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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었다가 다시 모은 ‘한국춤’…국립무용단 신작 ‘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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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의 <황소> 연작 | YouTube

    피카소는 순수한 황소를 그리기 위해 10번의 덜어냄을 거쳤습니다. 정구호 연출도 그 비슷한 작업을 한국무용에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향연>,<묵향>에 이어 ‘전통의 현대화’의 연장선 상에 있는 국립무용단의 <산조>입니다.



    국립무용단 <산조> 포스터 | 국립무용단

    <산조>는 국립무용단이 4년 만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신작입니다. 관객을 만나기 전부터 화려한 제작진을 자랑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국립무용단과 수차례 호흡을 맞추며 ‘한국춤 신드롬’을 일으킨 정구호가 연출을,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시절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였던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 최진욱이 안무를, <다크니스 품바>, <시나위>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무가이자 음악가인 김재덕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왼쪽부터) 정구호 연출, 최진욱 안무, 임진호 협력 안무 | 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의 <산조>는 전통 기악 양식 ‘산조’에서 출발했습니다. ‘흩어진 가락’을 뜻하는 산조는 기악 독주곡으로, 구전으로 전수되는 민속음악의 특성상 개개인의 개성과 음악성이 즉흥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국립무용단은 산조 음악에서 찾은 ‘흩어짐과 모임의 미학’을 한국춤에 접목시켜 무대에 올렸습니다. 정구호 연출 특유의 모던함이 돋보입니다.




    <산조> 1막 ‘중용’ | 국립무용단

    1막 중용

    무대의 막이 오르면 산조의 시작을 알리는 고수의 북 장단으로 시작합니다. 여성 무용수의 솔로와 함께 6m 지름의 대형 바위가 무대 위로 떠오릅니다. 뒤이어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동작과 소품은 부채산조를 연상케 합니다. 무대를 다시 보면, 저 울퉁불퉁한 바위가 한국춤에서 무수히 많은 이미지와 상징으로 변주되어 온 달처럼 느껴집니다.



    <산조> 2막 ‘극단’ | 국립무용단

    2막 극단

    무채색의 1막이 끝나면, 2막은 무대로 색채를 데려오는데요. 움직임과 음악도 1막과 대비됩니다. 무용수들은 모았다 흐트러트렸다 조였다 풀었다 하는 박자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표현합니다. 가로 40cm부터 3m까지 다양한 길이의 막대기를 소품으로 사용합니다. 막대기는 꼭짓점이 없는 긴 선이 되기도, 여러 모양으로 뒤틀리기도 합니다. ‘흩어지고 모인다’는 산조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죠.



    <산조> 2막 ‘극단’ | 국립무용단

    2막에서는 삼각형의 구조물이 미장센으로 등장하는데요. ‘불안정’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삼각형은 장이 진행되며 세 개가 되는데요. 천천히 돌아가는 세 개의 삼각형이 마치 수학 시간에 배웠던 ‘합동’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어느 지점에 멈춰 서야 같은 삼각형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전통과 현대, 안과 밖, 끝과 끝을 구분하는 그 얇은 경계선은 어디에 있을까요?



    <산조> 3막 ‘중도’ | 국립무용단

    3막 중도

    정구호는 <산조>의 메이킹필름에서 1막에서 3막으로 공연이 진행되면서 “산조가 가지고 있는 불규칙한 변곡들을 단계적으로 현대화시켜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커다란 바위는 삼각형으로, 그 삼각형은 둥근 모양의 LED 패널로 변합니다. 거문고와 장구 반주로 시작되었던 음악은 전자음악과 섞이면서 풍부해집니다. 마지막 장에서 무용수들은 막대기를 가지고 춤을 추는데요. 순간마다 이 막대기는 장구채가 되었다가, 부채가 되었다가, 오고무를 치는 북채가 됩니다. 종장에 이르러 불협과 불균형을 품어내는 <산조>의 궁극적인 철학을 보여줍니다.

    국립무용단 <산조> 메이킹필름 | YouTube



    <산조> 콘셉트 사진 ©황필주(studio79) | 국립무용단

    ‘전통’이라는 이름은 역사와 품질을 증명하는 보증서 같기도 하지만, 전성기가 지나간 과거라는 꼬리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한국무용도 비슷한 느낌일 텐데요. 한국무용이 낯설고 지루한 관객에게도 <산조>가 가지고 있는 미장센과 음악, 춤은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올 듯합니다. 드디어 문을 연 해오름극장이 자랑하는 ‘몰입형 입체 음향 시스템’을 통해 일렉트로닉 선율로 재해석한 산조 음악을 듣는 것도 인상적인 체험이었습니다.

    정구호는 국립무용단과의 작업을 통해 보이는 형식에 한국춤의 본질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산조>는 그 실험의 종착역이라기보다는 과정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 과정은 ‘덜어내는’ 과정이라기보다 중요한 것을 ‘남기는’ 과정일 텐데요. 이번 주말, 무대 위에 남은 ‘한국춤’의 본질을 확인하러 국립극장으로 가보면 어떨까요.

    국립무용단 <산조>

    2021. 6.24~6.26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정구호
    안무 최진욱
    국립무용단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사진·자료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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