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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다른 건 알겠는데 ‘오페라’만 어렵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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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와 관련 없는 참고 사진|Wikipedia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 가운데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오페라’인데요. 이제 클래식 음악은 좀 알겠는데 오페라만 여전히 어려운 분들을 위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인 민은기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6: 베르디·바그너, 역사를 바꾼 오페라>(이하 <난처한 클래식 수업 6>)를 소개합니다.

    ‘클래식 수업’이라는 제목처럼, <난처한 클래식 수업 6>는 강의를 보고, 듣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공연장이 어디지?’, ‘그 음악은 어떤 음악이지?’ 궁금할 때쯤 글과 나란히 배치되는 사진, 음악을 통해 그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어 내용이 잘 이해됩니다. 책 속에는 한 명의 강연자가 아니라, 이 화자와 대화를 나누는 가상의 청자가 등장하는데요. 오페라를 잘 모르는 독자를 대변하는 이 청자의 질문과, 이 질문에서 이어지는 대화 덕에 누군가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은 오페라 극장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음…. 일단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같은 유명한 건물이 먼저 떠올라요. 아니면 옛날 영화나 소설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글라스를 든 귀족들이 서로 눈 맞는 장면들을 봤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순수하게 공연을 즐기는 곳이기보다 귀족끼리 화려함을 자랑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맞아요. 높으신 분들의 연회장 느낌이랄까?
    실제로 최초의 오페라는 위세 높은 한 유럽 왕가의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지체 높은 왕족들이 그것도 생애 제일 중요하다는 결혼식 자리에서 얼마나 멋진 걸 보여주고 싶었겠어요. 하객들이 상상도 못했을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음악, 무용, 의상, 무대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담으려 했죠.
    화려하다고 생각했던 게 편견만은 아니군요.
    오히려 본질인 셈이죠. …(중략) 궁정에서만 상연되던 오페라는 오랫동안 철저히 귀족의 문화였습니다. 그러다 17세기 중반부터 부유한 도시를 중심으로 오페라 전용 극장이 생겨나면서 평민도 돈을 내면 오페라를 볼 수 있게 됐죠.

    19세기에 오페라란 저자의 말대로 단순히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 현상’이었습니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6>에서, 저자는 ‘오페라의 황금기’ 19세기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베르디와 바그너를 중심으로, 두 음악가의 생애, 대표작, 가치관과 함께 이 시대의 오페라와 19세기 전반의 사회·문화현상의 연결고리를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요.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아래에서 책의 내용 일부를 미리 만나볼까요.

    ※이하 내용은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6: 베르디·바그너, 역사를 바꾼 오페라> 일부를 인용·재구성.


    베르디는 이탈리아를, 바그너는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가입니다. 1813년생으로 동갑이었던 베르디와 바그너는 첫 결혼도 같은 해에 하고, 첫 성공도 같은 해에 거두었다는 우연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상반되는 점이 더 많습니다. 베르디는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젊었을 때 이미 시골로 내려가 살았던 소탈한 사람이었습니다. 바그너는 ‘우월한 나 자신’에 빠져 살았던 인물이고요. 일찍이 ‘음악’에 빠진 베르디는 작품에 열정과 같은 풍부한 감성을, ‘극’에 먼저 매료된 바그너는 오페라에 사상과 철학을 담았습니다. 두 사람은 외모도 달랐습니다. 큰 골격에 강한 인상이었던 베르디와 달리, 바그너는 왜소하고 예민해 보이는 편이었지요. 저자는 “두 사람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이라는 두 나라의 차이이기도 하다”고 설명합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 중 몇 가지를 들려드리자면…. 

    주세페 베르디 이야기



    주세페 베르디|Wikipedia

    베르디는 여관집 아들이었습니다. 베르디가 태어난 시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여관은 단순한 숙박업소가 아니라 식료품이나 잡화를 파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외지 사람과 마을 사람이 언제나 드나드는 마을의 ‘사랑방’과도 같았고, 편지나 공문서를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관에 많은 정보가 모이다 보니 베르디의 아버지는 세상 물정에 밝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들의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베르디의 아버지는 베르디가 4세일 때부터 아들이 라틴어를 배우게끔 했고, 7세 때부터는 마을의 성당에서 수업을 받게 했습니다.


    베르디가 다니던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는 어린 베르디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봅니다. 연주자의 설득으로 베르디의 부모님은 어린 베르디에게 건반악기인 작은 스피넷을 사주었는데요. 이 스피넷을 너무나 좋아했던 어린 베르디가 이 작은 악기를 얼마나 열심히 연주했던지 금방 고장 내버렸는데, 스피넷을 고치러 온 수리공이 베르디의 연주 솜씨에 놀라 수리비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8세 때 마을 교회의 오르간을 연주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던 베르디는 10세 때 ‘부세토’라고 하는, 작지만 음악 문화가 발달한 도시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음악 학교와 일반 학교를 오가며 이탈리아어, 라틴어, 인문학 수업과 함께 음악 공부도 병행하는데요. 부세토 음악 협회의 운영자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안토니오 바레치를 만나 그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면서 활약합니다. 이후에는 밀라노 음악원 입학을 희망했지만 시험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밀라노 음악원의 지금 이름은 주세페 베르디 음악원이랍니다.


    버젓한 직장을 얻게 된 베르디는 그의 후원자였던 바레치의 딸 마르게리타와 결혼 후,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작합니다. 두 명의 자식도 연이어 태어납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두 자식이 모두 일찍 죽고, 배우자였던 마르게리타 역시 스물여섯의 나이로 뇌염에 걸려 세상을 떠납니다. 절망 속에서 쓴 작품 <하루 동안의 왕>은 실패하지만, 그의 능력을 믿은 메렐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쓴 작품, 18개월 만의 차기작 <나부코>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나부코>는 원래 8회만 공연할 계획이었는데요. 인기가 너무 많아 4개월 사이에 57회나 공연됐고, 작품이 발표된 한 해 동안 밀라노에서 판매된 <나부코> 티켓 수는 밀라노의 총 인구를 뛰어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독립 전쟁의 열기가 사그러든 후 베르디는 제2의 고향 부세토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이 마을 사람들은 베르디와 함께 마을로 온 그의 연인 스트레포니를 못마땅해 했습니다. 스트레포니를 눈에 띄게 괴롭히며 그가 집 밖으로 나오면 수근덕거리고 손가락질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당시의 베르디는 부모님을 위해 넓은 저택을 사기도 했는데, 부모님이 스트레포니와의 관계를 반대하자 다른 집을 구해 부모님을 이사시키고 자신이 스트레포니와 저택으로 들어가서 살게 됩니다. 한 달 뒤 베르디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영영 베르디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디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이후 베르디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많이 표현합니다. 인물의 심리적 갈등에도 주목하기 시작했고요. 베르디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명작 오페라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를 모두 이 시기에 썼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 이야기



    리하르트 바그너|Wikipedia

    바그너의 아버지 카를 바그너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경찰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만나게 된 갈 곳 없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 루트비히 가이어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해줍니다. 이후 전쟁통에 카를 바그너는 죽고, 어린 바그너가 태어나는데요. 카를 바그너 덕에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가이어는 바그너 가족을 책임지겠다며 혼자 대가족을 돌보게 된 바그너의 어머니 요하나 로지네 바그너와 재혼합니다. 혹자는 여러 정황 상 카를 바그너가 아니라 가이어가 바그너의 친부가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 거리가 생깁니다. 바그너는 평생 유대인을 노골적으로 혐오한 반유대주의자였는데(히틀러는 바그너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고, 그의 손자를 양아들로 삼기까지 했습니다), 가이어는 유대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가이어는 바그너를 엄청 예뻐했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극장에 바그너를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연극을 먼저 접한 바그너가 오페라에 빠진 계기는 가이어 사후,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본 것이었는데요. 바그너의 어머니는 극에 푹 빠진 바그너를 걱정하면서도 그를 드레스덴의 명문 학교인 크로이츠슐레에 입학시켰습니다. 크로이츠슐레는 1300년에 ‘성 십자가 성가대’의 소년 단원들에게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학교입니다. 훗날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극작가로서의 정체성도 확고했던 바그너는 이때부터 평생 책과 글을 가까이했습니다. 바그너가 어려서부터 돈만 생기면 책을 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청년 바그너는 라이프치히 위에 있는 도시 마그데부르크의 극단 음악 감독 자리를 제안받게 됩니다. 원래는 수락할 생각이 없었는데, 첫눈에 반한 극단 배우 민나 플라너 때문에 감독 자리를 받아들였죠. 처음에는 바그너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지만 두 사람은 곧 결혼합니다. 둘 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엄청나게 자주 싸웠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서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일종의 ‘열린 관계’였던 플라너와 바그너의 부부 관계는 의외로 30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바그너가 사랑했던 존재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개’였습니다. 바그너는 평생 개를 너무나 사랑해서, 언제나 한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웠는데요. 빚쟁이를 피해 야반도주할 때도 기르던 개만큼은 꼭 데리고 갔다고 하죠.


    사회 변혁을 지지했던 바그너는 드레스덴 혁명에 참여했다가 지명수배자가 됩니다. 망명자일 때의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를 쓰던 중, 한 철학자의 책을 읽게 됩니다. 그 철학자가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책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였습니다. 바그너는 이 책을 “하늘의 선물”이라고 부르며 네 번이나 정독하고, 그 영향으로 <미래의 예술작품>이라는 글을 발표합니다. 그는 결국에는 ‘음악’이 서로 다른 예술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런 식으로 통합된 새로운 예술 형식을 ‘총체예술작품’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음악극이 바로 그 총체예술작품이고요. 이 <미래의 예술작품>이라는 글은 바그너가 16세 때 쓴 <로엔그린>과 함께 바그너의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이후 바그너는 바이에른의 국왕 자리에 오른 루트비히 2세의 총애를 받으며 작품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루트비히 2세가 이 두 작품 때문에 바그너의 오랜 팬이 되었거든요. 혹자는 두 사람이 연인 관계 아니었냐고도 하는데, 바그너는 분명 이성애자였습니다. 루트비히 2세는 남자를 좋아했지만요.


    검색 한 번으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오히려 잘 정리된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는데요. <난처한 클래식 수업 6>은 이 책 한 권으로 19세기의 오페라와 사회·문화 현상, 그리고 베르디와 바그너라는 거장의 이야기와 작품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입문서입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가 요즘의 우리가 재미있게 본 영화, 드라마와 다를 것 없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올 텐데요.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시리즈 도서로 5개의 다른 책(모차르트 > 베토벤 > 바흐 > 쇼팽·리스트 > 헨델)도 출판되어 있습니다. 이제 막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긴 분들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도, 누구나 읽기 좋은 이 교양서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사회평론
    참고|<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6: 베르디·바그너, 역사를 바꾼 오페라> (민은기, 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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