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발레 학교 학비, 실제론 얼마였을까?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빌리 엘리어트’ TMI

    on

    |

    views

    and

    comments

    지난 8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개막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은 수작인데요. 파업 중인 영국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11살 소년 빌리가 가족과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국내 초연은 2010년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고난도 안무는 물론이고 폭넓은 연기와 다양한 넘버들을 소화해야 하는 빌리 역에 큰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이후 매 시즌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는천재 소년들은 늘 공연의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하지만 <빌리 엘리어트>가’명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런던 웨스트엔드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매우 사실적인 스토리인데요. 1980년대, 과학 기술의 발달과 급변하는 사회로 영국엔 다양한 갈등과 혼란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속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해 등장한 마가렛 대처 총리는 다양한 정책 개혁을 시도했는데요. 변화는 늘 반발을 불러오는 법, 개혁에 반대하는 영국인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전부터 이어져 온 영국 내 다양한 파업의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으며 계급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죠.

    <빌리 엘리어트>는 당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그에 따른 영국 노동자 계급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대사, 넘버, 그리고 심지어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관객들은 다채로운 시대적 고증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빌리 엘리어트> 속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와 실제 당시 영국의 이야기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빌리의 성장 스토리와 더불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요소까지 알고 나면 빌리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감정들이 더 세세하게 다가올 테니 말이죠.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이 ‘엠블럼’… 무슨 의미?

    공연 초반 파업을 추진하기 위해 모인 마을 사람들 뒤로 길게 늘어트려진 한 깃발이 등장합니다. 깃발에는 한 단체를 상징하는 엠블럼이 새겨져 있는데요. 동일한 엠블럼 모양의 깃발은 공연 마지막에도 나타납니다. 파업이 실패하자 탄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위로 나타난 이 엠블럼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 엠블럼은 더럼 탄광 노동조합(Durham Miner’s Association)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더럼은 빌리와 빌리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 즉 더럼 카운티를 뜻하는데요. 더럼 카운티는 영국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런던, 맨체스터 등과 비교해 그 규모가 매우 작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탄광촌, 대학도시, 문화유산의 성지로만 알려져 있었죠. 실제로도 영화 <빌리 엘리어트> 대부분의 장면을 더럼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탄광촌 사람들 뒤로 걸려 있는 더럼 탄광 노동조합(Durham Miners Association) 엠블럼ㅣ신시컴퍼니

    더럼 탄광 노동조합은 작품 속에만 등장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실제로도 더럼 탄광 노동조합은 작품 속 빌리의 마을 사람들과 같이 매우 치열한 파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또한 더럼 도시 규모에 비해 매우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더럼은 매우 작은 도시이지만, 더럼 탄광 노동조합은 영국 내 가장 큰 노동조합 중 하나였으며 그 단합력 또한 뛰어났습니다. 여러 번의 성공적인 파업을 이끌었으며, 1980년에는 영국 내 모든 노동조합 중 가장 먼저 7시간 노동제를 통과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영국 북쪽 지역 사람들은 왜 마가렛 대처를 증오했을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마가렛 대처입니다. 대처를 연기하는 배우는 따로 없지만 관객들은 넘버, 대사, 그리고 여러 시위 피켓 속에서 그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마을 전체가 마가렛 대처 정부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마가렛 대처ㅣ픽사베이

    마가렛 대처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보수당을 이끌며 총리직을 수행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입니다. ‘철의 여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뽑히곤 하는데요. 이렇듯 위인처럼 묘사되는 마가렛 대처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와 같이 탄광촌이 주가 되는 영국 북쪽 지역은 그 정도가 심했죠. 이 모든 이유를 알기 위해선 마가렛 대처 당선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45년 종전 이후 영국 내에서 노동조합의 힘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조합에 가입한 인원도 많았을 뿐더러, 이들이 영국 정치에 끼치는 영향도 컸는데요. 국유화된 주요 산업 내 노동조합은 노동 시간 및 임금과 관련한 여러 번의 파업을 일으켰고,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이끌려 다녔으며 매 선거 때마다 노동조합을 위한 공약이 쏟아졌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반면 마가렛 대처는 노동조합에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국유화된 탄광 산업이 대부분 적자라는 사실과 함께 석탄은 더 이상 사회 주요 에너지원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대대적인 탄광 폐쇄와 인력 감축에 나섭니다. 당장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 광부들은 당연히 이에 대항했으며 이때부터 마가렛 대처 정부와 전국 광부 노동조합(The National Uninoin of Mineworkers)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노동조합은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대처는 이런 파업을 대비해 고용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한 상태였으며 사실상 노동조합의 힘은 이미 무력화돼 있었는데요. 긴 투쟁은 결국 노동조합 내 분열로 이뤄졌으며 결국 승리는 마가렛 대처에게 돌아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가렛 대처’ 넘버가 사라질 뻔했다고?

    시간이 흘러 탄광촌에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가족의 반대로 뉴캐슬 오디션을 보지 못한 빌리는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죠. 마을 사람들 또한 파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은 따뜻하게 보내야 하는 법. 이들은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깁니다. 이때 2막 오프닝넘버로 등장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곡이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 마가렛 대처(Merry Christmas Maggie Thatcher)’입니다. 얼핏 들으면 흥겨운 크리스마스에 마가렛 대처에게 보내는 덕담과도 같아 보이지만 그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꽤 섬뜩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매기 대처! 우리는 기념해요 오늘을! 당신의 죽음이 하루 더 가까워졌으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하지만 당시 사회적 배경을 잘 담아낸 이 넘버가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습니다. 위기는 실제 마가렛 대처가 서거한 날 찾아왔는데요. 2013 48일 영국 전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가 사망합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됐으며 여러 매체에서는 앞다퉈 소식을 전했죠. 해당 소식을 접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팀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마가렛 대처가 죽기를 원한다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해당 장면이 실제 서거 당일 공연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이 뒤따랐죠관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팀은 당일 공연 시작 전 관객들에게 투표를 받았습니다. 3명의 관객을 제외하곤 모두가 해당 장면 공연을 원했으며 대처의 서거 당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마가렛 대처넘버는 무대를 채웠습니다.

    발레는 ‘포쉬(posh)’한 사람들만 가능했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빌리에 대한 가족들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복싱보다는 발레를 즐겨 하는 그를 향해 질타가 쏟아졌죠. 하지만 이러한 성적 고정관념과 더불어 빌리가 발레리노를 꿈꾸는 데 큰 제약으로 다가온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왕립 발레 학교 입학을 위해 오디션을 보러 런던에 간 빌리와 그의 아버지 앞엔 매우 낯선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휘황찬란하면서도 높은 학교 정문, 그 앞을 지나가는 정갈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한 귀족적인 옷차림의 엄마들까지. 한눈에 봐도 빌리의 탄광촌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인데요. 영국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매우 ‘포쉬(posh)’하죠.

    ‘포쉬’란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들, 또는 이들이 즐기는 문화를 일컫는 영국식 표현입니다. 주로 런던 부촌에서 태어나 런던 표준 발음(Received Pronounciation)을 사용하는 상류층을 포쉬하다고 하는데요. 오래전부터 런던을 포함하는 영국의 남쪽 지역은 ‘포쉬’하며 그 외의 북쪽 지역은 그렇지 않다는 편견이 존재하기도 했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그렇다면 문화생활은 어땠을까요? 예전부터 발레는 오페라와 더불어 가장 ‘포쉬’한 문화생활 중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 2018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70% 이상이 여전히 발레와 오페라 관람을 매우 고급스러운, 전형적인 ‘포쉬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는데요. 이렇듯 발레는 오직 상류층에게만 허용된 문화라는 인식이 있기에 빌리의 성공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왕립 발레 학교 학비, 실제로는 얼마?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난 후, 빌리는 홀로 마을회관에 남아 발레를 연습합니다. ‘백조의 호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아들을 발견한 빌리의 아빠는 그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죠. 빌리의 춤에 감동받은 그는 전적으로 빌리의 꿈을 응원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심 이후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해오던 파업을 포기한 채 탄광에 돌아갑니다학교 입학 오디션 비용과 혹시 모를 학비를 모아야 했기 때문이죠.

    왕립 발레 학교 학비를 묻는 빌리 아빠에게 윌킨스 부인은 ‘1년에 5,000파운드 정도 해요’라고 답하죠. 이는 한화로 약 800만원 입니다. 하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약 30년 전인 1980년대의 이야기이니, 실제 학비가 얼마나 비쌌는지 와닿기 위해선 요즘 시세로 더 정확히 알아봐야겠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영국 왕립 발레 학교 공식 사이트에 명시된 2020-2021년 기준 학비는 1년에 약 25,630 파운드한화로 약 4,000만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비일 뿐, 기숙사 학교인 점을 감안해 기숙사 비용인 8,943파운드를 더하면 총 34,575파운드인데요. 즉, 한 학생이 런던 왕립 발레 학교에 1년 동안 지불해야 하는 돈이 약 5,500만원인 셈입니다. 참고로 학교 교복, 수업 내 필요한 발레 물품 등 추가적인 금액이 발생한다는 점이 따로 안내돼 있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학교 정규 교육 프로그램 아래 11살부터 19살까지, 9년간 왕립 발레 학교를 재학하기 위해선 약 5억 원이라는 ’ 소리 나는 학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실존 인물일까?

    영화와 뮤지컬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소년 빌리 엘리어트. 과연 그는 실존하는 인물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우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이 존재하는데요. 그는 바로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토마스 알렌(Thomas Allen)입니다. 실제로 영화 대본을 쓴 리 홀 (Lee Hall) 작가는 알렌의 이야기에 감명받아 <빌리 엘리어트>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알렌 역시 빌리와 같이 탄광촌인 더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우연히 노래를 하고 있는 알렌을 발견한 학교의 물리학 선생님은 그의 목소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곧바로 이를 교장에게 알렸고 교장은 또 다른 조언자들을 구해 결국 명성 높은 더럼 대학교 음악과 교수와의 자리를 마련하죠. 알렌의 노래를 들은 교수 역시 곧바로 런던의 왕립 음악 대학 오디션 미팅을 잡았다고 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알렌은 그가 영국 북쪽 지역을 떠나 오페라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고향에선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 직업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 역시 드물었다고 하는데요. 빌리와 마찬가지로 큰 무대인 런던으로 떠난 그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해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전설적인 오페라 스타가 됐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21.8.31 ~2022.2.2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시간 175분
    8세 이상 관람 가능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조정근, 최명경,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강현중, 나다움, 성주환, 임동빈, 김시영, 이선태, 김명윤, 오세준, 김명희 등 출연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콘텐츠 더 보기

    Share this
    Tags

    Must-read

    안녕하세요 저 뫄뫄인데요 이건희 컬렉션 있나요? (。・∀・)ノ゙ 리움미술관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예술의 모든 것|이건희 컬렉션 있나요? (。・∀・)ノ゙ 리움미술관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사립 미술관 중 최대 규모🖼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 전격 재개관! 리움미술관이 왜 대단한데? 거기 가면 이건희...

    [인턴일기][VLOG] 근무 중인데요 최애 공연 보러 왔습니다^o^/ 권진아X선우예권의 커튼콜 후기!

    ※ 본 영상은 CJ ENM / 롯데콘서트홀의 협조 및 사전 협의 하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촬영되었습니다. ■ 올댓아트 인턴일기|VLOG|권진아X선우예권|커튼콜 CJ ENM 그런 기분 알아요? 근무...

    사람들은 날 좋아해 나한테 막 미쳐 근데 난 그걸 몰라^^; '하하버스' 실사판 조성진이 대단한 이유

    ■ 예술의 모든 것|사람들은 날 좋아해 막 미쳐 근데 난 그걸 몰라^^; '하하버스' 실사판 조성진이 대단한 이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아이돌 능가하는 인기로 '클래식계...
    spot_img

    Recent articles

    More like this