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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책방을 열다…’N잡러’ 홍진호와 다니엘 린데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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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홍진호와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 올댓아트 변혜령

    주위에서 ‘N잡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우물’ 깊게 파라는 이야기는 지나간 시대의 것이 됐다. 그런데 넓어지는 만큼 깊어질 수 있을까. 첼리스트가 연 책방에 다녀와 에디터의 개인적인 고민은 막을 내렸다.

    홍진호는 서울예고, 서울대를 거쳐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낯선 길을 택했다.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통해 대중에게 첼로의 매력을 알렸다. 우승 후에는 호피폴라를 통해 대중음악 활동과 클래식 첼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진호의 책방>을 열어 온라인 북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진호의 책방>이 열리는 소전서림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도서관 겸 아트살롱으로, 인문학 강연, 공연, 낭독회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진호의 책방>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다니엘 린데만에게도 오랜 ‘N잡’의 역사가 있다.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그는 2017년 1집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피아노 연주자로서 작곡과 연주를 하며, 지난 6월에는 신보 <The Mirage>를 발매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진호의 책방>이 열린 소전서림을 찾아 프로 ‘N잡러’ 두 사람을 만났다.




    첼리스트 홍진호 | 올댓아트 변혜령

    근황이 궁금합니다. 책방 손님맞이, 음반 발매, 공연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을 병행하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나요.
    홍진호 어려워요.(웃음) 어려움은 현재진행형인데요.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진호의 책방>처럼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읽고 쓰고 하는 편이에요. 연습 같은 경우는 네 다섯 시간 길게 하려고 하고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느끼겠어요.
    홍진호 요새 그래요. 연주도 연주인 게 (장르가) 탱고로 갔다가 대중가요로 갔다가 재즈로 갔다가 하니까,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아침마다 명상을 하고 있어요. 운동도 다니고요.

    바쁜 일정 중 시간을 잘 쪼개서 쓰는 비결이 있나요.
    홍진호 저는 아침형 인간인데요. 자기 전에 할 일 목록을 적어놓고, 일찍 일어나서 순서를 정해요. 웬만하면 할 일은 오전에 끝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오후에는 스케줄을 가거나 어려운 곡 연습을 하고요. 요새는 스케줄이 빼곡하게 있어서 쳇바퀴 돌듯이 그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
    다니엘 저는 독일에 있을 때는 아침형 인간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바뀌었어요.(웃음) 요즘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변하고 있는데요.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는 편이에요. 합기도를 오래 했는데, 잠도 잘 오고 평소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첼리스트 홍진호와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 올댓아트 변혜령

    홍진호와 다니엘 린데만을 ‘N잡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N개의 직업 중 스스로를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나요.
    홍진호 클래식 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홍진호예요. 물론 호피폴라를 통해 크로스오버 밴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제 중심에는 클래식 음악이 있기 때문에 대중에게 첼리스트 홍진호로 인식되고 싶어요.
    다니엘 저는 정체성 혼란이 있었어요. 우연치 않게 방송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라 방송 일이 직업이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음악은 방송보다 더 늦게 시작했고,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음악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대중들도 저를 음악가보다는 방송인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고요. 지금은 음악과 방송 모두 어느 정도 저의 일이 된 것 같아요. 방송을 하면서 연주를 할 때도 있고, 제가 연주를 하면서 직접 사회를 보기도 하고요. (방송과 음악이) 서로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껴요. 

    여러 가지 분야를 접하다 보면 분명히 자신의 세계도 넓어지겠지만 깊이에 대한 고민이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지는 시기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다니엘 전 너무 공감해요. 한국에는 그런 속담도 있죠. ‘한 우물만 깊게 파라’. 사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해요. 방송을 제외하면 제 시간의 많은 부분을 운동과 음악이 차지하는데요. 항상 ‘한 분야를 좀 더 제대로 하려면 다른 분야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요. ‘음악을 더 잘하려면, 운동을 더 잘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은데’하고요.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재능도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한 우물만 파는 게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제 주위에도 너무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거든요. 한 분야에 대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면 (한 우물 파는 것이) 중요하지만, 업으로 생각해 보면 위험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팬데믹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됐고요.
    홍진호 저는 사람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고, 하루 종일, 평생 그것만 생각한다고 해서 깊이가 더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간의 양보다는)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서 집중을 하느냐, 집중력의 차이겠죠. 저도 이것저것 손을 대고 있지만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을 보면, 저는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을 하는데요. 분명히 대중음악에서 배울 것도 많거든요. 대중들이 클래식보다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요. 클래식에 완벽히 재현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적용하면 클래식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같이 발전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것도 제가 여러 분야를 접해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첼리스트 홍진호 | 올댓아트 변혜령

    여러 가지 분야를 접하는 것이 한 명의 인간이나 예술가로서 스스로의 성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홍진호 제가 가장 많이 느끼는 건 겸손함이에요. 한 분야만 깊게 파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어요. 보통 클래식 공부를 깊이 있게 한다고 하면, 외국에서 박사까지 끝내고 귀국 후 활동을 시작해서 ‘직업 음악가’가 되는데요. 그때 ‘다 끝났다’라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러던 찰나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나는 우물 안 개구리구나.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 많구나’ 라는 걸 느꼈고, 겸손함을 찾게 됐어요. 모르는 분야를 경험하고 실력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또 자신감이 생기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확장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니엘 진호가 말한 ‘겸손함’에 백 퍼센트 공감해요. 왜냐하면 계속 저의 한계를 느끼게 되거든요. 너무 부족하고 배울 게 많다는 걸 느끼고요. 전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첫 번째는 확실히 어떤 분야든 (성장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연마’라는 말로 예를 들자면, 어떤 분야든 ‘연마하는’ 과정은 다 비슷해요.
    두 번째는 (여러 분야를 접하면) 선입견을 없앨 수 있어요. 어릴 적 파이프 오르간이나 피아노를 배울 때, 악보에 그려진 음표들을 따라치긴 했지만 제 마음은 거기 있지 않았어요. 독일에서 느꼈던 클래식은 ‘굉장히 보수적인 것’이었죠. 한국에 와서는, 진호처럼 새롭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클래식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형태나 장르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고요.

    N잡의 영역에 추가하고 싶은 관심 분야도 있을까요.
    다니엘 요즘 재즈에 관심이 많아요. 1-2년 전부터 컨템퍼러리 재즈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부분도 있지만요. 평상시에 피아노로 내지 못 했던 소리를 내는 게 재미있어요. 자유로워지는 느낌도 있고요. 나중엔 연주에 녹이고 싶어서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홍진호 저는 프로그램 진행자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진호의 책방>이나 <클럽발코니쇼>의 진행도 트레이닝의 한 과정이고요.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라디오나 방송 진행도 해보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자작곡을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호피폴라 활동을 하면서 연주곡을 써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는 편곡 작업 위주였거든요. 피아노를 가지고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첼리스트 홍진호 | 올댓아트 변혜령

    <진호의 책방>이라는 온라인 북콘서트의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느 단계부터 참여했나요.
    홍진호 <진호의 책방>은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평소에 책에 관심이 많아서 ‘책과 음악을 연결한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고요.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100% 제 결정이었죠. 아티스트와 책도 제가 선정했고, 다니엘도 제가 같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올해 새해 첫날 라디오에서 만났는데요. 보자마자 얘기를 짧게 나눠보니 너무 잘 통할 것 같더라고요. ‘저 친구랑 꼭 해야지’ 그때 마음을 먹었죠.(웃음)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런 책이니 어떤 음악을 하면 좋을까’ 상의했어요. 신기하게 항상 원래 있던 음악이 아니라, 저와 책방에 어울리는 ‘책방 콘서트용’ 음악이 탄생하더라고요. 오늘 같은 경우도 진아 씨랑 같이 기존 곡을 편곡했거든요. 그런 작업들도 재미있었어요.

    5개의 책이 선정되었는데요. 어떤 기준이 있나요.
    홍진호 본의 아니게 장르가 다 다른데, 제 독서습관에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전 장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스타일이거든요. 잡식이에요.(웃음) 최근에 읽었던 책 중 좋아했던 책들을 골라보니 장르가 다양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이 보았을 때 너무 어렵지 않고, 음악과 함께 했을 때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느 정도 대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책인지도 참고했어요. 

    홍진호와 다니엘 린데만이 함께 연주하는 ‘Fairy tale’ | YouTube

    <진호의 책방>에 함께 하고 있는 홍진호와 다니엘 린데만에게는 ‘음악’과 ‘독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벌써 다섯 번째 시간을 함께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다니엘 진호 씨가 꼭 같이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흔쾌히 응했어요. 사실 굉장히 고마웠던 게, 저에겐 연말이 힘든 시기였거든요. 크리스마스 전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멘붕’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 원래 라디오 전에 잠깐 연주를 맞춰보고 생방송에 들어가는 걸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진호한테 음성 메시지가 왔어요. 유창한 독일어로 “다니엘 반가워. 이번에 성공적인 콘서트를 위해서 같이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요. 진호 덕분에 힘이 많이 됐어요. 
    홍진호 아, 그때 왜 그랬냐면, 한국말을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웃음)
    다니엘 되게 웃겼어요. 반가웠고.

    감동적이었을 것 같아요.
    다니엘 네, 완전!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독일어를 썼을 것 아니에요. 그런 부분이 반갑고 동질감을 많이 느꼈죠.
    홍진호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새해 라디오 방송 끝나자마자 좋은 사람을 만나서 올해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겠다 싶었어요. 다니엘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이고, 정말 보기 드물게 성실한 사람이에요. 성실만 한 게 아니라 잘하고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예요.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 올댓아트 변혜령

    <진호의 책방>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요.
    홍진호 처음이 가장 힘들었어요. 경기민요를 하시는 이희문 선생님이 손님이었는데요. 예상이 안되는 거예요. 다른 분들은 ‘이런 음악이 나올 것 같고, 나는 이런 음악을 하면 되겠지’하고 계획이 세워지는데 이희문 선생님은… ‘어떤 것을 하실까'(웃음) 예상도 안 되고 긴장됐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첫 만남에 (그런 걱정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정말 좋았거든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는 식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해볼 테니 도와줘”가 아니라 “네 음악을 보여주면 거기에 입히겠다”고요.
    다니엘 브람스 왈츠에 경기민요 ‘노들강변’ 조합이 너무 좋았어요. 기가 막혔어요.
    홍진호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해요. 저는 베이스 노트만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도 되니까 본인 잘하는 걸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위기의 클래식 곡이 뭐가 있냐”고 하셔서 연주했더니, 바로 거기에 ‘노들강변’을 입히시는데… 그때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최근에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하셨는데 그 무대도 ‘어나더 레벨’이에요. 책방 잘되고 있냐고 가끔 연락 주세요.

    이희문이 출연한 <진호의 책방> 1편의 하이라이트 영상 | YouTube

    마지막 남은 <진호의 책방> 6월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다니엘 마지막인 만큼 알찬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림 씨와 <할머니의 여름휴가>라는 책이 함께 하는데, 여름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홍진호 <진호의 책방>을 준비하면서 제가 제일 경계했던 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하는 거였어요. 성의 없게 하면 다 드러나거든요. 최대한 성심성의껏 해왔고, 마지막 회차는 더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첼리스트 홍진호 | 올댓아트 변혜령

    홍진호 첼리스트는 7월에 있을 리사이틀 <첼로 탄츠>도 열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리는 단독 리사이틀이라고요. 음악가로서 얻는 의미가 클 것 같아요.
    홍진호 처음에는 예술의전당 대관이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콘서트홀이라고 해서 더 놀랐어요. 공연에서는 제 중심에 뭐가 있는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히 클래식이고요. 정통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공연을 꾸리려고 했어요. (대중이)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문을 제 쪽에서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명목하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시도는 광고 음악, 드라마 음악같이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건데요. 이미 많이 아시는 곡을 연주하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울림을 줄 수 있는 곡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곡은 다 정했나요?
    홍진호 뻔한 얘기지만, 모르는 곡에서 울림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런 레퍼토리를 찾는 게 오래 걸렸는데, 최근에 결정했습니다. ‘춤곡’이 테마이다 보니 사람들이 마음으로 같이 춤을 출 수 있는 곡들로 골랐어요. 공연 막바지에는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을 볼 수 있는데요. 굉장히 치열해요. 재즈 아티스트와 클래식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스파크’를 튀기거든요. 그런 재미도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테마를 ‘춤’으로 정한 이유는요?
    홍진호 클래식 공연에서 안타까운 건, 공감이 될 때 어떤 액션을 취하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너무 좋으면 박수도 치고 “브라보!”도 하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는데, 악장 사이엔 박수 치지 말아달라고 방송까지 하잖아요. 음악의 흐름 때문인 건 알지만, 사람들은 거기서부터 벽을 느끼거든요. 제 팬카페에 그런 질문글이 많이 올라와요. 클래식 공연장에서 주의할 점이 무엇인가요.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나요.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뭐가 있나요. 사진을 찍을 수 있나요…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다 보니 ‘참여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 가장 본능적인 음악을 찾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춤곡이라는 테마가 나왔죠.

    요즘 팬들 사이에서는 ‘예습한다’는 표현도 있던데요. 팬들이 알아두면 좋을 관람 포인트가 있나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연습하나요. 
    홍진호 맞아요. 팬분들은 예습까지 하세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건 ‘제발 예습하지 말라’는 거예요. 다들 왜 이렇게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이 곡을 완벽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작곡가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그 의도가 훼손되지 않게 연주할 수 있을까’를 제일 많이 생각했어요. 이 곡이 ‘제3자에게 어떻게 들릴까’보다 ‘내가 얼마나 더 만족할 수 있느냐’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건 음악가가 무조건 가져야 할 태도이긴 하지만, 지금은 더 나아가서 청중까지 생각하려고 해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듣는 사람이 감정이입이 쉽겠구나. 내가 이곡을 연주할 때 스토리텔링이 되면 좋겠다’라고요. 이야기를 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 올댓아트 변혜령

    다니엘은 이번에 피아노 앨범을 발매했는데, 어떤 앨범인가요.
    다니엘 이번 앨범은 <The Mirage>, ‘신기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우리에게 닥친 일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작년은 우리에게 마치 사막처럼 느껴졌고, 출구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죠.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고 주저앉고 싶다’ 그런 시기였잖아요. 저도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독일에 최소한 두 번은 방문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런 계획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돌아보면서 ‘신기루’라는 타이틀을 지었어요. 사막에서 생활하면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요. 주저앉고 절망하거나, 잠깐 멈추고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발전하는 거예요. 희망적인 메시지도 더불어 담고 싶었어요.

    앨범을 만드는 데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다니엘 작년에 음악을 잘하기 위해 기술적인 면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현악기 편곡까지 직접 작업했어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죠. 원래 편곡을 도와주던 친구가 “처음치고는 잘했는데, 악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화성적인 부분을 신경 쓰다 보니 바이올린이, 첼로가, 비올라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깊게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작년에 공부했던 음악적인 것들이 이번 앨범에 다 녹아든 것 같습니다. 

    <비정상회담>에서 피아노를 치던 순간부터, 음악에 대한 꾸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니엘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다니엘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음악은 그냥 취미고 아르바이트 개념에 그쳤어요. 연주하면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고 한국 생활비로 쓰는, 그냥 거기까지였죠. 방송을 본격적으로 하고 바빠진 후에는, 너무 좋기도 했지만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방송인이 되었는데 어떤 자격으로 방송인이 됐지? 앞으로 갈 길이 뭘까.’ 2017년 1집 앨범을 준비하기 전에 혼자 양양으로 떠나 그런 고민을 했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생각해 봤을 때, 음악이 아르바이트에 그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유튜브를 통해서 이루마, 피아노 가이즈, 히사이시 조같은 아티스트를 접하면서 감명을 받았기도 했고요. 또 저희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모두 악기를 다뤄요. 다른 나라에 사는 저에게 음악은 우리 가족과 저를 연결해 주는 고리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나의 곡, 나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음악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앨범 발매 후 예정된 공연이 있나요?
    다니엘 앨범 발매 직후 감사하게도 충주에서 조그만 공연이 있었어요. 10월에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해설로 함께 할 것 같아요. 다른 음악 콘서트 사회 스케줄들도 예정되어 있고요. <진호의 책방> 덕분인가 봐요.(웃음) 2017년 연말에는 자선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요. 올해는 조금 더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다시 한번 자선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한국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콘서트를 통해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올해 코로나 관련해 상황이 괜찮아지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첼리스트 홍진호와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 올댓아트 변혜령

    앞으로 두 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정해진 활동이나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계획 모두요.
    홍진호 라디오는 정말 하고 싶어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요. 강연도 듣고 연주도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방송같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방송들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진호의 책방>시즌 2가 열리게 되면 다니엘이랑도 당연히 같이 하고 싶고요.
    다니엘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요즘은 음악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운동도 방송도 계속하고 싶고요. 오늘 <진호의 책방>에서 하와이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제 첫 번째 여행지는 하와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전거 타고, 서핑하고, 아침에 바다를 보면서 커피 마시고…. 너무 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홍진호와 다니엘 린데만을 기다리고 있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요.
    홍진호 평소에 이런 얘기는 잘 못 했던 것 같아요. 솔직한 이야기 들려드릴 수 있어서 좋았고, 반가웠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들을 꾸준히 할 예정이니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첼로 연주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니엘 <진호의 책방>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 끝까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도 끝까지 건강 꼭 챙겨주시기를 바라요. 이 시기를 통해 다시 한번 예술의 힘을 확인한다는 생각도 해요. 저희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음악과 예술을 통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호의 책방>
    ‘한 여름 동화 속으로, 그리고 보사노바’

    2021. 6. 28
    오후 8시
    네이버TV생중계

    게스트 하림
    진행 홍진호 다니엘 린데만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1

    2021. 7. 14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

    첼로 홍진호
    클래식기타 김진세

    홍진호 첼로 리사이틀 <Cello Tanz>

    2021. 7. 21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첼로 홍진호
    클래식기타 김진세
    조윤성 트리오
    스트링 콰르텟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크레디아
    장소제공|소전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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