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잔디 광장에 수많은 집이 들어섰습니다. ‘MMCA 청주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 <천대광 : 집우집주>의 작품들인데요. ‘MMCA 청주프로젝트’는 청주관의 넓은 야외공간에 국내 신·중진 작가의 신작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야외공간에서 신선하게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작품 발표의 장(場)을 제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기획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천대광(1970년生)은 관람객이 작품 내부로 직접 들어가볼 수 있는 크기의 거대한 설치 작품을 주로 제작해 온 작가입니다. 주변 환경과 작품, 관람객을 연결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또 전시장을 생경한 풍경으로 전환시켜 보는 이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집입니다. 집 ‘우(宇)’와 집 ‘주(宙)’가 만나 ‘우주(宇宙)’라는 단어를 형성하듯이 인간들이 살아가는 집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나아가 우주가 된다는 생각에서 전시 제목을 <집우집주>로 지었습니다. 지구촌 곳곳의 기후와 특색,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등장합니다.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만든 작품들을 청주관 잔디 광장에 펼쳐 놓으니 흡사 조그만 도시 하나가 새로 탄생한 것 같습니다.
천대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체제, 자본, 문화를 시각화하기 위해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기록하고 수집한 건축 사진을 바탕으로 가상의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건물의 외관을 한데 섞는가 하면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문양을 넣었습니다. 도시 건축물을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예술 작업을 통해 정치와 경제, 문화가 서로 어떻게 얽혀 있고 예술이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청주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청주에 위치한 문화재인 ‘탑동양관(塔洞洋館)’을 모티프로 하여 ‘후천개벽(後天開闢) 탑’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탑동양관은 일신여자고등학교 내에 있는 근대 서양식 건물로 선교사들이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했습니다. 1904년에 시작하여 1932년에 총 6개의 관이 만들어졌고, 청주의 근대 교육과 근대 의료가 시작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후천개벽 탑은 불교의 여러 탑 건축 양식을 이리저리 섞어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건축적 조각입니다. 우리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불교와 서양의 건축 양식을 혼합해 동·서양의 종교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금의 양상을 조형적으로 나타낸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폐산업시설로 14년간 방치됐던 연초제초장을 재건축해 만들었습니다. 2004년 연초제초장이 문을 닫으며 흉물로 취급됐던 공간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2018년 12월 대한민국 최초의 개방 수장고 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산업 공간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미술관 앞 잔디광장에서 펼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와 사회를 심도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다”며 “스쳐 지나간 일상의 공간과 장소의 의미를 재발견함으로써 이상적인 공간과 현실의 삶이 때론 조화를 이루고 때론 충돌하기도 하는 관계를 차분히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 : 집우집주>
9월 17일(금) ~ 2022년 7월 24일(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문의 : 043)261-1400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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