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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껏 놀아보세요” 미술관이 한판 크게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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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의 <놀이하는 사물> 전시는 작가를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으로 칭하고, 그들을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호모루덴스(Homo ludens)
    네덜란드의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가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명명한데서 시작하는 개념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인 놀이’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과정을 즐기는 것에 주목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작가들을 호모 루덴스라고 불렀습니다. 노동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인들의 활동을 ‘놀이’ 중심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답답한 현대사회에 생명력과 신선한 재미를 불어넣기 위함입니다.

    ‘손’의 능력을 활용해 창조적인 ‘놀이’ 작품을 제작하는 8팀의 호모루덴스를 선정했습니다. 서정화, 신혜림, 이광호, 이상민, 이준아, 이헌정, 현광훈, NOL이 참여했는데 ‘NOL’은 프로젝트 팀으로 전시장 공간 디자인을 맡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각자가 쌓아온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낯설지만 즐거운 놀이를 제안합니다.





    이광호 작품 전시 전경 ㅣ 올댓아트 구민경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게 구성한 전시이지만, 왼쪽으로 돌며 전시를 관람하기를 추천합니다. 각기 다른 소재를 사용했지만, 비슷한 작업 방식이나 태도를 가진 작가를 순서대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납니다. 이광호 작가는 그간 만들고 모아뒀던 사물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가져왔다고 합니다. 장난감을 아이가 가지고 노는 상황을 상상해 작품들을 배치했다네요.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어떤 장면일지 상상이 가지요? 아이가 마구 어지럽힌 공간 같기도 하고, 아직 작품 배치를 덜 끝낸 공간 같기도 한 게 이번 전시의 제목과 잘 어울립니다. 





    서정화, 사용을 위한 구조 ㅣ 올댓아트 구민경

    다음은 서정화 작가의 작품입니다.
    가구 같은 실용적인 사물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해온 작가인데, ‘사용을 위한 구조’는 2014년에 벤치와 선반 시리즈를 만들면서 설계한 구조물이라고 합니다. 널판지 위에 타원의 길이를 조절하면서 계속 쌓아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블록 쌓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겁게 작업한 작품이어서 이번 전시에도 들고 왔다네요. 작가는 블록 쌓기를 떠올렸지만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옛날 놀이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정글짐’이 더 생각나지 않나요? 





    신혜림, 시간의 비가 내린다 ㅣ 올댓아트 구민경

    신혜림 작가는 ‘시간의 비가 내린다’를 주제로 2009년부터 같은 제목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도중 발생한 단순노동의 작업을 통해 시간을 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성을 가지게 된 선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단순한 여러 개의 선이 모여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작고 둥그런 형태의 가죽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하나하나 꿰어 선을 만들고 이런 선을 3000개 이상 모아놨습니다. 또 맨 밑에는 동그란 순은을 달아 비를 표현한 아주 밀도 있는 작품입니다.

    신 작가는 금속을 전공했는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을 지속하기에는 금속 가공 물질들이 대부분 유해해 작업을 포기했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 옆에서 작업해도 안전한 재료와 가공법을 찾았고 그 결과로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여성작가로서 육아로 작업을 중단한다면 다신 작가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둘째 아이가 어리지만,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고 싶어 전시가 없더라도 항상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신혜림 작가-

    (왼쪽부터)현광훈, 하트비트. 이상민, 호두깨는 장치. 이상민, 호두깨는 장치 작동 영상 ㅣ 올댓아트 구민경

    현광훈 작가 이상민 작가는 정확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위해 정교하면서도 미묘한 반응을 유도하는 가변성을 지닌 사물을 제작했습니다. 이 사물은 섬세하고 집요하게 기계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현광훈 작가의 카메라 작품은 시계의 구동 장치를 내부에 삽입했습니다. 셔터를 여는 시간을 설정해 두면 내부에서 시계가 작동해 지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시계 제작을 교육하는 공방이 없어, 유튜브를 보면서 2년 동안 공부해 작은 톱니바퀴부터 나사 하나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상민 작가 일상에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호두를 깨는 장치나 와인을 따르는 장치를 제작했습니다. 장난으로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실용적이면서도 장식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해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금속을 전공한 사람들은 실용적인 것과 장식적인 것 사이에서 항상 고민합니다. 저는 둘 다 잡고 싶어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평상시에는 장식장에서 오브제의 역할을 하는데요. 1년에 한 번 정도 특별한 날에 꺼내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사용합니다.

    -이상민 작가-

    직접 ‘호두 깨는 장치’ 작동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한 번에 호두가 깨질 것이라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5~6번의 작동 끝에 겨우 호두가 깨졌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테스트할 때는 국내산 호두가 비싸 저렴한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구입했더니, 쉽게 깰 수 있었다”며 “단단하고 작은 국내산 호두를 깰 때에는 몇 번의 작동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추의 무게에 따라 호두가 완전히 깨지거나, 전혀 깨지지 않아 추의 무게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일도 즐거웠다네요. 

    현광훈 작가 전시 부스 전경 ㅣ 올댓아트 구민경

    이헌정 작가는 도예 작업으로 신명나는 놀이 한판을 벌였습니다. 작가는 전시의 제목인 ‘놀이하는 사물’과 자신의 작업 태도가 닮아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도예 작업을 할 때 흙의 ‘우연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작업하기 전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계획 정도만 정해두고 과정 속에서 계획이 끊임없이 변화해하며 숙성되어가는 과정을 굉장히 즐깁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할 때도 많습니다.

    -이헌정 작가-

    작품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관람객이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해석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도예를 통한 가구 제작 작업도 함께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용도를 조각이나 가구 둘 중 하나로 딱 정하기보다, 다양한 용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중간 영역으로 남겨두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이준아, 시간과 흔적 ㅣ 올댓아트 구민경

    이준아 작가 내면 깊숙히 자리한 개인적인 기억들을 색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핸드 니팅(Hand knitting) 기법으로 의류도 만듭니다. 그는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 의류나 작품이 다음 세대에까지 전해질 거라 믿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시간을 쌓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인데요. 전시장 곳곳에 놓인 ‘시간의 흔적’들이 흩어졌다 쌓이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NOL이 제작한 스툴 ㅣ 올댓아트 구민경

    프로젝트 그룹 NOL은 스툴과 조명 등 전시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전체 작품과 잘 어울리는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작은 소품이나 작은 벽들로 공간을 분할했습니다. 독립적으로 관람하면서도 관객들이 빛의 흡수와 반사 등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덕분에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한 전시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관람객이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해 일상 소재의 친근하면서도 낯선 측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놀이하는 사물>

    2021년 6월 10일(목) ~ 2022년 2월 27일(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공예, 디자인, 설치 등 30여 점
    관람료 : 무료
    문의 : 02)2188-600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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