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 소개한 영화 <인더하이츠>는 VOD 구매 후 시청 가능합니다.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개봉을 미뤄온 뮤지컬 영화 <인더하이츠>가 지난 6월 30일(국내 기준) 개봉했습니다. <인더하이츠>는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브로드웨이 최고 히트작 <해밀턴>의 창작자인 린 마누엘 미란다의 출세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2008년 초연 당시엔 토니어워즈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입니다. 이번 영화 <인더하이츠> 또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주목을 받은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인더하이츠>는 워싱턴 하이츠에 거주하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꿈, 사랑, 그리고 고난을 담은 작품입니다. ‘수에니토(작은 꿈)’를 갖고 살아가는 거리의 청춘들의 이야기가 모여있죠. 워싱턴 하이츠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스나비는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했던 상점을 다시 여는 것이 우스나비의 꿈이죠.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바네사는 큰 도시로 나가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는 꿈을 꾸고요. 동네의 자랑, 니나는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 수재입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의 인종차별과 주변인들의 과중한 기대감에 지친 채 동네로 돌아옵니다. 니나의 옛 연인 베니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각자의 ‘수에니토’를 안고 살아가는 하이츠 거리의 청춘들의 이야기가 뜨겁게 무르익던 어느 날, 마을 전체가 정전되고 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에 들어갑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고난과 성장을 다룬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뮤지컬 <렌트>의 힙합 버전이라는 극찬을 얻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개봉 전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큰 화제를 얻었던 <인더하이츠>의 관전 포인트를 함께 알아보시죠.
뮤지컬 영화의 꽃! ‘군무’에 주목하라!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죠. 그중 많은 관객들은 ‘군무’ 장면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웅장한 넘버에 맞춰 수십에서 수백 명의 댄서들이 군무를 맞추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뮤지컬 <인더하이츠>에서도 이러한 군무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영화를 관람하면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3개를 지금 소개합니다.
#1- 첫 8분으로 압도! ‘In the Heights’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인더하이츠>의 대표 넘버 ‘In the Heights’가 등장합니다. 우스나비를 비롯해 워싱턴 하이츠에 거주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줄지어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넘버인데요. 8분 동안 거리 이곳저곳을 비추며 앞으로 러닝타임 내내 영화가 선보일 ‘정체성’과 ‘분위기’를 확실하게 전달하죠. 특히 동일한 비트를 사용하지만 넘버를 이끄는 인물들이 달라질 때마다 변하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단 8분 만으로 현재 워싱턴 하이츠 사람들이 각각 어떤 고민거리와 꿈을 안고 살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죠. 아래는 개봉 전 <인더하이츠>가 자신 있게 선공개 한 ‘In the Heights’ 넘버 장면입니다.
#2- 대규모 인원! 역대급 수영장! ‘96,000’
우스나비의 상점에서 무려 9만 6천 달러의 복권 당첨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하이츠 주민들에게 알려집니다. 그의 상점에서 복권을 구매한 이들 모두 자신이 복권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과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하이츠 사람들, 이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모인 동네 수영장에서 가장 뜨겁고 강렬한 넘버 ‘96,000’을 선보입니다. 수영장 안과 밖을 오가며 각자 자신이 가진 일확천금의 꿈을 노래하죠. 도미니카에 상점을 꾸리겠다는 우스나비부터 타이거 우즈를 자신의 캐디로 쓰겠다는 유쾌한 베니까지. 실제 ‘96,000’ 넘버 속 수영장 군무는 약 200명가량의 댄서들을 투입해 존 추 감독이 각별하게 신경 쓴 장면이라고 하네요.
#3- 언제부터 우리가 더위에 약했다고 그래! ‘Carnival Del Barrio’
점점 하이츠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이민자들. 정전 이후 권태와 절망에 빠진 이들은 계속되는 더위에 지쳐갑니다. 이때 하이츠 거리의 ‘흥’을 맡고 있는 미용실 삼총사는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을 찾습니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가는 상황이기에 이들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녔는데요. 꿈도 희망도 잃은 채 지쳐있는 사람들을 본 미용실 주인 다니엘라는 희망의 노래를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더위에 약했다고 그래?”라고 시작하는 카니발의 노래는 점차 자리에 앉아 있던 마을 주민들을 일으킵니다. 각자 출신국의 국기를 꺼내 흔들며 정체성과 꿈을 더 확고히 하죠. 화려한 군무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동네를 지키고자 하는 하이츠 사람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장면입니다.
이 배우 어디서 봤는데? <인더하이츠> 속 배우들!
영화 <인더하이츠>의 제작 소식 때부터 연일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 바로 캐스팅입니다. 뮤지컬 초연 당시엔 창작자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린 마누엘 미란다가 주인공 우스나비를 맡기도 했었는데요. 이번 영화에선 어떤 배우들이 하이츠 거리의 청춘들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를지가 큰 관건이었습니다. 주인공 우스나비 역엔 배우 안소니 라모스(Anthony Lamos)가 낙점됐습니다. 뮤지컬 <해밀턴> 팬들에겐 매우 반가운 이름인데요. <해밀턴>에선 존 로렌스/필립 해밀턴 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죠. 또한 그는 영화 이전 뮤지컬 <인더하이츠>에선 우스나비의 사촌 소니를 연기했으며 2018년부터는 우스나비로 활약하며 무대 위에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K-POP 팬들에게도 반가운 얼굴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발매한 슈퍼주니어 ‘Lo Siento’의 피처링을 맡은 레슬리 그레이스(Leslie Grace)가 이번 영화에서 모범생 니나를 맡았습니다. 좋은 노래에 비해 큰 관심을 얻지 못해 많은 팬들에게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으로도 통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그레이스가 출연했었죠. 뮤직비디오와는 상반된 모습으로 노래와 안무를 펼칠 그레이스의 니나 연기 또한 주목할 포인트입니다.
뮤지컬 <인더하이츠>에서 초연 당시 우스나비 역을 맡았던 린 마누엘 미란다는 이번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까요? 이 작품에 애정이 깊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그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아이스크림 상인 피라구에로 역으로 깜짝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요. 깜짝 선물처럼 가끔씩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모습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양성 존중! <인더하이츠>의 메시지는?
이전부터 할리우드 영화계에선 다양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러 번 오고 갔습니다. 백인 위주로 영화들이 제작되어 타 인종과 소수자들이 설 기회가 없다는 주장이 많았죠. 이를 반영한 듯 최근 할리우드에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그려내는 영화들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기생충>, <미나리> 또한 미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선두주자로 꼽히기도 하죠. 영화 <인더하이츠>도 다양성을 주요 메시지로 담아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회됐던 라틴계 이민자들을 조명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와 정서를 영화에 녹여냈다는 호평을 얻은 감독 존 추의 <인더하이츠> 또한 이런 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라틴 계열 이민자들이 지키고 있는 공동체의 정서와 정신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큰 관건이었는데요. 음악적인 부분부터 이들의 의상, 말투, 그리고 사용하는 특정 어휘들까지 모두 정확한 고증을 통해 완벽한 라틴계 이민자들의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반면, 개봉 이후 <인더하이츠>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비해 그 출연진들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라틴 계열 이민자들을 연기하는 배우들 중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배우들이 현저히 적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제작자 린 마누엘 미란다는 개봉 이틀 만에 이러한 비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시했는데요. 그는 “하나의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인종 다양성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영화 출연진들의 다양성 논란에 대해 깊게 사과하는 바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더하이츠>와 같이 소외됐던 인종 또는 공동체의 문화와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등장했다는 점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콘텐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