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돈키호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이 오는 6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트리플 빌 Triple Bill>을 공연한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인 <트리플 빌>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트리플 빌>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중에서도 분노(愤), 사랑(愛), 정(情)을 주제로 한 3개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 안에 담은 네오클래식 발레 공연이다. ‘파가니니 랩소디’는 미로 같은 삶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번뇌와 희망을, ‘버터플라이 러버즈’는 중국의 고전 설화를 바탕으로 이뤄지지 못한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인 ‘정’을 아름다운 몸의 언어로 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공연의 포인트는 개별 작품들이 서로 다른 뉘앙스를 관객에게 전달하면서도, 하나의 시퀀스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구현했다는 점이다. 각 작품의 독립적 아름다움을 지키는 동시에 전체 공연의 틀을 유지하고자 무대장치는 최소화하고, 영상과 조명 디자인은 차별화했다. 안무에서도 모든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객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안무의 ‘표현성’에도 집중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신작 <트리플 빌> 미리보기
愤: 파가니니 랩소디(Paganini Rhapsody)
<파가니니 랩소디>는 2003년에 기 발표된 작품이다. 주제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해 쓴 라흐마니노프의 협주적 작품으로, 안무가 역시 작곡가의 철학적 사색을 안무에 담아냈다.
<파가니니 랩소디>가 집중하는 감정은 ‘분노’다.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 행복했던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을 놓지 못하는 애틋한 몸부림을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음악적 기교와 변주에 맞춰 그렸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기존 발표작 그대로 사용된다. 안무와 연출에서는 표현력과 구성의 풍부함을 더했다. 감성적인 또는 역동적인 안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愛: 버터플라이 러버즈(The Butterfly Lovers)
<버터플라이 러버즈(일명 나비 연인)>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후에 나비로 환생하여 사랑을 이어간다는 중국 4대 민간설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춘향전>처럼 경극(京劇]), 월극(越劇), 천극(川劇) 등 중국의 전통극이나 드라마, 영화,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설화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이 슬픈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로 연출하여 아름다운 발레로 재탄생 시켰다. 이미 발레 <춘향>을 안무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클래식 발레 위에 중국의 색채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손끝의 쓰임과 시선 처리에 중점을 두었다. 작품에 쓰이는 음악은 ‘바이올린 협주곡–나비 연인(Butterfly Lovers’ Violin Concerto)’으로, 중국의 작곡가 허잔하오(何豪)와 첸 강(陈钢)이 1959년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오케스트라로 작곡한 곡이다.
■ <버터플라이 러버즈>의 줄거리와 음악
I. Adagio Cantabile (느리게 노래하듯이)
폐쇄적인 봉건사회였던 중국의 동진시대(317년~419년). 꽃이 만발한 강남의 어느 지역. 세도가 집안의 아름답고 당찬 외동딸 축영대는 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부모님을 설득해서 남장을 하고 서원에 들어간다.
II. Allegro (빠르고 경쾌하게)
항저우에 있는 서원으로 가는 길에 축영대는 운명적으로 양산백을 만난다.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3년간 동문수학하며 우정을 나눈다. 서서히 축영대는 양산백을 마음에 품고, 축영대가 남자라 굳게 믿는 양산백 역시 그녀에 대한 이유 없는 끌림에 혼란스럽다.
III. Adagio assai doloroso (매우 느리고 애절하게)
양산백과 축영대는 함께할 시간이 거의 끝났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그러던 중 축영대는 집안의 전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양산백은 그녀가 떠날 때에서야 비로소 축영대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IV. Pesante-Piu mosso-Duramente (무겁고 더 빠르게, 거칠고 혹독하게)
축영대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의 아버지는 세도가문인 태수의 아들 마문재와 정략결혼을 시키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축영대는 강력히 반발한다. 이때 나오는 솔로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의 세력에 맞서 싸우며 아버지에 대한 시위를 대변한다.
V. Lagrimoso (슬프고 애절하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축영대와 양산백은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양산백은 과거에 급제한다. 양산백은 현령이 되어 축영대에게 청혼하러 가지만, 축영대의 부모는 그를 쫓아내고 딸을 집에 가두어 버린다.
VI. Presto resoluto (매우 빠르게)
양산백은 축영대가 다른 이와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힌다. 실연의 아픔에 병까지 얻게 된 그는 결국 죽음을 맞는다. 한편 원치 않은 혼사를 치르러 가는 길에 축영대는 양산백의 소식을 듣고, 그의 무덤으로 향한다. 양산백의 무덤 앞에 절을 올리며 통곡을 하던 순간, 갑자기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고 양산백의 무덤이 갈라진다. 축영대는 망설임 없이 양산백의 무덤 속으로 몸을 던진다.
VII. Adagio cantabile (느리게 노래하듯이)
순식간에 무덤이 닫히고 비바람이 잦아든다. 이윽고 무덤에서 나온 아름다운 나비 한 쌍이 춤추듯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情: 코리아 이모션 Korea Emotion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유의 정서인 ‘정’을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국인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감정적으로 섬세하다. 정은 인간의 가장 복잡한 감정 중 하나로, 미움이나 증오와 정반대인 듯하면서도 분리하기 어려운 양면성을 갖고 있다. 유병헌 감독은 “2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가장 느낀 점이 한국인은 미운 정, 고운 정과 같은 다양한 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었다”며 “한국인의 저력도 ‘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대비를 한국인의 정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음악 역시 국악 크로스오버 곡이 흐른다.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인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아름다운 국악 크로스오버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를 발췌해 사용했다. 피처링은 ‘이날치’ 멤버이기도 한 국악인 권송희와 소프라노 신델라, 판소리 정주희가 맡았다. ‘미리내길‘에서는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달빛 영‘에서는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형상화했으며, ‘비연’에서는 네 쌍의 여성과 남성 무용수들이 등장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인간의 기상과 의지를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강원, 정선아리랑 2014’에서는 국악, 성악, 클래식과 발레가 함께 어우러지며 뭉클하게 대미를 장식한다.
안무가 유병헌은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관으로 마주함으로써 그 감정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불가항력의 재난 속에서도 인류는 희망을 찾아 나아가기 마련이다”라고 작품의 안무 의도를 밝혔다. 문훈숙 단장은 “올해가 한러수교 30주년,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여러 정치외교 현안들로 국가 간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문화예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 예술단체로서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과 장르 간의 융합과 하모니로 진일보 된 예술을 담아내고 싶었다”라며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올해로 11회를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혼합된 경험과 감정’을 주제로 초청과 기획 및 공모를 통해 선정된 11개 작품과 협력공연 1개 작품 등 총 12개 발레작품을 선보인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
2021.6.18~6.20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유니버설발레단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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