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과 스텔라장이 여름밤 도심 속에서 펼쳐지는 <썸머 브리즈> 를 통해 호흡을 맞춘다.
루시드폴과 스텔라장은 노래를 짓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 외에 생명공학을 공부한 ‘공대생’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루시드폴은 인디밴드 ‘미선이’로 데뷔, 2001년 <Lucid Fall>을 시작으로 2019년 <너와 나>까지 그의 섬세한 감성을 담은 곡들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에 살며 귤을 키우는 농부이기도 하다. 스텔라장은 <Colors>로 2016년 데뷔했다. 솔직하고 위트 있는 가사로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소편성의 악기 구성으로 준비했다. 각자의 무대에 더해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더운 여름밤 부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어쿠스틱하고 편안한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만남 이전부터 서로의 노래를 즐겁게 들어왔다는 두 사람을 합주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썸머브리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 이전 서로를 어떤 뮤지션으로 생각하고 있었나요.
루시드폴 ‘아름다워’라는 곡으로 스텔라장님을 처음 알았어요.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음악도 참 좋다고 생각했죠. 작년에 귤이 많이 열려 친한 작가에게 귤 따러 오라고 했더니, 스텔라장이라는 친구와 함께 가도 되겠냐고 묻더라고요. 코로나로 상황이 악화되어 실제로 만나진 못했지만, 이렇게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스텔라장 당시 때아닌 매너리즘에 빠져서, 육체노동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일하면서 안 좋은 마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아직도 그런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요. 스무 살 때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루시드폴님이 진행한 ‘만지다’코너를 열심히 챙겨 봤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제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저희 부모님에게 빌미를 제공하셨죠. “루시드폴도 박사까지 땄는데…”라고요.(웃음)
생명공학을 전공한 음악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학과 음악에서 어떤 접점을 찾았나요. 혹은 생명공학을 공부한 것이 음악을 하는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스텔라장 저는 학업에 뜻이 없었어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그 때는 유학을 하고 있다 보니 (공부를) 끝까지 마치지 않으면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스무 살 때부터 음악이 하고 싶었는데, 음악은 잘한다고 잘 되지도, 열심히 한다고 빛을 보는 분야도 아니라 그만두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찌 보면 꽤나 오랜 시간 저의 ‘보험’에 투자를 많이 한 거죠.
음악으로 방향 전환을 한 뒤에는 한 번도 학업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생명공학과 음악과의 접점을 크게 느끼진 않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부끄러울 정도로 (공부한 것이) 기억이 안 나요. 그래도 저희 학교를 검색하면 제가 학교 출신 유명인으로 뜨더라고요. 길이 달라지긴 했지만 학교를 빛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루시드폴 저도 얼마 전 학교에서 보내는 잡지를 아무 생각 없이 보는데 동문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기타를 든 제가 실려있더라고요.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사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해요. 아주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것 같고요. ‘왜 실험을 열심히 하는, 그런 생활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음악을 안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음악을 전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참 안 했던 것 같아요. 고민해서 뭘 만드는 걸 좋아했고요. 제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때는 물질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노래를 만들고 있구나’ 생각해요.
두 분의 만남에 기대가 큰데요. 연습 과정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스텔라장 재미있는 기억이 있는데요. 문자를 하실 때 띄어쓰기를 전혀 안 하세요. 맞춤법은 하나도 안 틀리시는데 띄어쓰기는 하나도 안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띄어쓰기를 하는 시간조차 아껴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웃음)
루시드폴 하하, 제가 왜 그랬을까요. 저희가 공연에서 서로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는데요. 요즘 울적한 일들이 있어서 마음이 약간 가라앉은 채로, 택시 안에서 스텔라장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왔어요. 연습할 겸 따라 부르면서요. 그런데 마음이 너무 맑아지는 거예요. 노래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노래를, 게다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러본 지가 너무 오래됐구나. 노래를 부른다는 건 좋은 일이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공연도 많이 못 하고, 앨범 작업도 지지부진해지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주신 노래가 제 목소리에 잘 맞아서, 기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각자 상대의 어떤 곡을 부르나요. 곡 선정 과정도 궁금합니다.
스텔라장 루시드폴님은 제 노래 중 ‘밤을 모은다’를 부를 예정이에요. 곡을 보내드릴 때, 상대가 부르는 모습이 상상이 되곤 하는데요. 이 곡은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들리는데?”였어요.
루시드폴 스텔라장님은 제 노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부릅니다.
스텔라장 곡에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라는 가사가 있는데, “와, 살기만 해도 죄인이 되는 거야?”(웃음) 그런데 그런 순간이 삼십 대가 되면서 이십 대 때보다 확연히 늘어나더라고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앞으로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또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부르는데, 그 곡을 커버하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훌륭한 커버들과 원곡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보다는, 저의 최선을 다해서 불러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며 서로에게서 어떤 접점을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루시드폴 스텔라장님의 어떤 곡들은 굉장히 낯설지만 그래서 신선해요. ‘나는 저렇게 안 했을 것 같은데, 근데 좋네’ 이런 자극도 받고요. ‘밤을 모은다’도 불러보면서, 어떤 기분으로 이 곡을 썼는지는 알 것 같은데, 가사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그 가사에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이상한 에너지가 돌아와요. (그런 경험이) 굉장히 반갑기도 합니다.
스텔라장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공대생’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루시드폴님의 음악은 들으면서, ‘이 사람은 무조건 문과야’라고 느끼는 포인트가 많았어요. 서정적이고, 감성적이고, 글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할 것 같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죠. 두 부분을 모두 가지고 계신 것이 항상 부러워요. 저는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하고 빠르게 뱉어내는 사람이라, 제가 만드는 곡들은 ‘어느 한순간의 기록’들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어떤 곡은 한없이 조용하고, 어떤 곡은 아주 밝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루시드폴과) 어느 한 부분이 닮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썸머 브리즈> 공연에서는 개인 무대뿐 아니라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입니다.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어떤 무대가 될까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나요.
루시드폴 서로 곡을 바꿔서 부르는 것만으로는 아쉬울 것 수 있을 것 같아서, 샤를 트레네라는 샹송 가수의 곡을 준비했어요. 스텔라 씨가 부르고, 저와 연주팀이 연주를 할 예정입니다.
스텔라장 루시드폴님은 일반적으로 소편성 공연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이 정도 규모에서 소편성 공연을 해본 적이 없어요.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숨을 곳이 없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틀리면 티가 나니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풀 밴드 구성으로 공연을 많이 보셨던 분들은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시드폴은 10집 앨범 <너와 나>부터 주변의 소리를 채집, 음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레디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이번 공연에 직접 채집한 소리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채음 작업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루시드폴 소리를 직접 모으는,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쪽에 원래 관심이 많이 없었어요. 언젠가 ‘음악이 뭘까’ 고민하다가 내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다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죠. 감사하게도 제가 사는 곳 주변에 좋은 소리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 소리를 모아서 음악화하는 작업을 했죠. 지난 앨범을 시작으로, 작년에도 사운드 스케이프 계열의 작업으로 LP를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반대로 노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는 분명 음악의 부분집합인데, 노래와 노래 아닌 음악은 너무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다음 앨범은 가장 ‘노래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제가 직접 녹음한 바다 소리 등을 틀고 싶긴 한데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루시드폴과 스텔라장 모두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납니다. 공연장에서 만날 관객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요.
스텔라장 6월 말 야외 페스티벌 공연을 마지막으로 관객을 만나지 못했는데요. 관객 호응, ‘떼창’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 야외인 것 빼고는 페스티벌 같지 않더라고요. 관객은 공연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하는 ‘여러분이 있어서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는 말도 깊이 실감하게 됐고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루시드폴 작년 11월 즈음 명상 관련 행사에 초대되었는데요. 온라인으로 개최돼 관객이 한 분도 없이 저 혼자 노래하고 진행해야 했어요. ‘내년에는 많은 분들 앞에서 직접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일 년 새 바뀐 게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려운 시기에 오시는 만큼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게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썸머 브리즈 : 루시드폴 X 스텔라장>
2021. 7. 30.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루시드폴 스텔라장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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