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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전체가 미술관! 구석구석 떠나는 ‘양림동 예술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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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광주는 독재와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말로 ‘빛고을’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따스한 번영의 도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로부터 인물과 물자가 풍부한 도시였기에 붙여진 이름이지요. 



    광주 양림동의 골목 풍경 | 올댓아트 김희주

    2021년 현재, 광주는 빛나는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1995년 시작해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렸고,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 명소가 되었습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경 | 올댓아트 김희주

    광주 곳곳의 작은 동네들도 문화와 예술을 만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동구에서는 ‘우리동네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근대가옥을 리모델링하여 시민들의 문화 공간을 만듭니다. 얼마 전 올댓아트 우리동네미술시리즈에서 자세히 소개한 시티즌랩_별별별서. 오는 9, ‘별별별서’를 완공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위한 인문 문화 공간을 만든다고 합니다.



    리모델링 전 근대가옥의 모습 | ‘시티즌랩_별별별서’팀 제공


    9월 완공 예정인 ‘별별별서’의 가상 렌더링 이미지 | ‘시티즌랩_별별별서’팀 제공

    광주 동구를 거이번에 올댓아트가 방문한 곳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광주 남구의 양림동입니다. 광주의 ‘역사문화마을’로 불리는 양림동은 100년 전 외국인 선교사들이 최초로 병원, 학교, 미술, 음악 등 근대 문화를 전파한 ‘광주 지역 개화 1번지’입니다. 전통 가옥과 서양식 벽돌집이 공존하는 골목 곳곳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세련된 모습의 카페들이 보입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모습이 어우러진 거리를 걷다 보면,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집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 양림독 골목 | 올댓아트 김희주


    광주 양림동 이이남스튜디오 전경 | 올댓아트 김희주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양림동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마을이 미술관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였습니다. ‘양림미술관거리’로 불리는 양림동 일대의 카페, 빵집식당에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관람객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전시를 관람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지요. 자연스러운 거리 두기가 가능했고 호젓한 골목의 정취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광주 양림동의 복합문화공간 ’10년후그라운드’, 옛 유치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지었다. | 올댓아트 김희주


    10년후그라운드에서 연 최순임 작가의 전시 포스터와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홍보 포스터 | 올댓아트 김희주

    1회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막을 내렸지만 아쉬워하기는 이릅니다. 주제 전시를 열었던 이이남스튜디오, 한희원미술관에서 아직 전시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이남스튜디오는 <생명의 위로> 전시를 오는 630일까지로 연장했고, 한희원미술관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계속 관람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빛으로 수놓은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전시부터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한희원 작가의 그림 전시까지, 지금부터 함께 만나볼까요?

    이이남 작가(좌)와 한희원 작가(우)의 사진 | 올댓아트 김희주

    이이남은 동서양 거장들의 명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광주를 거점으로 작업하는 이 작가는 지난해 11월, 약품 창고로 쓰던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와 갤러리가 공존하는 공간인 ‘이이남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좀 더 가까이 소통하고자 만든 공간입니다.  



    스튜디오 통유리 너머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아트 작품이 보인다. | 올댓아트 김희주


    스튜디오 천장에 설치한 이이남 작가의 작품 ‘다시 태어나는 빛-피에타’ | 올댓아트 김희주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공간뿐 아니라 카페 곳곳에서도 화려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개관한지 반년 남짓 밖에 안됐지만, 광주에 가면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으로 입소문이 나 매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카페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 올댓아트 김희주

    오는 630일까지로 연장한 이이남 작가의 <생명의 위로> 전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이 작가는 과잉 생산된 이미지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에 관한 내용을 7개의 전시 공간을 통해 순차적으로 담아내고, 그 속에 담긴 빛을 따라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다고 설명합니다.



    <생명의 위로>(2021.3.3~2021.06.30 연장) 전시관 입구 | 올댓아트 김희주

    첫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면 5의 빛 막대를 중심으로 수만 개의 점이 깜빡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과 출생한 사람의 수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통해 빛으로 시각화한 작품, <생명의 경계>입니다. 작가는 수만 개의 빛이 점멸하는 모습을 통해 매 순간 생과 사가 교차하는 현실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생명의 경계, 2021, 75inch LED TV x5, Beam projector, video, 8min | 올댓아트 김희주

    <생명의 경계>를 지나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통로를 마주합니다. 복도 끝에 보이는 빛에 의지해 걷다보면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요. 이 작품은 어머니의 양수 속을 벗어나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생명의 터널, 2021, Thread curtain, sound, Varied size installation | 올댓아트 김희주

    디지털 화폭 위를 새들이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오랜 시간 빛을 잃어버린 회화에 디지털 기법을 더해 생기를 불어넣은 작품, <기운생동>입니다. ‘기운생동’은 동양회화 작품의 제작과 감상에 필요한 육법 중 첫 번째 요소인데요. 대상이 갖고 있는 생명을 생생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이이남 작가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죠.



    기운생동, 2012, 75inch LED TV, 46inch LED TV x6, video, 12min 24sec | 올댓아트 김희주


    기운생동, 2012, 75inch LED TV, 46inch LED TV x6, video, 12min 24sec | 올댓아트 김희주

    첫 작품 <생명의 경계>에 이어 인공지능 데이터를 이용한 두 번째 작품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영원한 것을 찾다>는 인권, 인간존엄, 전쟁, 국가와 집단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빛의 점멸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벽면 가득 큰 거울을 설치해 끝 없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작가는 생사를 초월한 신념과 가치를 선택하는 삶을 보여줌으로써 본능적으로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합니다. 

    이어지는 작품 <공존의 빛> 또한 거울과 빛을 활용한 설치 작품입니다.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 어둠과 빛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모습을 통해 극단의 틈 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모색합니다.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영원한 것을 찾다, 2021, Beam projector x5, Mirror, Video, 20min 24sec | 올댓아트 김희주


    공존의 빛, 2021, Beam projector, mirror, video, 12min | 올댓아트 김희주

    이이남 작가의 전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한희원미술관으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가는 동안 골목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희원미술관 가는 골목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미술관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장우 가옥 | 올댓아트 김희주


    이장우 가옥 내부 | 올댓아트 김희주

    조금 더 걷다 보면 이정표가 나옵니다.



    한희원미술관 가는 길 이정표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미술관이 있는 골목 | 올댓아트 김희주

    드디어 도착입니다.



    한희원미술관 입구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미술관 전경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 작가는 10살 무렵 양림동으로 이사해 20년 동안 양림동에서 살아온 ‘토박이’ 예술가입니다. 시 쓰는 서양화가로 유명한 그는 지금껏 모두 50회의 개인전을 거치며,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양림동의 문화 예술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등 ‘양림동 사랑’도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2015년 개관한 한희원미술관은 양림동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시민들에게 예술로 위로를 건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양림지기’로 불리는 한희원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해 봅시다.



    미술관 벽에 걸려 있는 작가의 작품들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 <생의 일기> | 올댓아트 김희주

    <꽃잎>은 선운사에서 본 동백나무숲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는 숲을 뚫고 들어오는 한 줌 햇살을 흰 점으로 표현하고, 떨어진 동백꽃은 붉은 점으로 표현하여 화폭에 담았습니다.



    한희원, <꽃잎> | 올댓아트 김희주

    아래 작품 <깊은 상처와 나무>는 그가 쓴 시와 함께 감상해 볼까요?

    <큰 참나무 한 그루>

    내가 언제가 걷던 산길에
    큰 참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
    바람과 비가 끝없이 내리고
    나무 위에 별빛이 수북이 쌓이던 날에도
    그는 말이 없었네
    세월이 그대 슬픔의 깊이만큼
    오래도록 쌓여도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침묵으로 서 있었네
    어느 날 그의 침묵 속에
    큰 고독과 자유와 절망이
    한꺼번에 묻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과 슬픔이
    하나의 의미라는 것을
    순정한 고독과 자유가 하나의 의미였다는 것을
    깊은 사랑이 무엇인가를



    한희원, <깊은 상처와 나무> | 올댓아트 김희주


    한희원미술관 마당에 전시 중인 그림들 | 올댓아트 김희주

    작품의 스타일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과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설명을 소개합니다. 예전 작품들은 서사적인 경향이 좀 더 강했으나 최근 작품들은 조형성과 실험성에 좀 더 초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림 안에 담긴 것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광주 양림동 골목 | 올댓아트 김희주

    기사에서 소개한 이이남스튜디오와 한희원미술관 외에도 양림동 골목 구석구석에는 멋진 곳들이 아주 많습니다. 계획하지 않고 돌아다녀도 좋을 만큼 보물 같은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있지요. 올 여름, 아름드리 호랑가시나무가 드리운 양림동으로 ‘문화예술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 이이남스튜디오 <생명의 위로>

    2021년 3월 3일 ~ 6월 30일(연장), 월요일 휴무
    이이남스튜디오(광주 남구 제중로47번길 10 이이남스튜디오)
    관람료 : 무료
    문의 : 062)655-5030

    ■ 한희원미술관 상설 전시

    상설 전시, 월요일 휴무
    한희원미술관(광주 남구 양촌길 27-6)
    관람료 : 무료
    문의 : 062)653-5435

    올댓아트 김희주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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