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버텨내는지 궁금해서 콧노래를 샀다!

김지영, 콧노래 수집을 위한 영상 스틸컷 ㅣ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당신의 콧노래를 삽니다

‘이걸 왜 사는 거지…. 사기꾼인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알고 보니 구매하겠다던 콧노래는 ‘미술 작품’의 재료였습니다. 어찌 보면 황당하게만 들리는 이 이야기를 건넨 주인공은 ‘2021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이 선정한 김지영 작가입니다. 작가는 2020년부터 서울시민 40여 명의 콧노래를 수집해 이번 전시 <싱잉 노즈>를 열었습니다.

<싱잉 노즈> 전시 전경 ㅣ 김지영 작가 제공

작가가 콧노래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네요.

“어느 날 키우는 식물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무심코 흘러나온 콧노래가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음성으로 나를 미세하게 진동시켜 나 자신을 토닥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콧노래는 입을 다물어야 시작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상대방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지영은 콧노래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청각적이기보다는 촉각적이고 경험적인 것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 들어 있는 콧노래도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작가는 콧노래를 수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SNS에 ‘당신의 콧노래를 삽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대상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콧노래를 보내달라는 그림과 메시지를 넣었고, 어떻게 녹음해서 보내면 되는지 가이드를 만들어 함께 전달했습니다.

물론 대가도 지불했습니다. 콧노래를 잘하고, 잘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1초당 100원의 가격을 정해 정찰제로 지불했습니다. ‘전콧노(전국콧노래협회)’라는 이름으로 입금했습니다. SNS를 하지 않거나 콧노래를 파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필요한 것을 주는 등 물물교환의 방식도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콧노래에는 저마다 한 개인의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담은 콧노래, 습한 콧노래, 건조한 콧노래, 새벽의 콧노래, 즐거운 콧노래, 서정적인 콧노래 등 다양한 콧노래가 모였습니다.

<싱잉 노즈> 전시 전경 2 ㅣ 김지영 작가 제공

이렇게 모인 콧노래들이 전시장에 울려 퍼집니다. 7채널 사운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벽에는 콧노래 이미지를 그려 콧노래가 지나가고 교차하면서 구비구비 흘러가는 느낌을 연출했습니다.

전시장에 머무는 동안 관람객 자신이 소리 속 분자가 되는 경험을 하고 전시장을 떠나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콧노래를 이어가는 풍경들을 상상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 김지영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당신의 콧노래를 삽니다’라는 다소 황당한 문장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지금, 다들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던 터였습니다. ‘콧노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리로 만들어진 작품 사이를 걷노라니 힘겨운 시절에도 빼꼼 고개를 내밀고 손을 내미는 정겨운 이웃을 만난 것 같아 더욱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