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몰입형 전시’ 여의도 상륙,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on

    |

    views

    and

    comments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



    비욘더로드 전시 전경 ㅣ 프레인 제공

    2019년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처음 공개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비욘더로드>가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상륙했습니다. 개막 전 미리 만나본 <비욘더로드>는 ‘이머시브(immersive)’,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이 두 가지의 키워드가 돋보이는 전시였는데요.

    이머시브(immersive) 전시

    ‘이머시브(immersive)’는 ‘몰입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공연’이라 하면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연극이나 공연 장르를 뜻합니다. <비욘더로드>는 ‘이머시브 전시’를 지향합니다.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기획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은 ‘이머시브’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몰입형 전시에 주목해 온 아티스트들입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자리잡은 ‘슬립노모어(Sleep no more)’가 이들의 대표작인데요. 호텔 5개 층을 무대로 펼치는 이 공연은 같은 공연이라도 어느 장소에 머물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이머시브’라는 장르를 선도하는 공연이지요.



    비욘더로드 전시 전경 ㅣ 프레인 제공

    서울에서 열리는 <비욘더로드>역시 33개의 공간을 체험하며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공간 지각 등 다양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33개의 공간에 조각 , 회화 , 비디오 등의 작품들을 대규모로 설치했고, 공간 사운드, 공연 조명, 향기 등을 작품과 어울리도록 꾸몄습니다.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참여

    스티븐 도비, 콜린 나이팅게일 협업해 전시 <비욘더로드>의 탄생을 이끈 주역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유명 뮤지션, 엉클(UNKLE)의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인데요. 처음 전시를 기획한 스티븐 도비와 콜린 나이팅게일이 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제임스 라벨에게 연락했고, 제임스 라벨이 흔쾌히 자신의 모든 음악을 내주었다고 합니다.

    <비욘더로드>는 제임스 라벨의 앨범 ‘
    The Road : Part I II’에서 노래를 엄선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독특한 청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제임스 라벨 외에도 영화, 설치, 조명,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 ‘그래비티(Gravity, 2013)’, ‘로마(Roma, 2018)’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이 이번 전시에 함께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를 테마로 삼은 섹션도 있으니 이미 영화를 본 분들한테는 더 특별한 경험이 되겠지요.



    비욘더로드 전시 전경 ㅣ 프레인 제공

    아직도 ‘이머시브 전시’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비욘더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을 지난 20일에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비욘더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 ㅣ프레인 제공


    지금 한창 전시 공간을 설치하고 있겠다. 작업은 어디까지 와 있나?(※전시는 지난 23일 개막했다.)

    콜린 나이팅게일 지난 2주 동안 알트원(ALT.1) 갤러리에서 뛰어난 로컬 디자이너들, 시공자들, 기술자들과 함께 비욘더로드의 세계를 만드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사운드 엔지니어 겸 디자이너 살바도르 가르사 피쉬번(Salvador Garza Fishburn)과 조명 디자이너 벤 도노후(Ben Donoghue)와 최종 음향, 조명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살바도르와 벤은 한국의 자가격리도 마다하지 않고 서울까지 와서 이 프로젝트에 재능을 기부했다. 첫 관객을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비욘더로드의 모든 것들을 한국 관람객과 나누고 싶다.  


    2019년에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비욘더로드>가 성황리에 끝났다. 더 현대 서울은 사치 갤러리와는 다른 ‘쇼핑’ 공간이다. 공간이 다른 만큼 각 세션 구성을 조금씩 변경했다고 들었다. 이번 전시만의 특징이나 차별화 포인트,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스트리트 아티스트 나나가 참여한 비욘드로드 전시 전경 ㅣ 올댓아트 구민경

    콜린 나이팅게일 런던 사치(Saatchi) 갤러리에서 했던 것처럼 서울에서도 더 현대 서울 알트원 갤러리를 위해 레이아웃을 특별히 맞췄다. 이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다시 작업할 수 있어 아주 설렜다. 새롭게 상상한 공간들도 있고, 런던보다 더 발전한 공간도 있다. 아예 새롭게 추가한 공간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도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작품들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전시의 경험을 확장했다고 본다. 정말 특별한 것 중 하나는 제임스가 발견해낸 한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나나’와의 인연이다. 현장에서 나나 특유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어 아주 즐거웠다. 
    (※스트리트 아티스트 나나 : 이번 서울 전시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 아티스트로, 런던 전시에는 함께하지 않았던 스티븐 도비가 한국 전시를 위해 직접 찾은 스트리트 아티스트이다. 주로 그라피티 작업을 맡았다.)


    사치 갤러리 <비욘더로드> 전시에서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전시에선 사진 촬영을 허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티븐 도비 런던에서도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을 최대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적극 당부했을 뿐이다. 서울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이 전시가 비주얼적으로 강렬한 부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만약 관객들이 특별히 와닿는 어떤 부분을 발견하다면 사진을 찍어도 좋다. 다만, 우리의 일상은 이미 충분히 휴대폰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전시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콜린 나이팅게일 비욘더로드를 경험한 관객들이 클라우드가 아니라, 마음 속에 이미지와 사운드를 가득 채우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을 단순히 듣지 않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함께한 뮤지션 제임스 라벨과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콜린 나이팅게일 제임스는 컬래버레이션을 기반으로 커리어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협업이 수월했던 배경이다. 제임스와 비슷한 감성과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했다.  

    스티븐 도비 “음악을 해체해 입체적인 공간에 재구성해 보면 어떨까” 얘기했더니 제임스가 흔쾌히 수락했다. 사운드 샘플을 들려줬는데 자신의 음악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흥분한 듯 보였다.

    콜린 나이팅게일 그 이후에 더 얘기를 나누면서 제임스 라벨의 밴드 ‘엉클'(UNKLE)과 관련이 있는 시각적 작품들과 영상들도 넣으면 어떨지 상의했다. 지난 몇 년간 제임스는 정말 뛰어난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했다. 그들 또한 협업 과정을 열린 마음으로 인식하는 분들이어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시인데도 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 ‘이머시브’, 즉 ‘몰입형 전시’라는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콜린 나이팅게일 둘 다 ‘이머시브’라는 장르가 태동하기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여러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몰입형’ 작품을 만들어 왔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 방식의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 됐다. 딱히 선택이랄 것도 없다.


    한국 관람객들이 이머시브 전시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 위한 정보나 팁이 있다면 들려달라.

    스티븐 도비 비욘더로드는 일반 전시와는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작품 옆에 설명 문구도 없고, 공간에 대한 지도나 안내 문구도 마련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의 반응을 믿고 미지의 세계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설치 예술 작품들은 소리와 조명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우리와 제임스 라벨, 그리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사운드와 비주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콜린 나이팅게일 이 전시를 즐기는 데 있어 옳고 그른 방법은 없다. 마음 가는 대로, 원하는 속도로 느끼고 경험하면 될 것 같다. 궁극적으로 이 전시가 많은 관객들의 속도를 늦추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 <비욘더로드(BE YOND THE ROAD)>

    2021년 7월 23일(금) ~ 11월 28일(일)
    10:30 – 20:00
    여의도 더 현대 서울 6층, ALT1 갤러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문의 : 02)3277-061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프레인, 올댓아트 구민경

    콘텐츠 더보기

    Share this
    Tags

    Must-read

    안녕하세요 저 뫄뫄인데요 이건희 컬렉션 있나요? (。・∀・)ノ゙ 리움미술관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예술의 모든 것|이건희 컬렉션 있나요? (。・∀・)ノ゙ 리움미술관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사립 미술관 중 최대 규모🖼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 전격 재개관! 리움미술관이 왜 대단한데? 거기 가면 이건희...

    [인턴일기][VLOG] 근무 중인데요 최애 공연 보러 왔습니다^o^/ 권진아X선우예권의 커튼콜 후기!

    ※ 본 영상은 CJ ENM / 롯데콘서트홀의 협조 및 사전 협의 하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촬영되었습니다. ■ 올댓아트 인턴일기|VLOG|권진아X선우예권|커튼콜 CJ ENM 그런 기분 알아요? 근무...

    사람들은 날 좋아해 나한테 막 미쳐 근데 난 그걸 몰라^^; '하하버스' 실사판 조성진이 대단한 이유

    ■ 예술의 모든 것|사람들은 날 좋아해 막 미쳐 근데 난 그걸 몰라^^; '하하버스' 실사판 조성진이 대단한 이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아이돌 능가하는 인기로 '클래식계...
    spot_img

    Recent articles

    More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