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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 불문 명작의 감동!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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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포스터 | 유니버설발레단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막이 올랐습니다.<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의 열풍 속에서 탄생한 작품인데요. 시인이자 무용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독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영혼 ‘윌리’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대본을 썼습니다. 푸른 밤, 숲속에서 춤을 추는 영혼들의 모습은 당시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죠. 이후 낭만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불리며 오래 사랑받았습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초연을 가진 <지젤>은 이후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러시아 황실 극장에서 재공연되며 다시 인기를 얻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프티파의 버전을 바탕으로 합니다.

    2019년에 이어 2년 만에 관객을 만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일으켰습니다. 뜨거운 관심에 유례없이 최종 리허설 티켓을 오픈하기도 했는데요. 회차마다 유감없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만족스러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뜨거웠던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현장, 올댓아트가 소개합니다.


    <지젤>의 모티브가 독일의 오래된 전설인 만큼, 줄거리를 모르고 본다면 난데없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전개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요. 이날도 공연 전, 유니버설발레단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문훈숙 단장의 공연 해설이 진행됐습니다. <지젤>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놓치기 쉬운 발레 마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또 낭만발레 작품에서 폴 드 브라(port de bras ·발레의 팔 동작을 일컫는 말)의 특징 등 마니아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포인트들도 다수 소개됐는데요. 마치 강연을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는 관객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막
    라인 강변의 농가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중 1막의 한 장면 |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은 포도 수확 축제가 한창인 독일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지젤은 생기 넘치고 순수한 인물로, 심장이 약한데도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 어머니의 근심거리가 되곤 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지젤에게 귀족 알브레히트가 신분을 숨기고 다가와 사랑을 고백하죠. 이날 10년 차 부부인 손유희-이현준 무용수가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으로 무대에 올랐는데요. 사랑을 점치는 꽃점의 불길한 결과에 불안해하는 지젤을, 능글맞게 달래는 알브레히트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부부 케미’를 마음껏 뽐냈습니다.



    <지젤> 1막 중 사랑의 꽃점을 쳐보는 지젤 |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1막에서 가장 유명한 바리에이션은 포도축제에서 춤추는 지젤의 솔로 바리에이션입니다. 각종 콩쿠르와 갈라 공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춤이기도 합니다. 손유희 발레리나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소화하면서, 연속되는 발로네(ballonné·발을 뻗었다가 발목으로 가져가는 발레의 발동작) 동작에 이은 마네쥬(en manége·무대 위로 원을 그리며 도는 스텝)를 시원하게 수행해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디아나 비쉬네바가 선보이는 <지젤> 1막 솔로 바리에이션 | YouTube

    축제에서 춤을 추는 커플의 모습이 담긴 ‘패전트 파드되‘도 <지젤>의 널리 알려진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줄거리와 상관없이 구경거리로 삽입하는 춤)입니다. 이날은 서혜원-강민우 무용수가 파드되를 소화했습니다. 경쾌한 축제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춤이라, 크고 작은 점프와 도는 동작이 아주 많은데요. 테크닉이 많은 장면은 관객도 함께 긴장하기 마련이죠. 드미 솔리스트 서혜원은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동작을 진행하면서, 상큼한 에너지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지젤> 1막 중 정신을 놓아버린 지젤 | 유니버설발레단

    축제가 한바탕 끝이 나고, 지젤을 짝사랑하는 사냥꾼 힐라리온이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뿔피리를 불자 사랑에 빠진 지젤 앞에 알브레히트의 약혼녀 바틸드가 나타납니다. 믿었던 알브레히트마저 자신을 외면하자, 지젤은 큰 충격에 빠져 정신을 놓게 됩니다. 바로 그 유명한 ‘매드 ‘인데요.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지젤’에 사용된 음악도 ‘매드 씬’의 음악입니다.

    김연아의 ‘지젤’. 사랑에 배신당한 지젤의 모습을 그려냈다 | YouTube

    발레 레퍼토리 중 화려하고 난도 높은 동작, 혹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유명한 장면은 많지만, 연기만으로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긴 신은 <지젤>의 ‘매드씬’이 유일할 겁니다. 춤 없이 연기와 움직임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무용수에게도 큰 도전이죠. 지젤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 웃음을 짓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광기를 비추는 모습에 극장의 분위기는 일순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이후 지젤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고, 알브레히트가 시종에게 이끌려 마을을 빠져나가면서 1막이 마무리됩니다.



    <지젤> 1막 중 지젤의 죽음 |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1막은 배경과 인물을 소개하고 하이라이트를 위해 극을 전개하기 바쁜데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축제가 한창인 마을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두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을 담아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지젤의 죽음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중간중간 인물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요. 대사 없이 몸과 춤으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발레의 매력이 십분 드러나있는 막입니다. 여기에는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한 무용수들의 공도 컸습니다. 힐라리온 역의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지젤 엄마 역의 무크투야 무크볼트, 윌프레드 역의 루이스 가드너 등 조연들의 연기력이 극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2막
    윌리들의 숲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중 2막의 한 장면 |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는 달빛이 비치는 숲속으로 전환됩니다. 이곳은 윌리들이 나타나는 숲인데요. ‘윌리’는 결혼을 앞두고 죽음을 맞은 여성들의 정령으로, 우리나라의 ‘처녀귀신’과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영혼들이죠. 이곳을 지나가는 남자들은 윌리의 저주에 걸려 밤새 춤을 추다 지쳐 죽게 됩니다.

    여러 개의 사건이 있었던 1막에 비해 2막은 다소 간단한 줄거리로 진행되는데요. 윌리들의 저주에서 알브레히트를 지켜내는 지젤의 사랑이 주를 이룹니다. 



    <지젤> 2막 중 윌리들의 군무. 한 다리를 들고 교차하는 모습이 유명하다 | 유니버설발레단

    2막의 볼거리는 단연 ‘윌리들의 군무‘입니다. 윌리들의 왕 미르타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부레(bourrée ·발을 잘게 움직이는 동작)를 하면서 등장하는데, 마치 허공을 떠다니는 듯한 모습입니다. 미르타가 로즈마리 가지를 들어 윌리들을 부르면, 하얀 베일을 쓴 윌리들이 등장합니다. 이어 신비롭고 몽환적인 윌리들의 군무가 시작됩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지젤> 2막 중 윌리들의 군무 | YouTUbe

    윌리의 움직임 포인트는 바로 ‘가벼움’입니다. 영혼들이다 보니 크고 작은 점프, 한 발로 중심을 잡는 아라베스크(arabesque ·한쪽 다리를 몸 뒤로 드는 동작) 동작들이 아주 많은데요. 무게가 없는 것처럼 가볍게 뛰고 착지하는 모습이 땅에서 뛰어 오른 것이 아니라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혼들의 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보면 안 되는 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기분마저 들죠. 

    윌리들의 군무가 끝나면 미르타는 지젤의 무덤에서 지젤을 불러냅니다. 미르타의 부름에 천천히 무대 가운데로 이동한 지젤은 미친 듯이 뒤로 돌며 ‘윌리’가 되었음을 표현하는데요. 무덤에서 나온 지젤의 솔로는 짧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빠른 템포 안에 표현력과 테크닉을 모두 소화해야 하죠. 가장 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지젤> 2막 중 윌리들의 저주에 걸린 힐라리온 | 유니버설발레단

    또 2막에서 강렬한 드라마가 느껴지는 장면은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 힐라리온이 저주에 걸려 춤을 멈추지 못하는 장면인데요. 윌리들은 빠른 대형 변화, 반복되는 점프 동작으로 위협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냉철하게 힐라리온의 애원을 거절하는 미르타의 모습도 감상 포인트입니다.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는 춤을 멈추지 못하고 점점 지쳐가는 힐라리온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는데요. 죽음 직전 마지막 힘까지 짜내 춤을 추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젤> 2막 중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되

    힐라리온의 죽음 이후 미르타는 지젤의 무덤가를 찾아온 알브레히트에게도 죽음을 명하지만, 알브레히트를 지키고자 하는 지젤의 사랑에, 죽음을 뜻하는 로즈마리 가지가 부러지고 맙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절절한 파드되입니다.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이 반복되는데요. 안정감 있는 두 주역 무용수의 파트너십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새벽 종소리와 함께 윌리들은 모습을 감추고, 지젤도 무덤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지젤의 사랑을 깨달은 알브레히트가 절규하며 막이 내립니다.


    150년 전 초연 당시, 관객들은 <지젤>에 열광했습니다. 초현실적인 드라마는 물론이고,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무용수들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당시 어스름한 가스등의 불빛 아래 하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한 발로 서고, 도는 모양이 정말 ‘영혼’ 같았거든요. <지젤>이 낭만발레뿐 아니라 ‘백색 발레’의 대표작인 것만 보아도 당시 <지젤>이 선사한 감동과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에 익숙해진 지금도, 인간의 신체만을 재료로 한 <지젤>의 움직임은 시대를 불문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유니버설발레단,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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