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캐’ 열풍, 이번에는 전시 차례입니다. 부캐는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이후 일생 상활로 퍼져나가며 ‘나의 새로운 모습이나 또 다른 캐릭터로 활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기획전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현대인들의 자아 정체성과 멀티 페르소나(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말)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전시의 제목인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게임을 시작할 때 캐릭터 설정 단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전시를 통해 캐릭터를 설정할 때 자신을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하며 ‘부캐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프로필을 설정하세요>가 전시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 중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제작한 두 개의 소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선우훈 작가의 ‘웰컴 투 큐브룸’입니다. ‘웰컴 투 큐브룸’은 전시가 열리는 스페이스 씨 건물과 코리아나미술관을 가상공간으로 재현했습니다. 전시장으로 걸어오는 길부터 엘리베이터, 계단, 전시장 내부까지 가상공간 안에 구축해 누구나 스마트폰 혹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 형태의 웹 플랫폼입니다.

선우훈 작가가 구축한 웹 페이지에 접속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공간 안에 입장해 있는 다른 관객들과 채팅을 통해 소통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는 김희욱 작가의 ‘소울포미: 당신은 누구입니까?’입니다. 김희욱 작가는 최근 웹 개인전을 통해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불안감 등의 감정으로 지친 현대인에게 치유, 명상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내용의 ‘SOUL4ME’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에서 소개하는 설치작 ‘소울포미: 당신은 누구입니까?’는 전작을 하나의 브랜드로 설정하고, 이를 홍보하는 행사 부스의 형식을 가져와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관람객들은 ‘나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설문에 참여하고 이와 관련해 작가가 제안하는 상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현실의 문제로부터 도피하려는 현대인의 대처 방식들이 모두 옳은지 질문을 던지고 외부적 요소를 통해 정체성을 검증받으려는 심리를 시각화해서 표현했습니다.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11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10월에는 오영진 교수와 함께하는 ‘프로필 토크’를, 11월에는 큐레이터 토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3D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네스 알파(Ines Alpha)와 협업해 제작한 AR 필터를 활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셀피가 예술이 될 때’를 준비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코리아나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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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코리아나갤러리, 올댓아트 구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