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소유권, 작가정보, 판매이력 등 고유한 인식값을 블록체인 상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위, 변조를 막고 유일무이한 진품의 지위까지 획득한 디지털 자산을 NFT(Non-Fungible Token)라고 정의한다는 내용을 <집중해부1편>에서 살펴봤는데요. 2편은 해외에서 시작해서 국내에도 불고 있는 NFT 열풍의 현주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NFT 세상이 열렸다?
NFT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대퍼 랩스가 가상공간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거래하는 게임인 ‘크립토키티’를 개발했는데요. 이 회사는 게임 속 고양이 캐릭터를 NFT화했습니다. 그해 말 이중 한 고양이가 무려 11만 달러(약 1억2000만원)에 팔렸습니다. ‘드래곤’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는 한 술 더 떠 600이더리움(ETH)에 거래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세로 치면 13억에 이르는 가격이니까 깜짝 놀랄 만했지요.
대터 랩스는 이후 미국농구협회(MBA)와 2020년 손을 잡고 프로선수들의 하이라이트를 짧게 편집한 영상을 NFT 작품으로 만들어 한정판으로 선보입니다. 역시 대퍼 랩스가 NBA와 공동으로 출범시킨 NFT 거래 플랫폼인 ‘NBA 톱 샷(NBA Top Shot)’에 내놓았는데 이 또한 대박을 칩니다. 비싼 가격에 줄줄이 팔려나갑니다. 35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와 10만 명 이상의 구매 사용자들이 NBA 톱 샷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매출이 하루 3700만 달러에 이르고 지난 2월 말까지 벌어들인 돈이 2억3000만 달러(약 2617억원)를 넘어섰습니다. ☞ 관련 기사 원문 보러 가기
NFT가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결정적 계기는 ‘비플’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5000일간 매일 하루에 한 장씩 작업한 JPEG 그림파일을 이어붙인 콜라주 작품을 NFT화해 만든 <매일 : 첫 5,000일>이 세계 양대 경매 사이트 중 하나인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서 낙찰된 사건이었습니다. 실체도 없고 예술성도 검증되지 않은 이 NFT 작품이 자그마치 780억이라는 금액에 새 주인(‘메타 코반’이라는 가명의 암호화폐 기업가로 알려졌다)을 찾으며 세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 관련 기사 원문 보러 가기
가상화폐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NFT 기술을 적용해 지난 3월 온라인 경매에 부친 작품 ‘워 님프'(그림 컬렉션 10점)도 불과 20분 만에 580만 달러(65억)에 낙찰되며 NFT 열기에 기름을 부었지요.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NFT의 열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맹위를 떨칩니다. 트위터 CEO ‘잭 도시’가 2006년에 날린 최초의 트윗을 캡처한 다음 NFT화한 작품은 한 경매 사이트에서 20억에 낙찰되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 ‘블록체인으로 칼럼을 구매하세요’도 NFT로 변신했고(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자선단체를 위해 추진한 NFT 칼럼 판매에서 55만 달러를 모금했다) 각종 인터넷 공간을 인기리에 돌아다니던 밈 이미지 <재앙의 소녀>의 주인공 조에 로스(21)는 자신의 사진을 NFT화한 다음, 지난 4월 온라인 경매를 통해 약 50만 달러(5억5000만원)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관련 기사 원문 보러 가기
지난 5월7일엔 ‘치과에 다녀온 데이비드(David after Dentist’)’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 NFT가 약 1만1500 달러(약 1290만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데이비드는 2010년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광고료와 저작권, 상품 판매 매출 등으로 약 15만 달러(약 1억6900만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NFT 시장까지 열리면서 한번 뜬 영상의 가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에 따른 수익 창출은 또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렵네요.
실제로 여기저기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타르트 몸통을 가진 고양이가 앙증맞은 표정으로 날고 있는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기억하시지요? 니얀캣(Nyan Cat)의 NFT 작품인데요. 지난 2월 경매에서 약 58만 달러(약 6억5400만원)에 팔렸습니다. ‘찰리가 날 또 물었어(Charlie bit my finger – again !)’라는 제목으로 2007년 5월 게시돼 유튜브를 달궜던 55초짜리 영상은 또 어떻고요. 아래는 관련 유튜브 영상입니다.
갓난아기인 찰리가 형 해리의 검지 손가락을 깨무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이들의 부모가 이 밈을 NFT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5월23일 오리진프로토콜의 NFT 런치패드에서 진행된 경매 결과는 ’76만 달러에 낙찰’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원문 보러 가기
‘눈 큰 소녀’ 그림으로 유명한 마리킴의 NFT 작품, 6억에 낙찰
국내에선 팝 아티스트 마리킴이 NFT 열풍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마리킴은 어릴 적 즐겨 읽던 순정만화 속 주인공의 커다란 눈에 착안해 그리는 ‘아이돌'(Eyedoll)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인데요. 피카프로젝트와 손잡고 런칭한 NFT 작품이 지난 3월 경매 끝에 6억에 낙찰되며 NFT 시장의 본격 개막을 알렸습니다. 국내 최초 미술품 전용 NFT 마켓 플레이스인 ‘피카아고라’를 지난 1일 개설한 기획사 피카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NFT 작품을 계속 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지난달 28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모회사 두나무와 MOU를 맺고 NFT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NFT 작품의 대중화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NFT 아트 작가 모집도 시작했지요.
세계적인 디지털미디어 작가 후랭키가 지난 4월 전태일 50주기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전태일 열사의 이미지를 500억 가치의 NFT로 제작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이 정부의 단속과 거래소의 잇단 ‘상장폐지’ 조치 등과 맞물려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의 NFT 열풍도 주춤하는 양상입니다만 한번 터진 물꼬는 시간의 문제일 뿐 흐르게 마련이지요.
NFT의 미래는 전 세계적 현상인 메타버스(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가상공간을 무대로 인류가 일상을 이어가는 개념)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있습니다. 지금은 꿈 같지만 가상공간에서 공연을 즐기고 미술품을 사고팔고 집을 짓고 토지를 거래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지도 모릅니다. 웹 세계 너머 다음 세상은 메타버스의 시대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NFT의 개념과 열풍을 살피다 보니 ‘NFT코인’이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더군요. 종류도 가지가지인데 이건 또 어떤 개념인지 3탄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다음주는 출장 등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한 주 건너뛰고 그 다음주에 찾아뵐게요.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참고 ㅣ Non-fungible tokens are revolutionising the art world – and art theft | Cryptocurrencies | The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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