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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본질은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 소프라노 홍혜란, 음악으로 온기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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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4K][LIVE][슈플스테이지] 소프라노 홍혜란이 부르는 #엘비토 #잔니스키키 #희망가 #마중|Youtube

    너도나도 세계 최고의 콩쿠르라고 하지만, 성악계에서 정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다. 또, 너도나도 세계 최고 성악가의 무대라고 하지만, 진짜로 세계 최고의 성악가만 설 수 있는 무대는 뉴욕 메트 오페라다. 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고, 메트를 중심으로 세계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 당당히 선 이가 바로 한국인 소프라노 홍혜란이다. 하나 더 해보자면 홍혜란이 뉴욕 메트 오페라에 발탁된 것은 줄리아드 음대 졸업 직후였다. 

    기사를 쓸 때마다 나열하지만 나열할 때마다 놀라운 이 대단한 커리어를 가졌음에도, 홍혜란은 한결같이 겸손하다. “완전히 내 노력으로만 된 것은 없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그는 뛰어난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온화한 성품으로도 유명한 성악가다. 따뜻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부르기에 홍혜란의 노래에서는 언제나 온기가 느껴진다. 그는 2019년부터 전임교수로서 만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들에게도 항상 “노래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공’을 위해 노래함으로써 얻는 ‘성공’과 기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홍혜란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예술의 본질이 아니다. 

    지금이야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한 사람이지만, 15년 전에는 홍혜란도 음악을 전공하고 유학을 앞둔 평범한 학생이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의 그는 미국 유학길, 인천공항의 한 의자에 앉아 배우자인 최원휘 테너와 손잡고 이렇게 약속했다고 한다. “우리가 나중에 성악가 부부로서 성공하게 되면, 첫 음반은 꼭 찬양 음반으로 내자” 

    그렇게 떠난 미국의 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콩쿠르에 출전하고, 우승 후 수많은 공연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15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 지난해, 마치 하늘이 도운 듯, 15년 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것이 맞물리는 시기가 찾아왔다. 공연 스케줄 때문에 늘 떨어져 지내야 했던 부부가 ‘코로나’로 모처럼 한국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낼 수 있었고, 새 가족이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볼 기회도 생겼다.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많은 클래식 공연을 소화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도 있었다.

    출산 후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장시간 서있기도 힘든 때, 홍혜란은 최원휘와 함께 녹음실로 향했다. 녹음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 음반을 내야만 하는 시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낸 음반이 <The Promise>다. 성악가 부부로서는 최초 발매인 찬양 음반으로, 부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곡들을 담았다. 타이틀곡 ‘약속된 사랑’은 최원휘가 직접 작곡, 작사에 참여했다. 홍혜란이 지난해 발매한 앨범 <희망가>(클래식 부문 1위)처럼 이번 앨범 <The Promise>(종교 음악 부문 1위) 역시 공개 후 2개월도 되기 전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라이브 연주 영상 <슈플> 촬영 후 이어진 홍혜란과의 인터뷰 자리에는 촬영 전 녹음 단계부터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최원휘가 함께 했다. 종교가 없는 내게도 이 성악가 부부의 ‘약속된 사랑’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단순하지만 가장 지켜지기 어려운 원칙, ‘진실함’을 고수한 두 사람의 진심이 노래로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렇게 노래에서 느껴지던 온기는 대화에서도 이어졌다. 이하는 총기로 반짝이는 눈이 빛나던 소프라노 홍혜란과의 일문일답.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은 홍혜란의 옆에서 간식을 챙겨주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도시 남자’ 테너 최원휘.




    소프라노 홍혜란|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드디어 최원휘 테너와 첫 듀오 음반을 냈습니다. 두 분이 함께 음반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소감이 어떤가요.
    홍혜란 이 음반은 저희가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꿈이었거든요.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음반이 진짜 나온 건가?’ 싶기도 하고
    최원휘 아이, 당연히 감동스럽죠. 저희는 결혼하고 바로 함께 유학을 갔었어요. 그때부터 꿈꿨던 음반인데, 너무 오랫동안 시도를 못하고 있었죠.

    그때가 언제쯤인가요.
    홍혜란 2006년이었어요. 인천공항 의자에 앉아서 손잡고 우리가 나중에 같이 내는 첫 음반은 꼭 찬양 음반으로 하자 그렇게 약속하고, 기도했죠. 그리고선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났어요. 그때부터 (함께 음반을 내는 것이) 계속 저희의 꿈이었는데, 언젠가 하겠지, 하겠지 하다가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음반이 나온 지금도 여전히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최원휘 15년 되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우리 나이가 점점 드러나잖아요!(웃음)

    음반을 더 일찍 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홍혜란 적당한 시기를 찾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저희의 음악 활동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었거든요. 이번에는 빨리 이 공연을 해야 하고, 다음에는 어느 나라에 가서 어디 극장에 서야 하고, 어떤 곳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우리의 꿈이 이것이었으니까 옛날로 돌아가서 그것을 해보자 하기에는 그걸 위한 기회나 시간이 쉽게 주어지지 않았죠.

    그러면 지금은 시기가 잘 맞물렸나요.
    홍혜란 그렇죠. 일단 코로나로 둘 다 한국에서 지내서 음반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저희가 너무 바빠서 서로 얼굴 보는 기간이 1년에 2개월 정도일 때도 있었거든요. , 지난해에 저희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 일을 계기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우리가 원래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시점에서 예전 우리의 꿈을 돌아보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에서 그때 약속했던 음반을 이번에 내게 된 거예요.



    소프라노 홍혜란·테너 최원휘 부부의 첫 앨범 <The Promise> |스톰프뮤직

    음반은 언제 작업했나요.
    홍혜란 작년 늦가을쯤이에요. 출산하고 5개월 정도 후였어요.

    출산하고 5개월이요! 일상생활도 힘들 때인데요.
    홍혜란 힘들고, 아프고, 노래도 잘 안되고… 그때가 또 모유 수유하던 시기였어요. 유축을 해야 하잖아요. 녹음하다가 중간에 유축하러 나가고, 다시 들어와서 녹음하고, 그런 과정도 조금 힘들었죠. , 그리고 아이가 새벽에 계속 깨거든요.
    최원휘 아이고, 맞아요. 그랬죠.
    홍혜란 아이가 깰 때마다 저도 일어나서 다시 아이 재우고, 또 깨고, 또 재우고 저희 둘 다 눈이 빨갛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반 졸고 있는 상태로 정신 차려야 돼…”이러면서 녹음했죠.
    최원휘 그때는 밤낮이 없었어요. 새벽에 2시에 깼다가, 4시에 깼다가 하니까요.
    홍혜란 힘들긴 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이 음반을 내야만 하는 시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음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죠.

    홍혜란 소프라노의 작년 <희망가> 음반은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들었는데요. 이번에도 원테이크로 작업했나요.
    최원휘 원테이크 방식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라이브(Live) 공연의 느낌을, 관객을 모시고 노래하는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어요. 녹음을 가능한 길게 가고, 녹음과 반주를 분리시키지 않고 작업했죠.



    테너 최원휘|스톰프뮤직

    성악가 부부가 함께 내는 첫 음반인데, 오페라 곡이나 가곡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홍혜란 저는 마음먹은 게 있으면 그걸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에요. “그래? 그 길로 가자 하고 그대로 쭉! 이런 성격이거든요. 찬양 음반 외의 다른 것으로 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최원휘 배우자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지, 만들어진 것만으로 소통할 수는 없다고요. 예전에 냈던 <희망가> 음반도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냈던 음반이죠.
    홍혜란 앞으로도 예정된 일정이 쭉 있는데, 이게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클래식 음악 중심의 활동들을 조금씩 더 해나갈 계획이거든요. 그전에 진짜 저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 세계에서 불리는 찬송가가 정말 많은데요. 이번 음반에 담은 곡들은 어떤 이유로 선택했나요.
    홍혜란 저희가 자주 듣고 부르던 곡들이에요. 꿈을 가졌던 당시로 돌아갔다고 상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곡들을 선택했어요. “나 고등학생 때 이 노래 불렀었는데 너무 좋았어하는 식으로요. 지금은 요즘 감성에 맞는 CCM이나 이런 것들이 워낙 많이 있지만, 제가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정말 그냥 찬송가를 부르면서 컸어요.
    최원휘 스스로 ‘정말 좋다’고 느꼈던 것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음악들, 힘들 때 나도 모르게 부르게 되던 곡들, 그런 음악을 담으려고 했죠.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거군요.
    홍혜란 저는 그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멋진 소프라노인 척? 그런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보다는 제 자신을 보여드리는 것이 먼저에요. 그게 바로 내가 청중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제 스스로가 아닌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거나 어딘가에 나설 때는 위축이 돼요. 거짓말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저는 이런 사람인데 그게 아닌 척하고, 이만큼 밖에 할 수 없는데 더 할 수 있는 척하고, 그러면 항상 그것이 저를 옥죄어 오더라고요. 제 마음의 문을 먼저 열고 제가 가진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요.



    소프라노 홍혜란|스톰프뮤직

    타이틀곡 약속된 사랑최원휘 테너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는데요. 완성하기 전까지는 비밀이었나요?
    최원휘, 제가 그런 성격이 못 돼요. 좋은 거 있으면 빨리, 빨리! 이거 한번 들어봐, 들어봐!” 이래요.
    홍혜란 정말 매 순간 공유했어요.

    너무나 비밀이 아니었군요.
    최원휘 가끔 그만 얘기해!” 이럴 정도였어요.
    홍혜란 아니, 멜로디 한 마디 쓰고 와서 이건 어때? 따라라~ 가사는 이게 나아, 이게 나아?” 이러는 거예요.(웃음) 그래도 그렇게 탄생한 노래는 정말 좋았어요. 그동안 저희가 느꼈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곡이에요.

    약속된 사랑이란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최원휘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저희 둘의 약속된 사랑이고요. 다른 하나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신앙 안에서의 사랑이죠. 그걸 우리 스스로도 확인하고 싶었던 건데, 음악 작업을 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넘어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어요.
    홍혜란 정말 그래요. 저희는 저희가 약속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오랜 세월을 다시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죠. 저희에게 주신 약속이 15년이라는 시간 안에 다 아우러져 있었던 거예요.
    최원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때 나는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서 다시 보니 , 저 사람 저렇게 했던 게 나를 위해서였구나 하고 알게 되잖아요. 저희가 느낀 그런 것들을 음악에 녹여내려고 했어요.

    (영상) 홍혜란&최원휘의 ‘약속된 사랑’|Youtube

    음반 발매에 이어서 7월에는 <Love & Life> 공연을 열죠. 함께 공연하는 백혜선 피아니스트와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나요.
    홍혜란 백혜선 선생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 중 한 분이세요.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왔죠. 예전에 유학 갔을 때 처음 뵈었는데, 저희가 아기일 때부터 음악적으로든지, 인생의 선배로든지 멘토가 필요할 때 항상 조언해 주셨어요. 저희 부부 삶의 많은 부분에 선생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과 미국에서 각자 지내고 있지만 자주 안부 연락드리곤 해요.
    최원휘, 그러고 보니 어제도 전화드렸어요.
    홍혜란 배우자가 선생님하고 통화하다가, 선생님께서 혜란씨 힘들어서 어쩌냐 하시길래 그거 다 선생님께 배운 거 아니에요!” 그랬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요즘 학교 일하고 제 일하고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저는 정말로 제가 고될 때마다 선생님께서 힘드셨던 게 떠올라요. 미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시면서 연주 활동과 교수직을 병행하는 일을 아무 불평 없이 다 해내셨거든요. 저도 선생님의 그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 아이를 낳고, 교수직을 맡은 것이기도 해요.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런 선생님하고 하는 공연이 <Love & Life>인 거고요.

    <Love & Life>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홍혜란 저는 여성의 사랑과 생애를, 배우자는 남성의 사랑과 생애를 노래해요. 그 안에 저희가 함께 한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 저희의 역사, 백혜선 선생님과의 추억, 이런 것들을 모두 담아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홍혜란·최원휘·백혜선의 ‘Love & Life’ 공연 포스터|스톰프뮤직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가족에 대한 감사, 소중함을 이야기해왔는데요. 작년에 기쁜 일이 많았습니다. <희망가> 음반도 발매했고, 지난해 2월에는 최원휘 테너가 메트 오페라에 데뷔했죠. 전화로 소식 들었을 때 마음이 어땠나요.
    홍혜란 저 울었어요. 사실 제가 잘 안 울거든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했을 때도 안 울었어요. 눈물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은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그때 배우자는 주역의 커버였는데, 코네티컷에 사는 동생네 집에서 조카들 동화책 읽어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도 공연 없이 순탄하게 있겠구나 했는데 밤에 잠잘 시간쯤에 갑자기 전화가 온 거예요. 너무 떨리는 목소리로, 어떤 상황 설명도 없이 그러더라고요. “오늘이야

    그 한마디에 딱 알아챈 건가요.
    홍혜란 바로 알죠. 그 순간 제가 소리 지르고 울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니까요. 제 배우자가 그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고, 그 순간 때문에 무엇을 얼마만큼 고생했는지 아니까 그 기억이 한순간에 스치면서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공연을 들으면서도 내내 울었어요.



    소프라노 홍혜란|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그때 뱃속에서 같이 노래를 듣던 아이가 이제 세상을 만났습니다. 1년 정도 되었죠. 소프라노 홍혜란에게 가족의 탄생은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홍혜란 경이로워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 스스로 나는 강하지, 강한 여자야. 나는 강한 음악인이야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와서 보니까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엄마가 되니까 이제 진짜로 무서울 게 없어요. 예전에는, 뭐랄까요, 굉장히 잰다고 해야 할까.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 돼 계산도 많이 하고, 그런 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아요. 아이가 있어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가족이자 나를 강하게 하는 존재인 거네요.
    홍혜란 그동안은 제가 지킨다고 하기에는 제 배우자도 그렇고 부모님도 제가 지키는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그들이 저를 도왔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약해지면 안 되는, 제가 지켜야 할 너무 소중하고 예쁜 존재가 있는 거잖아요. 아이를 생각하면 힘이 막 솟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도 그래요. 떨리다가도 아이 생각을 하면 갑자기 차분해지더라고요.

    미국에서 활동할 때 힘들면 다 내려놓고 돌아와 하셨던 아버님께 서운할 때도 있었다고 했는데,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되나요.
    홍혜 100% 이해해요.(웃음) 정말 100%.

    (영상) 홍혜란이 출연한 [지식콘서트]|Youtube

    그때 아버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홍혜란 제가 고생하지 않고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이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니까요. 아이를 낳아보니까 저도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저희가 매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최원휘 노래는 절대 안 돼!(웃음)
    홍혜란 그런데 벌써 노래를 해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홍혜란 어쩔 수 없나 봐요. 흥얼흥얼 노래하고 즐거워하고 그래요. 돌도 안 됐는데 노래하면서 음계를 표현해요.
    최원휘 그저께도 그랬어요.
    홍혜란 저희 어머니가 아이에게 엄마 뭐해?” 그러면 씩 웃으면서 높은 음으로 노래하는 흉내를 내요. “아빠 뭐해?” 그러면 또 낮은 음으로 소리를 내면서 따라 하는 거예요.
    최원휘 보통 그 또래 아이들이 !” 이러잖아요. 그런데 저희 아이가  이러면서 음을 표현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 저거 큰일 났다”
    홍혜란 그러니까요.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저를 보고 웃어요. 큰일 났다니까요.

    음악가로서의 길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홍혜란 그러니까 또 아버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거죠. 저는 나중에 아이가 커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내고 싶은데, 외국에 노래한다고 훌쩍 가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벌써 들어요. ‘, 아빠도 예전에 이런 마음이셨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제가 제 꿈을 위해서 저를 채찍질하며 그 길을 갔던 것처럼, 저희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희 의견이 어떻든 휘둘리지 않고, 가슴속에 큰 꿈을 품고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죠.  그래도 고생은 안 했으면 싶어요.(웃음)

    홍혜란 소프라노는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성품이 온화하기로도 유명한데, 사실 사람이 살다 보면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람이니까 화도 나고, 짜증도 날 수 있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 하나요.
    홍혜란, 그건 저도 요즘 많이 고민하는 것인데요. 예전에는 저를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도 제가 믿는 신앙 안에서 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도 나를 지켜야겠다 꼭 누구를 미워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며, 나도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웃음) 인정해야 자유가 있더라고요.

    (영상) 홍혜란이 부르는 ‘아베 마리아’|Youtube

    음악으로 온기를 전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희망가>, <The Promise> 모두 감사, 사랑, 희망과 같은 따뜻한 정서를 담은 음반이고, 2017년에는 캄보디아 자선 콘서트에, 지난해에는 적십자사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홍혜란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에 공연도 하고 음반도 내면서 제 경력을 가지게 됐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 주셨는데요. 그게 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 덕분에 얻게 된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영향력 있게 쓰고 싶었죠. 꿈은 원대하지만 저희는 정치가가 아니라 음악가니까, 저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계속 찾는 중이에요. 캄보디아도 가서 보고 배우려고 간 거였고요. 아직은 미약하죠.

    나중에는 어떤 것을 해보겠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있나요.
    홍혜란 저희 부부가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영향력이 생겼을 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특히 요즘은 부모님 없이 자라는 친구들에 대한 마음이 커요. 그 친구들에게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음악이라는 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거든요.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합창단이라든가,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 부부의 인생 후반부에는 그 일에 가장 열정을 쏟게 될 것 같아요.

    ■ 공연 프로그램 
    <1부>
    리스트 – 페트라르카 소네트 123번
    리스트 – 헌정
    슈만 – 여인의 사랑과 생애 Op. 42
    -INTERMISSION- 
    <2부>
    리스트 – 세 개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S.270
    김신 – 김소월의 세 개의 시에 의한 가곡 : 님을 그리다 *위촉 초연
    김소월 <첫사랑>, <님의 노래>, <못잊어>

    <홍혜란·최원휘·백혜선, 사랑과 삶을 노래하다 ‘Love & Life’>

    2021.7.24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시간 100분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피아노 백혜선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스톰프뮤직,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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