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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연가’ 윤도현 “힘들어서 떠났던 뮤지컬… 이젠 딸에게 칭찬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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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개막했다. <광화문연가>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붉은 노을’, ‘소녀’, ‘광화문연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의 노래들이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노래뿐만이 아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 명우가 인연의 신 월하와 추억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 또한 관객들에게 크게 와닿는다. 배경이 되는 1980년대의 덕수궁 돌담길, 1990년대의 나이트 클럽, 2000년대의 시청 광장까지, 어느 한 곳 낯설지가 않다.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광화문연가>에 우리의 추억 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배우가 출연한다.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윤도현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YB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며 여러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뮤지컬계에도 진출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헤드윅>, <원스>등에서 활약했다. 이후 뮤지컬 무대를 잠시 떠났지만, <광화문연가>로 다시금 무대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하는 ‘배우’ 윤도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이지만 좋은 추억이 얽혀 있는 과거의 노래들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는 그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사진ㅣCJ ENM

    5년 만에 <광화문연가>로 뮤지컬 무대에 돌아왔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뮤지컬을 아예 안 하려고 했어요. 작품들이 들어와도 모두 거절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뮤지컬 <원더티켓>을 우연히 만나 연습을 하는데,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커지더라고요. 뮤지컬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에 <광화문연가>를 함께 하고 싶다고 연출가 이지나 선생님께 연락이 왔어요. 2011년에 참여한 뮤지컬 <광화문연가>(현재 공연 중인 2021 <광화문연가>와는 이름만 같은 다른 작품)를 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았어요. 생전의 이영훈 작곡가와 좋은 관계도 있었기 때문에 운명이라 느끼고 참여했어요. 제가 뱉은 말에 번복을 하게 됐지만, <광화문연가>로 뮤지컬의 매력을 다시 느꼈고 앞으로는 계속 무대에 설 것 같아요.
     
    뮤지컬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였나요?
    너무 어려웠어요. 뮤지컬을 할 때는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스케줄 상 음악 활동, 예능 촬영 등을 병행하다 보니까 시간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뮤지컬에만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니까, 이렇게 작품을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모두 접었죠. 이번엔 다행히도 <광화문연가>에만 올인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굉장히 행복하고 편안해요. 다음에 뮤지컬을 할 때도 꼭 이번처럼 작품에만 몰두하고 싶어요.
     
    <광화문연가>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데요. 그의 음악에 대한 추억이 많으시죠.
    이영훈 작곡가님과는 두 번 정도 녹음을 같이 했었어요. 그 이후로 친분이 생겨서 저를 참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특히 녹음할 때도 별 디렉팅 없이 너무 좋다고만 말씀하셔서, 진짜 좋으신 게 맞을까 고민까지 할 정도였어요. 투병 중이실 때도 문병을 두 번 정도 갔었어요.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몸이 많이 악화되셔서 침상에만 누워 계셨는데요. 그런 위중한 상황에서도 거기서 곡을 쓰고 계시더라고요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 생각이라고 전하면서 도현아, 이 뮤지컬 꼭 네가 해야 한다”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기억하고 <광화문연가>를 하게 된 거죠. 가끔 작곡가님이 모셔져 있는 곳에 인사를 드리러 가요. 노래가 남아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또 작품이 사랑받고 있으니 아마 하늘에서 좋아하고 계실 겁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사진ㅣCJ ENM

    <광화문 연가>에서 연기하고 있는 ‘명우’는 직업이 작곡가입니다. 음악가인 본인과 닮은 부분도 꽤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광화문연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중년의 음악가가 죽기 직전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인데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같은 음악가, 창작자, 작곡가로서 명우의 감정선이 굉장히 와닿아요. 가끔은 연기하면서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순간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감정 이입이 되니까 그 감정선을 표현하기가 수월한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점들이 비슷하다고 느꼈나요?
    이기적인 면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네요. 음악을 만들 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집중력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주변 상황이나 인간관계를 소홀하게 여기기도 하고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에게 더 신경을 못 써준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명우를 보면 이해가 되는 한편 이 캐릭터가 너무 나쁘게만 비치지 않기를 바라며 연기하게 돼요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정말 비슷해요. 저도 곡을 만들기 위해서 책, 영화, 남의 이야기, 내 이야기, 내 상상 속 이야기 등 모든 걸 다 쏟아부어요. 이렇게 해서 나온 좋은 결과물을 볼 때 느끼는 희열이 엄청나요. 그런데 명우도 작곡을 하기 위해서 어린 시절 짧게 지나갔던 풋사랑의 추억에 상상력을 더해 곡을 만들었잖아요. 창작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모두 공감 가요.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사진ㅣCJ ENM

    명우와 월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요. 월하 역의 배우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차지연 배우는 말이 필요 없죠. 무대에서 같이 노래할 때면 제 걱정이 아예 사라져요. 사실 뮤지컬 무대에선 제가 사용하는 기존의 창법보다 절제를 많이 해요. 그런데 지연이와 할 때는 이걸 살짝 풀어줘요. 워낙 성량이 풍부한 배우이다 보니 제가 막 터트려도 다 커버를 해주더라고요. 특히 1막 마지막에 나오는 그녀의 웃음소리뿐에서도 지연이를 믿고 더 격정적으로 노래하게 돼요. 매번 얼마나 절실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가는지 잘 아니까 정말 좋은 배우구나 싶죠. 
     
    김호영 배우는 ‘잔망미’가 넘쳐요. 무대에서 본인이 가진 흥을 다 뽐내니까 저도 덩달아 신나지는 기분이에요. 행동이 월하 그 자체죠. 가끔 옆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얘 진짜 신기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월하를 잘 소화해요 (웃음). 김성규 배우는 워낙 잘 알던 가수 후배예요. 나이 때문인지 월하 특유의 순한 매력이 있어요. 무대에서 특히 귀엽고 장난기가 넘쳐서 가장 색다르게 다가와요. 세 배우가 갖고 있는 월하만의 특징이 다 뚜렷해서, 월하가 바뀌면 새로운 공연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명우를 연기하는 엄기준, 강필석 배우와 작품 관련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눌 것 같아요.
    제가 두 배우한테 참 많이 배웠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제가 부족한 것을 저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필석이한테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제가 한예종의 연기과 커리큘럼을 이렇게 공짜로 배워도 되냐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역으로 필석이는 저한테 노래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해서 제가 최대한 열심히 도왔죠. 기준이는 드라마 때문에 많이 바빴지만 함께 캐릭터 분석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상부상조하면서 공연을 만들어 갔죠.
     
    뮤지컬 이전부터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여러 번 불러왔을 텐데, 뮤지컬 넘버로 편곡된 곡 중 특히 색다르게 다가온 곡이 있을까요?
    ‘붉은 노을’이요. YB가 이 노래를 자주 불렀어요. MBC <나는 가수다>에서도 불렀고 저희 콘서트에도 자주 등장했고요. 그래서 제가 기억하는 ‘붉은 노을’은 가장 신나는 곡 중 하나예요. 그런데 극 중에선 제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때 나오는 곡이라 새롭게 다가왔어요. 첫사랑이 떠나간 아픔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붉은 노을’을 부르니까 확실히 상반되게 느껴지죠.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사진ㅣCJ ENM

    <광화문연가> 외에 가수 김현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공연되고 있어요. 다음 달에는 신중현의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도 개막하는데요. 예전 곡들이 지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명곡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요. 1990년대 초반에 갑작스럽게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막 쏟아지던 때가 있었어요. 다들 장르 포화 상태라고 할 정도로요. 저도 그때 보면서 더 이상 나올 음악들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그런데 그때 어떤 형이 저한테 이러더라고요. ‘결국 음악은 돌고 돌 거야’. 당연히 안 믿었어요. 새로운 음악이 생겨나면 예전 음악들이 자연스레 밀릴 거라고 생각했죠. 시간이 흘러서 보니까 결국 다 돌아오더라고요. 요즘은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모여서 레트로 음악만 골라서 듣는 모임도 있대요. 심지어 그 수가 적지도 않고요. 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아날로그 감성은 이렇게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싶어요.
     
    주변 지인들은 이 공연을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요. YB 밴드나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특히 더 긴장될 것 같은데요.
    영국 출신인 스콧은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도 공연이 재밌었대요. 편곡과 노래 자체가 완벽했다는 칭찬까지 해주더라고요. 베이스 태희 형도 한번 보고 너무 재밌어서 혼자 또 왔었어요. 노력한 흔적들이 느껴진다고 얘기해 줬고요. 저희가 서로 너무 오래된 사이라 칭찬을 거의 안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개인적으로는 뿌듯했어요.

    가족들이 올 때 가장 긴장해요. 이유는 딸 때문이에요. 딸이 독설가는 아닌데 필터를 하나도 거치지 않고 솔직하게 후기를 주곤 해서 늘 신경이 쓰이죠. 귀도 예민해서 음정도 정확히 알아듣고, 제 연기가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바로 알아채요. 이번에 공연 보러 오기 전에도 저한테 전화해서 그러더라고요. ‘아빠 너무 긴장하지 마. 여유롭게 생각하고 무대에 올라가.’ 웃기죠? 자기가 뭘 안다고 (웃음). 다행히도 그날 공연 피드백이 좋았어요. ‘아빠 이제 연기도 잘하는데?’ 이렇게 말해줘서 마음이 많이 놓였죠.
     
    언젠가 YB의 노래로도 뮤지컬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몇 년 전에 이미 뮤지컬로 만들어지기 위한 작업이 이뤄졌었어요. 시나리오도 굉장히 재밌게 나왔고 넘버화될 곡들도 모두 선곡이 됐었는데 결국 마무리되지 못했죠. 그때 당시에도 뮤지컬화되면 너무 즐겁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그 계획을 진행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의 시나리오도 좋고, 더 좋은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도 환영이고요.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사진ㅣCJ ENM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특별히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마음속으로는 있는데 섣불리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개인적으로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윤도현이 저걸 한다고?’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격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계속하고 싶어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이지나 연출님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단번에 안돼요!’를 외치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예수를 하기엔 너무 우직한 것 같대요. 예수를 하려면 여리고 섬세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십자가에 매달리면 그건 진짜 대역죄를 지어서 거기 있는 것 같지 않냐고 하셨어요(웃음). 이렇게 된 이상 전 아마 계속 유다만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겟세마네는 꼭 불러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명우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윤도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생각이 많아지네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저도 생각해 봤어요. 어떤 모습으로 생과 작별을 해야 할까 고민도 해봤고요. 저는 명우처럼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세상과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유쾌하게 정말 잘 살다 갑니다를 외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죠. 그래야 저도 후회 없이 떠나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도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기 위해선 앞으로 남은 인생 더 열심히 잘 살아야죠.

    뮤지컬 <광화문연가>

    2021.7.16 ~ 2021.9.5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시간 160분
    8세 이상 관람 가능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전혜선, 리사, 문진아, 송문선, 양지원, 황순종, 홍서영, 이채민, 심수영 등 출연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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