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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진스키도 인정한 “진정한 댄서” 배우 채플린, 댄서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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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채플린 세계’의 본격 시작을 알린 영화 <키드>가 올해로 개봉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는 25일부터 이를 기념하는 채플린 특별전(CGV)이 열리는데, <키드>를 비롯해 <위대한 독재자> <시티라이트> <모던타임스> 등 모두 10편의 작품이 상영됩니다. 



    영화 키드 포스터 ㅣ 네이버 영화

    대중들에게 채플린의 연기는 슬랩스틱 코미디 속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것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슬랩스틱(slapstick ) 코미디라고 하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막대기(stick)로 때리는(slap), 즉 부딪히고 넘어지는 ‘몸개그’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표정, 동작들은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연상되지요. 그런데 그의 이런 코미디 연기를 넋 놓고 보면서도 전혀 웃지 않은 이가 있었습니다. 아니, 몇차례나 반복해서 볼때마다 더 슬픔에 잠겨들었지요. 바로 전설의 무용수 바슬라브 니진스키입니다. 심지어 그는 채플린에게 이런 감상평을 건넸습니다. 
     “당신의 희극 연기는 흡사 발레와도 같습니다. 당신은 배우이기에 앞서 무용가입니다.”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왼쪽)ㅣ네이버 영화 셰헤라자드에서 춤추는 니진스키(오른쪽) ㅣ위키피디아

    채플린과 니진스키. 언뜻 생각하기에 두 사람이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만 20세기 초를 주름잡았던  이 두 걸출한 예술가는 당대에 교류하며 서로의 천재성을 알아보았습니다. 

    채플린이 쓴 자서전 <나의 자서전>에는 니진스키와의 만남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채플린의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는 당대의 유명 인사들이 많이 방문했습니다. 이 스튜디오를 니진스키가 방문했던 것입니다. 니진스키 외에도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정치가인 파데레프스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레오폴드 고도프스키, 역시 ‘전설적인’이라는 말로 수식할 수 밖에 없는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등이 채플린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니진스키가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그는 <요양>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촬영하던 장면이 우스운 연기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는데, 배꼽을 쥐며 웃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니진스키는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스튜디오를 떠나면서도 니진스키는 채플린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연기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다음에 다시 와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니진스키는 두 차례 더 스튜디오에 찾아와 채플린의 연기를 봤고, 여전히 웃지 않았습니다. 그의 표정은 애처롭기까지 했다고 채플린은 기억합니다. 하지만 니진스키는 그의 연기에 무섭게 집중했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당신은 배우이기에 앞서 무용가”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때까지 단 한번도 발레를 본 적이 없었던 채플린은 곧바로 니진스키의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 무대를 본 채플린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갔습니다’. 채플린은 그의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시와 같았고, 모든 도약이 환상의 나래로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자서전에 썼습니다.

    자연인 찰리 채플린의 모습(왼쪽) ㅣ위키피디아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찰리 채플린 ㅣ네이버 영화

    중절모에 딱 붙는 상의, 펑퍼짐한 바지, 큼직한 구두와 지팡이.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채플린은 우스꽝스러운 뜨내기의 모습으로 박제되다시피 각인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전설의 무용수가 진정한 댄서라고 평가한 채플린의 연기는 자못 궁금해집니다. 워낙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슬랩스틱 연기에 빠진 채 서사를 따라가는 식으로 그의 작품을 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댄서 채플린’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니진스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연기를 다시 보면 그의 연기는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리듬과 음악을 타는 율동임을 느끼게 됩니다. 매 작품에 등장하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는 마치 중력을 헤치고 날아오르는 듯합니다. 댄서의 그것과 같은 감각이 아니고서는 그처럼 미끄럽고 가벼운 발놀림이 구현되지 못할겁니다. 무수한 코미디 배우들에게 영감을 줬던 <시티라이트>의 ‘복싱’장면은 단순한 몸연기가 아닌 정교하게 구성된 무용 공연같고, <위대한 독재자>에 등장하는 지구본 댄스는 아예 한 편의 모던발레 공연이 영화에 삽입되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합니다. 

    연기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던 채플린. 영화의 각본을 쓰고 음악과 편집까지 모두 도맡아 했던 천재 예술가. 그가 가슴으로 낳은 예술적 산물을 우리도 가슴으로 느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나의 자서전>|김영사

    사족 하나 붙이자면 그의 명언으로 잘 알려진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는 그의 자서전에 나와 있습니다. 국내에는 2007년 번역됐습니다. 

    올댓아트 박경은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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