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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열겠다고 세 회사가 뭉쳤을 때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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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앤제이 플러스원 x 아티팩츠 x 이젤

    3개의 회사가 하나의 전시를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북촌의 원앤제이갤러리가 젊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지원, 육성하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든 ‘원앤제이 플러스원’이 2년 만에 연 새 전시가 계기가 됐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오랜만에 전시를 열게 된 원앤제이 플러스원은 준비 과정에서 그간 미술시장이 급변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혼자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는 전시를 열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원앤제이플러스원은 아티팩츠(Artifacts)와 이젤(eazel)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두 곳 모두 미술계의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업체들이지요. 3개 회사의 협업 전시 <항해자 Voyager>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항해자 Voyager> 전시 전경 ㅣ 올댓아트 구민경

    이들은 과연 어떤 풍경을 만들어냈을까요? 관람 방식부터 색다릅니다. 여기엔 아티팩츠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티팩츠는 흔히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르는 미술 시장의 정보를 취합해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대중과 공유하고자 만든 온라인 미술 플랫폼입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는 미술 시장을 꿈꾸는 이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작품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왼쪽부터) 어플 아티팩츠 작품 촬영 화면, 어플 아티팩츠 작품 정보 화면 ㅣ 올댓아트 구민경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티팩츠’를 다운로드받아 전시장 내에서 궁금한 작품을 촬영하면 그 작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품과 작가를 자세히 알기 어려웠던 기존 전시 공간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솔루션인 셈이지요. 누구의 작품인지, 작품의 이름은 무엇인지, 제작연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작품 정보 하단에 있는 댓글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감상평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작품 정보 중에서 특히 가격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노라면 당장 구매할 건 아니지만 ‘이건 얼마나 줘야 살 수 있는 거야?’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는데요. 이럴 때 갤러리 관계자들을 붙잡고 불쑥 “이 작품은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하고 물어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아티팩츠 앱은 이런 고민도 말끔히 해결했습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촬영하면 작품 설명 하단에 가격이 적혀있어 작품의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아티팩츠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젤
    은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요? 어떤 업체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젤은 전시 환경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온라인 미술 콘텐츠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젤의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기술을 통하면 원하는 전시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울, 뉴욕, 홍콩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젤은 단순 전시 감상에서 좀 더 나아가 전시, 작가, 작품, 기관을 입체적으로 아우르는 VR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지선경 작가의 작업실을 VR 투어할 수 있는 ‘Immersive Studio Visit’, 이미지 출처_eazel ㅣ 원앤제이플러스원 제공

    이번 전시에는 참여 작가 3인(안솔지, 정진, 지선경)이 관람객과 보다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작품에 여러 가지 VR 기술을 접목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작품 주변에 관객을 인식하도록 고안된 지향성 스피커(목적으로 하는 방향으로만 소리가 나가도록 제작된 스피커 시스템)를 설치해 관객들이 어떤 작품 쪽으로 다가가더라도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품 각각에 스피커가 설치된 것은 아니었지만 전시장 내에서 작품에 몰입하기에는 충분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참여 작가의 작업 모습과 과정을 담은 인터뷰와 함께 ‘VR 스캐닝’을 통해 작업실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 만든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 이젤 작업실 VR 보러가기





    이젤의 카테고리 카드가 놓여있는 모습 ㅣ 올댓아트 구민경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9종류의 카테고리 카드를 제작해 전시장 입구에 배치했습니다. 관람객이 작가와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힌트’입니다. 큐알코드를 촬영하면 작가와 작품에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이 힌트를 무겁거나 숙제처럼 느끼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카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원앤제이 플러스원은 따로 상설 전시 공간이 없습니다. 그때 그때 기획방향과 성격에 맞춰 적당한 공간을 임대해 개최하는 ‘팝업’ 형식의 전시를 지향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미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환경이자 미디어’라고 하는 공통 비전 아래 세 회사가 뭉친 만큼 한남동의 전시공간 ‘뉴스프링프로젝트’ 내에 작은 라운지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감상 후에도 여운을 나누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끔 했습니다.

    (왼쪽부터) 정진, 잠시 멈춘 밤 / 정진, 징후가 보이는 밤 ㅣ 원앤제이플러스원 제공

    이번 전시에는 정진(1984), 지선경(1983), 안솔지(1990)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정진은 한국의 전통 설화, 디즈니 만화 등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작품에 등장시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작가입니다. 특정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고 연관성 없는 서로 다른 종류의 이미지를 결합합니다. 종이의 일부를 오리고 접어 뒷면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거나 판넬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게 작업의 특징입니다. 소형 작품 위주였던 그간의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대형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왼쪽부터) 지선경, 2. 기쁨 / 지선경, 16. 환희 ㅣ 원앤제이플러스원 제공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지선경은 추상 작품을 만들지만 관람객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일상 속 요소들에 집중하는 작가입니다. 창에 비친 햇빛 등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들을 내면의 생각, 기억, 감정이라는 필터를 거쳐 먼저 글로 기록합니다. 그런 다음, 이를 단순한 조형적 형태로 재구성해 시각화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인간의 48가지 감정을 표현한 작품을 출품했는데요.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5)가 분류한 기본적인 3가지 감정(기쁨, 슬픔, 욕망)을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을 45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질투, 환희, 소심 등)으로 확장시켰다고 했습니다.

    (왼쪽부터) 안솔지, 기르던 것들 ㅣ 원앤제이 플러스원 제공

    안솔지는 ‘기르는 것들’이라는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작가가 임의로 수집하여 보존 처리한 작업입니다. 꼭 실험실처럼 보입니다. 사리나 조경 식물 등은 기존의 터전에서 채취한 공기, 가스 혼합물과 함께 실린더에 밀봉했습니다. 사람의 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듯, 식물들도 새로운 터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태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과 시선에 맞닥뜨러야 하는 현대인의 삶을 상기시키고자 했습니다. 어린 시절 이주를 반복했던 자신의 경험에 착안한 작업입니다.

    ■ <항해자 Voyager>

    11월 4일(목) ~ 11월 28일(일)
    11:00 – 19:00
    *월요일 휴무
    뉴스프링프로젝트(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22)
    문의 : 02)745-1644

    올댓아트 구민경 인턴
    권재현 전시팀장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올댓아트 구민경, 원앤제이 플러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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