1부에서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슈만의 작품 3개를 연주합니다. 곡의 순서를 정할 때도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작품번호’ 순서대로라면 작품70, 73, 102번 순으로 1부를 구성하는 게 맞을 텐데요. 저는 그가 이 작품들을 작곡한 ‘작곡 연대’ 순서에 따라 프로그램을 짜봤습니다. ‘환상소품(73번)‘, ‘아다지오와 알레그로(70번)‘, ‘5개의 민요풍의 소품(102번)’ 이렇게요. 슈만이 먼저 작곡한 ‘환상소품’의 출판이 늦어져서, 작품번호가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뒤가 되었거든요.
그 순서대로 연주함으로써, 공연에 어떤 흐름이 생기기를 기대했나요.
개인적으로 ‘슈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판타지(Fantasy, 환상)’입니다. 그래서 공연에 오시는 관객분들을 처음에는 ‘환상소품’을 통해 조용하면서 몽롱하게 시작하는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었어요. 그다음에는 슈만이 상상 속에서 창작하고 평생 사용한 두 캐릭터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의 대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로 불을 지피는 거죠. 1부의 마지막에는 ‘5개의 민요풍의 소품’으로 소담하면서도 서로 완전히 다른 매력을 다채롭게 보여드리려고 해요.
1부 연주곡 중 원래부터 첼로를 위해 작곡된 곡은 ‘5개의 민요풍의 소품’ 뿐이라고요.
슈만은 성인이 되어서 손가락을 다쳤기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꿈도 접었고, 그 어떤 악기도 연주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아주 어린 나이에 첼로를 잠깐 배웠다는데, 첼로라는 악기의 매력과 특색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5개의 민요풍의 소품’은 1849년 4월 드렌스덴에서 단 며칠만에 작곡되었죠.
첼리스트로서 본다면, 확실히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5개의 민요풍의 소품’에서만 특별히 느꼈던 무언가가 있나요.
슈만은 처음에는 ‘환상소품’을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어요.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는 호른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다가, 나중에 제목에 ‘첼로를 포함한 다른 악기들로도 연주가 가능하다’고 썼죠. ‘5개의 민요풍의 소품’은 원래부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는데 바이올린으로도 연주할 수 있다고 썼고요. 앞의 두 작품은 관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인 만큼 몽롱하면서 애수에 젖은 클라리넷과 호른의 음색이 가장 잘 어울려요. ‘5개의 민요풍의 소품’은 허무하면서 유머도 있고(1곡), 따뜻한 자장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2곡), 슬라브적인 우수가 느껴지기도 하고(3곡), 유쾌하고 씩씩하기도 하며(4곡), 열정적이고 사나운 면(5곡)을 두루두루 표현하기 좋은, 첼로의 음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2부에서 연주하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스스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윤이상 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곡이죠. 윤이상 콩쿠르 당시와 이번 공연에서의 연주는 어떻게 다를 것으로 기대하나요.
그 당시 제가 본선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곡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는 슈만을 택했죠. 제가 그의 서정성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무엇보다도 변덕스러운 캐릭터들을 살리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물론 기교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곡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 난관을 감수하더라도 음악적으로 표현할 게 많고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에요. 그 당시 슈만 스페셜리스트인 스티븐 이설리스의 마스터 클래스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웠었죠. 아직도 그분의 가르침이 생생합니다. 콩쿠르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만큼 음악적으로 더 성숙한 표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라면,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빼어난 협주곡이죠. 저의 사견으로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드보르작의 협주곡보다도 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툼한 오케스트레이션에 첼로가 가려지는 일이 많은 드보르작에 비해, 슈만은 오케스트라의 질감을 아주 적절하게 조절했어요. 첼리스트가 서정미를 충분히 발휘하고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죠. 2악장의 그 유명한 클라라에 대한 애절한 연가는 단연 이 곡을 연주하는 첫 번째 이유에요. ‘킬링 포인트’ 이기도 하고요! 슈만 이전에 하이든이 두개의 첼로 협주곡을 남겼는데, 그 외의 주요 작곡가들이 첼로 협주곡을 남기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슈만의 이 작품은 우리 첼리스트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귀한 작품이죠!
이번 리사이틀에서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4 첼로’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보통의 콰르텟이나 퀸텟 편성이 아니라 4 첼로 버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번에 연주할 4 첼로 버전에서는 독주 첼로가 이 협주곡의 독주 부분을 오롯이 연주하고, 3대의 첼로가 오케스트라 부분을 압축해 연주합니다. 첼리스트 출신인 리처드 클램이 편곡했는데요. 오케스트라 파트를 첼로 3대에 충실하게 녹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는 다양한 관악기들의 특징을 첼로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비교적 비어 있는 구석 없이 3대의 첼로를 효과적으로 촘촘하게 잘 이용했더라고요.
리차드 클램의 이 악보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요. 몇 달을 수소문해 손에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몇 년 전 독일 출신의 첼리스트 페터 브룬스(라이프치히 음악대학 교수)가 내한했을 때 이 편곡으로 슈만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는데요. 그때는 제가 반주자로 참여했었습니다. 이 편곡 버전을 당시 처음 접했는데 참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꼭 이 버전으로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슈만 프로젝트에 이 곡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국내에서는 악보를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유럽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봤지만 이상하게 쉽게 구해지지가 않았어요. 그러다가 마지막 묘책으로 페이스북에 직접 이 악보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저의 은사이시기도 한 첼리스트 루이스 클라렛 선생님께서 제 글을 보시고 이메일로 악보를 보내주셨어요!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없을 뻔 했죠. 정말 너무나 깊이 감사드리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슈만의 음악을 가을과 잘 어울린다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슈만의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계절이 있을까요?
슈만의 낭만적인 서정성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그의 음악에서 가을을 떠올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고 그의 내면적 쓸쓸함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계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슈만의 음악이 특별히 어느 계절에 어울린다고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그가 클라라에게 보낸 결혼 선물인 <미르테꽃>의 제1곡 ‘헌정’이나, <시인의 사랑> 중 ‘그 아름다운 5월에’는 사랑이 움트는 싱그러운 봄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거든요. <리더크라이스> 중 제5곡 ‘달밤’ 같은 경우 가을 하늘에 휘영청 걸린 달을 연상케 하죠. <피아노 5중주 작품 44> 1악장은 여름의 푸릇한 에너지가, 2악장은 겨울의 쓸쓸함이, <피아노 4중주 작품 47>의 3악장에서는 겨울의 따뜻한 난롯가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슈만 이후 또 다른 작곡가의 전곡 연주도 계획하고 있나요.
애석하게도, 전곡 연주로 한 번의 공연을 꽉 채울 만큼(Full concert) 충분한 첼로 곡을 쓴 작곡가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쇼팽의 곡(첼로 소나타,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녹턴 등)으로 구성된 미니 콘서트는 꼭 열고 싶고요. 내년 9월에는 <보헤미안의 숲으로부터>라는 제목의 리사이틀로 다비드 포퍼, 레오스 야나첵, 보후슬라브 마르티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슬라브/보헤미안 작곡가들을 한 자리에서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라이징스타로 불리던 10대 후반, 20대 초반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선생님들, 선배 연주자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요즘에는 너무나 훌륭한 후배 첼리스트들이 많이 등장했어요. 지금은 그들에게서도 많은 자극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습니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경쟁 상대로 여기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첼로를 영원한 동반자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럴 때 저의 가장 큰 경쟁자는 어제의 제 자신이 되어요. 늘 스스로에게 도전을 하면서도, 오늘 제게 주어진 연주자로서의 삶에 충만한 감사와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고민도 다르지 않나요. 첼리스트로서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것인가요.
고민은 늘 해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 프레이즈에 어떻게 하면 더 진한 감동을 담을 수 있을까,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고민을 멈추는 날은 악기 연주를 그만두는 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첼리스트 이정란의 이번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많은 팬들에게 인사를 남긴다면요.
슈만은 그의 음악을 들으면 곧바로 어떤 텍스트가 떠오를 정도로 표현력이 풍부한 작곡가입니다. 저도 연습할 때 특정 부분을 연주하면서 작가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해요. 제 나름대로 느끼고 즐기려고 노력하죠. 비록 슈만의 비극적인 삶과 정신적 고통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그가 펼친 음악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푹 빠져보면서 슈만도 결국 한 명의 순수한 ‘인간’이었음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 공연 프로그램
슈만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70
슈만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 소품곡 Op.73
슈만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5개의 민요풍의 소품 Op.102
슈만 – 첼로 협주곡 가단조 Op.129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 <슈만, 낭만의 자서전>
2021. 9. 5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첼로 이정란
피아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첼로 3중주 이경준, 윤석우, 남아연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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