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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어야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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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인 컬렉터와 미술관이 인정한 미술가 엘리엇 헌들리(1975년生)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일기보다 더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수수께끼같기도, 미스터리같기도 한 그의 드로잉 작품을 백아트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합니다.



    엘리엇 헌들리 설치전경 Courtesy of BAIK ARTLAand Seoul

    30대에 이미 스타로 떠오른 엘리엇 헌들리는 지난 4월 작고한 LA 브로드 뮤지엄(The Board) 설립자 엘리 브로드(Eli Broad)가 그의 작품을 다수 컬렉션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2012년 미국 월간지 <아트 앤 옥션>가 ‘미래의 소장 가치가 있는 50인의 미술가’로 선정하기도 했지요. 다키스 조아누(Dakis Joannou), 딘 발렌타인(Dean Valentine), 아니타 자블루도비츠(Anita Zabludowicz) 등 미술계 중심에 있는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엘리엇 헌들리 ©Max Knight, Courtesy Kasmin, New York and Regen Projects, Los Angeles

    UCLA에서 거장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를 사사한 엘리엇 헌들리의 대표작은 사진과 신문기사, 다채로운 사물을 이용한 거대한 콜라주입니다. 수많은 오브제를 모으고 분류해서 작품화하는 게 특징입니다. 



    엘리엇 헌들리 작업실 ©Max Knight, Courtesy Kasmin, New York and Regen Projects, Los Angeles

    특히 신문지는 흥미로운 소재다. 동시대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교재인데다 뭐가 진실인지 뭐가 가짜인지 분간이 어려운 복잡한 시대 상황을 묘사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해 자주 사용한다.
    – 엘리엇 헌들리, 지난달 24일 줌을 통한 언론 간담회에서 –

    지인에게 퍼포먼스를 요청해 사진으로 남기고, 수집한 오브제와 퍼포먼스 사진을 결합해서 대형 작품으로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1994년부터 5년간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며 새로운 세계를 접한 그는 신화와 고대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그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서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엘리엇 헌들리 설치전경 Courtesy of BAIK ARTLAand Seoul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그의 드로잉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처음부터 다시 수집을 시작할 수 있다면 드로잉을 모을 것입니다. 드로잉은 예술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것 중에서 핵심만 뽑아낸 것입니다. 드로잉 수집이야말로 가장 지적인 탐구라고 생각합니다.
    – 엘리 브로드 브로드 뮤지엄 대표, 2011년 ‘롭 리포트 Robb Report’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

    엘리엇 헌들리의 작품 세계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도 그에게 늘 미술 세계 입문 당시의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드로잉 작품의 이해는 필수입니다. 그는 눈을 감고 드로잉 작업을 시작합니다. 몇 가지 참고 자료를 놓고 그리지만, 머릿속에 결과를 미리 상정하고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분히 즉흥적입니다. 완성 작품의 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리 정해두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작업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감각에 몸을 맡깁니다. 탄력을 받으면 테이프로 종이를 이어붙이기도 합니다. 어떤 모양의 작품이 탄생할지, 최종 크기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Elliott Hundley, Babushka, 2021, encaustic, oil, paper, plastic, photographs, string, pins, foam, and linen on panel, 185 x 219 x 10cm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입니다. 계획도 없고 기대도 없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자신을 찾아갑니다. 완성된 그림은 언뜻 보면 꽤나 복잡합니다. 굳이 목표를 꼽으라면 복잡함 그 자체가 엘리엇 작업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가 자신도 놀랄만한 어떤 기억, 아름답거나 불편한 기억들을 이왕이면 다 되돌아보고 싶어 최대한 많은 요소를 드로잉에 담습니다. 의식적 의도나 결정과 무관하게 자신의 통제력을 넘어 우연히 탄생한 디테일과 문구들로 가득한 ‘캔버스의 마술’을 보며 흥분과 전율을 느낀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며 내면의 자유, 본능과 직관에 기초한 실험을 즐기는 거지요.



    엘리엇 헌들리 설치전경 Courtesy of BAIK ARTLAand Seoul

    관객들한테는 섭섭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련의 드로잉 작업은 오로지 엘리엇 자신을 위한 행위입니다. 작가는 “드로잉이 명상 과정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비워져 걱정, 근심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네요. ‘불면증’ 치료에도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추천합니다. 그는 낮에는 페인팅과 콜라주 등 작업을 하고 밤에 주로 드로잉 작업을 하는데요. 지쳐 곯아떨어질 때까지 계속 그린다고 합니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고 대중이 기대하고 원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에 집중하는 호사를 누렸다고도 했습니다.



    엘리엇 헌들리 작업실 ©Max Knight, Courtesy Kasmin, New York and Regen Projects, Los Angeles

    30세에 UCLA를 졸업한 이 노스캐롤라이나 태생의 예술가는 다른 예술가들보다 확실히 성숙했다. 대학원 졸업 후 7년간 인상 깊은 전시 기록을 쌓은 그는 40대에 들어서기 직전에 자신의 내부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는 ‘드로잉조차 하지 않는다면 누가 예술가라 불릴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드로잉을 그의 작품세계 중심으로 가져왔다. 2013년 다시 드로잉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엘리엇은 매일 작업실에서 몇 시간씩 드로잉을 그린다. 그에게 드로잉은 부글부글 끓는 스튜 같은 것이다. 예술 작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이자 전력을 공급해주는 맥박과 같다.
    – 미술평론가 데이비드 패겔(David Pagel), 이번 전시를 앞두고 백아트에 보내온 평론의 글 중 일부

    ■ 엘리엇 헌들리 Elliott Hundley
    <종이와 대화하면서 Working on paper>

    2021년 5월 20일 ~ 6월 19일
    백아트 서울(서울 종로구 삼청동 팔판길 42)
    문의 : 010-8029-0420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백아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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