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2021 예술의전당 대학가곡축제>(이하 대학가곡축제)를 오는 8월 14일과 15일 양일간 IBK챔버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축제 공연은 총 4회로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네이버TV를 통해 전국 생중계된다. 현장에서는 SAC나눔(donate.sac.or.kr)을 통한 예술기부를 접수받아 팬데믹 상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예술인과 공연예술계 종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성악과 재학생들에게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소외되었던 우리 가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기획된 올해 <대학가곡축제>에서는 최종 선정된 28개 팀(73명)이 우리 가곡을 활용해 15~20분 분량으로 꾸민 음악극을 릴레이로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시 한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성악과 재학생이라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2차에 걸친 온라인 설명회 등 접수 대상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참가자들이 선발됐다. 그중 지원자 이병학 씨(SCU앙상블, 서울사이버대)은 만 76세로 출연자 가운데 최연장자다. 이 씨가 속한 팀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로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15일 공연에서 <그리운 가족>을 소재로 ‘고향생각’, ‘시간에 기대어’, ‘산아’,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한다. 음악가의 길을 포기했던 지원자 김동희 씨(들려Dream, 서울사이버대)도 15일 무대에 오른다. <엄마의 꿈>을 주제로 성악을 전공하는 두 자녀와 ‘내 맘의 강물’, ‘꿈의 날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부른다.
두 참가자는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재학생이다. ‘시간에 기대어’를 즐겨 듣는다는 이병학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는 테너 마리오 란자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이 씨가 처음 성악을 배우게 된 데에는 지인의 추천이 있었다. “정년퇴직 후 지역문화원에서 취미로 서양화를 배웠습니다. 그때 같이 수업을 듣던 지인이 “음성이 좋으니 성악도 함께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60대 중반에 그 문화원의 가곡교실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음악, 특히 가곡에 관심이 많았고 감상을 즐겼습니다.”
이 씨에게 대학 입학을 권한 이도 서울사이버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지인이었다. “서울사이버대의 훌륭하고 뛰어난 시설, 온라인 커리큘럼, 우수한 교수진, 성악 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18년에는 동 대학의 송년음악회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교육 시설을 견학하고 2019년 3월에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만 74세였지요.”
김동희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다. “노래 익힐 때 조수미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서 흉내 내며 연습을 해요. 실제로 대구에서 공연하실 때 뵌 적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모르시지만요.(웃음)” 김 씨는 한차례 성악과에 입학했던 경험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 TV를 보는데, 어떤 여성 성악가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가곡을 부르고 있었어요. 그 순간 제게 전율이 흘렀어요. ‘아! 나도 저 사람처럼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 강하게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악가가 되는 방법을 몰랐어요. 그렇게 시간도 흘러갔지요. 그러다 제가 23살이었을 때, 어떤 성악가분께서 제게 “성악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학 시험을 보고 합격해서 성악과 재학생으로 대학을 다닌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도 그렇고, 대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터라 한 학기 다니고 그만두었어요.”
자녀들이 성악을 전공하게 되면서 그의 마음에 있던 꿈도 다시 피기 시작했다. “혼자 독학으로 가곡과 아리아를 익히고는 했지요. 그러다 김천예고의 서수용 선생님께 노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와 제 자녀 모두 서 선생님의 제자에요.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김호중 씨를 길러낸 분이시지요.”
두 참가자에게 <대학가곡축제>에 참여할 것을 권한 이들은 학교로 맺어진 인연들이었다. 이병학 씨는 성악과 회장 박종신 씨의, 김동희 씨는 학장인 이승현 교수의 권유로 참가를 결심했다. 이 씨의 팀은 박종신 회장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고령(?)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본인을 팀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미안할 정도예요. 팀원들 덕분에 어려움 없이, 무난히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두 자녀와 무대에 오른다. “이승현 교수님께서 자녀들과 참가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음악극은 제게 너무 생소하고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도 아이들과 하는 거라서 도전하게 됐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중도 하차했을 거예요. 노래뿐만 아니라 PPT, 대본, 반주 등 보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이번 <대학가곡축제>가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신선하고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참가 학생들에게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했다. 바리톤 공병우, 메조소프라노 김향은이 성악 부분 가이드를, ‘시간에 기대어’ 등을 작곡한 작곡가 최진, <춘향탈옥>을 연출한 연출가 김태웅이 곡 구성과 연출의 멘토링을 맡았다. 3차에 걸친 멘토링은 온라인과 1:1 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됐다.
두 참가자는 모두 이번 멘토링이 공연 준비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값진 경험이 됐다고 답한다. 평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왔기 때문에 화상 멘토링 방식이 익숙했다는 이 씨는 “전문 연출가, 성악가, 작곡가의 직·간접적 지도를 통해, 처음 경험하는 음악극에 관한 폭넓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성악에 있어 보다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어요. 나 자신이 더 향상될 수 있는 좋은 경험과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멘토링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성악을 전공하는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때로 부러웠다고 한다. “딸에게 “너는 좋겠다, 좋은 선생님한테 배우고”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잘하면 좋겠는데’하고 안타까울 때도 많았어요. 엄마 마음이 다 그렇겠지요.” 그런 김 씨에게도 이번 멘토링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좋았어요. 긴장도 되었지만요. 음악극은 처음 접하는 거라 전혀 몰랐는데, 멘토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니 가능하더라고요. 발성적으로 고칠 점, 연기적인 부분도 알려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라시는데 저는 그게 가장 어려워요.(웃음)”
뜻깊은 무대를 앞둔 두 참가자는 기쁜 마음으로 공연과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고령의 대학생으로 젊은 학우들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널리 알리는 취지의 공연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되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곡에 누가 되는 일이 없고 관객에게 좋은 공연이 되도록 미력하나마 이 공연에 일조하고, 나아가 서울사이버대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병학 씨)”
“저희가 처음으로 가족 연주를 하게 되네요. 언젠가 먼 훗날의 일 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기회를 우리나라 최고의 연주회장인 예술의전당에서 갖게 되어서 더욱 감사해요. 저희 가정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김동희 씨)”
<2021 예술의전당 대학가곡축제>
2021. 8. 14~15
오후 1시, 7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공연별 출연자 상이
<2021 대학가곡축제 앙코르>
2021. 9. 16
오후 7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들려dream(김동희, 이은서, 이준기)
SCU성악 앙상블(박종신, 오세진, 이병학, 이종건)
루리와 미미(박은혜, 신서연)
이현서
나울(김원찬, 박성민, 오정우, 이서준, 장지민, 주하민)
스위트맨(곽현근, 유성민, 유용진, 홍석진)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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